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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인공강우





‘미국이 인공비를 무기로 사용하다.’ 1972년 7월3일 뉴욕타임스(NYT) 1면에 미국이 베트남과 라오스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비밀리에 인공강우를 내리게 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백악관은 즉각 부인했지만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이와 정반대였다. 미국이 인공강우를 뿌리는 작전명 ‘뽀빠이(Popeye)’를 진행한 것은 1966년 3월부터. 국방부와 해군이 공동으로 작전을 계획하고 제1 기상전대가 6년간 총 2,600차례 이상 진행했다. 작전 목적은 베트남전 당시 북베트남군이 이용한 ‘호찌민 루트’를 진흙탕으로 만들어 병력과 군수물자 이동을 어렵게 하는 것. 대부분의 과학적 도전이 그러했듯이 인공강우 역시 출발은 군사적 목적 때문이었다.

구름에 화학약품을 뿌려 비를 내리게 하는 인공강우의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92년 독일계 미국 엔지니어인 루이스 가트먼에 의해서였다. 이론이 현실로 바뀐 것은 이로부터 54년이 지난 1946년. 빈센트 섀퍼 박사가 비행기를 타고 미국 매사추세츠주 버크셔산맥 상공에서 뿌린 드라이아이스 파편이 구름과 만나 눈송이를 흩날리면서 기후 조작의 서막을 알렸다. 2007년에는 중국 랴오닝성에서 심각한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두 번에 걸쳐 인공강우를 시도해 8억톤 이상의 비를 내리게 한 적도 있다.



인공강우가 반드시 가뭄 해소를 위해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2003년 러시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상공에 비행기 3대를 띄워 인공강우를 내리게 했다. 날이 가물어서가 아니었다.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의 공연 당일 비가 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비구름을 제거한 것이다. 2013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정부가 인도네시아에 인공강우를 요구한 것 역시 수마트라의 대형 화재로 발생한 연무가 자국의 대기 질을 크게 악화시킨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

인공강우가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번에는 우리나라다.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로 15일까지 사흘 연속 경보가 발령된 데 이어 17일에도 중국발 미세먼지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공강우를 요구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태국에서 인공강우가 내렸다는 소식은 여기에 불을 붙였다. 비가 내리면 일시적으로 미세먼지가 씻겨져 나갈 수는 있겠다. 하지만 또다시 밀려올 미세먼지는 어쩔 것인가. 자원의 무자비한 소모가 불러온 자연의 경고 앞에 우리는 더 겸손해져야 한다./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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