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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방위산업 위기, 클러스터 활성화로 돌파해야

장원준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센터 연구위원





올해 국방예산이 사상 최고인 46조7,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전년 대비 8.2% 증가한 수치다. 국방예산이 증가하면 방위산업도 비례해 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국내 방위산업은 지난 2016년을 정점으로 추락하고 있다. 최근 한국방위산업진흥회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93개 방산 업체의 매출은 12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0.5%를 하회해 제조업 평균인 7.6%와 크게 대비된다.

여기에 최근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서 발표한 글로벌 100대 방산 업체 순위는 충격적이다. 2016년 국내 1위 방산 업체였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17년 수리온 감사 여파 등으로 50위에서 98위로 추락했다. 한화테크윈(40위→49위, 4개사 합병 기준), LIG넥스원(56위→60위), 대우조선해양(72위→85위)만이 100위 안에 진입해 전년 대비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이는 미국·러시아·인도 주요 업체의 실적 증가와 대비되는 결과다. 특히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터키 아셀산(61위), TAI(70위)의 추격이 놀랍다.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과도한 감사에 따른 공무원 및 방산 업계의 위축과 주요 무기개발 사업의 양산 지연, 지체상금 과다, T-50과 수리온 등의 대규모 수출 사업 실패 등이 지적되고 있다.

모두 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느냐다. 방산 위기 극복의 대안으로 ‘클러스터 활성화’를 제안하고자 한다. 국내 방산 클러스터는 경남 창원의 무기체계, 진주·사천의 항공우주, 경북 구미의 국방 정보통신기술(ICT), 대전의 국방 연구개발(R&D), 충남 논산의 전력지원체계(비무기체계) 등으로 구분된다. 다행스럽게도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은 방위산업과 함께 이와 관련성이 높은 항공우주, 항공정비(MRO), 전력지원체계 산업 등을 지역 역점산업으로 선정해 발전전략 마련에 매진하고 있다. 창원은 국내 최대의 방위산업 집적지로 오는 2026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명실상부한 ‘첨단 방위·항공산업 클러스터’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시도 최근 안산 국방산업단지에 6,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첨단 국방산업 허브’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충남 논산시도 지난해 8월 워리어플랫폼을 포함한 전력지원체계 중심의 ‘국가 국방산업단지’로 지정되는 등 주요 지자체들의 클러스터 육성 노력은 ‘가뭄에 단비’ 같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역사적으로 선진국들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방위 및 관련 산업 클러스터’ 육성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방산강국으로 성장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현재까지 클러스터 육성에 매진해온 결과 전체 50개 주 중 20여개의 주에서 방위 및 항공우주, MRO 클러스터가 집적돼 있다. 텍사스(방위·항공), 오클라호마(MRO), 애리조나(방위·항공),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함정) 등 연간 4,080억달러의 국방예산이 주 정부의 클러스터 육성에 쓰이고 있다. 프랑스의 툴루즈(항공우주밸리), 터키의 앙카라(OSSA), 이스라엘의 실리콘와디 등도 자국 방위산업 육성의 심장부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방위산업 클러스터 수준은 아직 미약한 실정이다. 산업연구원 실태조사(2018년)에 따르면 선진국(100) 대비 국내 방위산업 클러스터의 수준은 71%로 평가된다. 더 큰 문제는 중앙정부의 무관심이다. 정부의 ‘방산육성 기본계획’에 클러스터 육성이 부재하며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도 방위산업은 사각지대다. 이는 프랑스가 툴루즈 클러스터 육성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방침위원회·운영위원회·조정위원회의 3단계 협의체를 구성하고 긴밀하게 협력·소통하며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방산 클러스터 육성에 매진하는 주요 지자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위기 탈출을 위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조속히 중앙정부와 주요 지자체 간 ‘방위산업 클러스터 발전 협의체(가칭)’를 신설해 발전전략을 공유하고 지자체의 특성과 장점을 살린 클러스터 육성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가 추진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국방 분야 적용을 위한 ‘첨단국방실증센터(K-Diux)’ 설립, ‘국과연-정출연-대학’ 간 공동 R&D 사업 발굴, 부품 국산화 사업 간 지자체의 매칭 사업 지원, 중앙정부-지자체 공동 방산수출 지원 사업 확대 등으로 돌파구를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다.

방위산업의 위기는 국가안보의 위기와 비견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최근의 부진을 교훈 삼아 정부와 업계, 주요 지자체들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특히 주요 지자체들의 클러스터 육성 노력을 배가시켜 국내 방산 업체들의 사기 진작과 실적 제고에 매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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