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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 읽기] 좌침치해족이호구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결핍된 삶이 꼭 비참하진 않듯

행복은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려

외부 잣대에 맞추려 하지 말고

진정 하고싶은 일 하며 살아야





요즘 드라마 ‘SKY 캐슬’이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소수의 사람이 한정된 곳에 살면서 최고의 삶을 이루려는 욕망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부모 대부분은 자녀의 대학 진학에 엄청난 관심을 나타낼 뿐 아니라 실제로 빚을 내서라도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한다. 아마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개인과 가족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척도이기도 하고 신분의 상승과 유지를 위해 중요한 관문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대입과 관련해 사소한 문제만 생겨도 큰일인 양 뜨거운 논란이 일어난다. 사실 드라마에서도 보이듯 좋은 대학에 간다고 해 반드시 행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만은 예외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도 여전히 현실에서 꿈꾸듯이 무슨 일을 해서라도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자 한다.

우리는 장자 ‘인간세’에 나오는 지리소(支離疏)의 이야기를 통해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장자의 설명에 따르면 지리소는 팔과 다리 사지가 제대로 붙어 있지 않고 뚝뚝 끊어져 따로따로 노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그의 묘사에 따르면 턱이 배꼽에 닿고 어깨가 정수리보다 높으며 목은 하늘을 향하고 오장은 머리 위에 있으며 두 넓적다리는 옆구리에 달려 있다. 지리소가 실제로 그렇다기보다 장자의 문학적 묘사에서 참으로 특이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지리소는 바느질을 하고 헌 옷을 빨고 고쳐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좌침치해족이호구·挫鍼治?足以糊口). 아울러 국가가 전쟁에 나갈 군인을 징집하면 장애로 면제를 받아 징집된 병사 사이를 휘젓고 다니고 대규모의 역사를 벌여도 질병을 이유로 동원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복지 차원에서 곡식과 땔나무를 받아 생계에 보탤 정도였다. 즉 국가적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징집과 동원의 대상이 돼 가족과 헤어지느라 울며불며 야단을 떨었지만 지리소는 장애로 아무런 위험을 겪지 않고 평소대로 사는 곳을 편하게 돌아다녔다. 이렇게 보면 지리소는 몸이 뒤틀려 있지만 자신과 가족을 잘 건사하고 천수를 누릴 수 있었다.





우리는 지리소 이야기에서 장자가 장애를 우스개의 소재로 삼았다거나 장애와 비장애의 관계를 너무 역설적으로 묘사했다는 식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장자는 장애와 비장애의 분류 틀을 넘어서 도대체 사람의 행복이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가를 묻고 있다. 즉 사람은 몸에 장애가 없으면 아무런 아픔이 없어 좋겠다고 하지만 그로 인해 세상살이에서 고초를 겪는다. 반면 몸에 장애가 있으면 아픔이 많아 삶이 힘겨우리라 여기지만 그 덕분에 세상살이에서 위험을 피해갈 수 있다. 따라서 인생은 겉으로 드러난 외관상의 장애 유무가 행복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개인과 세상이 이루려는 욕망이 사람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게 된다.

오늘날 우리는 좋은 대학에 가야겠다는 욕망을 품는 순간부터 일상과 학업을 목표에 정조준해 그에 조금이라도 비껴가는 일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가정과 학교는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한 기관으로 바뀌고 부모와 교사는 학생의 일탈을 허용하지 않는 자발적 감시자가 된다. 그렇게 해 좋은 대학 입학이 인생의 성공과 행복을 동시에 가져다주기를 바라지만 드라마와 현실에서는 모두 뒤틀린 욕망으로 힘겨워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장자는 오래전 지리소 이야기를 통해 ‘SKY 캐슬’과 같은 생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좋은 대학만을 위한 삶이 오히려 사람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쟁으로 내몰지만 힘겨우리라 예상하는 지리소의 삶이 먹고사는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바느질과 세탁으로 살아가는 지리소의 삶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대기업에 다니며 바쁜 삶을 살다가 건강에 이상 신호를 느끼자 귀농과 귀촌으로 삶을 전환하는 사람도 지리소의 삶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지리소의 삶은 자신의 삶과 성공과 행복을 외부의 기준에 맞추지 않고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반기며 살아가는 삶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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