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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해외 재벌들의 풍수사랑

리카싱, 사명에 長江기운 담아

트럼프, 풍수가 고용 호텔 개조

중국은행과 HSBC은행 빌딩 사이에 있는 청쿵센터. /위키피디아




해외 거부들의 풍수지리 사랑은 한국 재벌들 못지않다. 특히 아시아계 부호들 사이에서는 성장률, 실적, 시장 규모처럼 눈에 보이는 지표보다도 미신이라고 치부되는 풍수지리를 최우선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시아 최대 부동산 재벌로 꼽히는 리카싱 청쿵(長江)그룹 고문은 풍수지리를 중시하는 대표적 기업인이다. 12세 때 중일전쟁을 피해 중국 광둥성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그는 지난 1950년 플라스틱 제조사 청쿵공업(청쿵그룹의 전신)을 세우고 지난해 회장에서 물러나기까지 중요한 경영상의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풍수지리에 적잖이 의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장 ‘청쿵’이라는 사명은 양쯔강의 표준명인 장강(長江)에서 따온 것으로 ‘셀 수 없이 많은 물줄기가 모여 대륙을 관통하는 양쯔강’의 기운을 회사에 불어넣겠다는 창업자의 숨은 뜻이 있었다.

홍콩의 금융 중심지인 퀸즈로드센트럴에 우뚝 들어선 청쿵센터(지상 63층·높이 283m·1999년 완공) 역시 풍수지리에 입각해 세워진 건물이다. 1990년대 힐튼호텔 소유 부지를 매입해 본사를 세우려던 리 고문의 최대 고민은 양쪽에 위치한 마천루 중국은행 타워(1990년 완공)와 HSBC은행 홍콩 본점 빌딩(1985년 완공)에서 오는 불운을 막는 방법이었다. 중국은행 타워가 풍수지리를 무시하고 날카로운 칼날 형태의 고층빌딩을 세운 뒤로 길 건너 본드센터(리포센터) 소유주가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고 이 빌딩을 매각하는 등 악재들이 이어졌다. 급기야 HSBC 빌딩은 불길한 기운을 차단하기 위해 꼭대기에 두 개의 대포(캐논) 모양 조형물까지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리 고문은 두 빌딩에서 오는 ‘칼과 대포’의 기운을 막기 위해 풍수지리 전문가의 조언을 구했고 고심 끝에 사각형 모양의 빌딩을 건축했다. 싱가포르 온라인 매체 아시아원은 “풍수(feng shui)는 대형 프로젝트와 사업 분야에서 홍콩 문화 깊숙이 뿌리내려져 있다”면서 풍수에 의지해 행운을 비는 홍콩 최고 갑부의 믿음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중국 부호들의 휴양지로 각광받는 호주에서는 풍수지리에 따라 부동산을 사고파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중국의 억만장자 황샹모가 2012년 시드니 모스만 뷰티포인트 지역에 있는 초호화 저택을 1억2,800만달러에 매입한 것을 두고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곳이 ‘명당’이라는 분석이 자자했다. 사이먼매너스부동산의 리처드 사이먼은 “한 풍수지리 전문가가 중국에서 호주로 날아와 위치를 파악한 후에 매입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또 다른 중국의 억만장자인 잉리는 이 지역에 소유하고 있던 대저택이 나쁜 기운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2017년 팔아치웠다. ‘무화과나무 포인트(fig tree point)’라는 바위가 항구에서 돌출돼 있는데 이것이 저택을 향해 있어 불운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아시아에서 풍수지리가 사업과 투자상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과 유럽의 재벌들도 풍수지리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회사가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기운을 갖고 있다’는 신호를 투자자들에게 전하기 위해서 풍수지리 전문가들을 고용하는 사례까지 있다. 부동산 재벌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95년 2억3,000만달러 규모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타워’ 개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풍수지리 전문가인 펑잉과 그의 아버지 팅쑨을 고용했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모녀를 고용한 이유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 차원이었다”며 “펑잉이 ‘호텔 기운이 좋지 않다. 내 뜻에 따르지 않으면 프로젝트에 함께할 수 없다’고 완강히 버틴 결과 현재 호텔 곳곳에 그녀의 손길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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