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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우나… ‘공시가 급등’ 후폭풍 커진다

16일 지방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표준주택 공시가는 작년 대비 20.70%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서는 강남구의 상승률이 42.8%로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됐고 뒤이어 용산구(39.4%), 마포구(37.3%), 서초구(30.6%), 성동구(24.5%) 등 순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강남구 주택가 모습. /연합뉴스




올해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서울은 20% 이상, 전국 평균은 10% 넘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또다시 부동산 세금폭탄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7일까지 의견청취를 마친 ‘2019년 표준단독주택 공시예정가격’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상승률은 예년의 4배 수준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가격대별로 보면 공시가격 5억원 미만 주택은 평균 상승률이 13%지만 5억원대 주택은 33%, 10억~20억원 미만 고가주택은 50% 오른다. 국토교통부는 “전체 95%인 대다수 중저가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높지 않다”고 밝혔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5억원이면 서울의 단독주택 평균가격 수준”이라며 “정부가 근검절약해 집 한 채 장만한 이들에게까지 보유세 폭탄을 퍼붓는 셈”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공시가격은 기초노령연금, 기초생활보장 등 복지분야를 비롯해 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담금 산정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중요한 지표이기에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일부 자치구는 “너무 올렸다”며 반발하고 나서 적법성 논란으로 불똥이 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민주택 영향 미미하다”지만… “세금폭탄, 건보료 임대료 급등, 기초연금 탈락” 파장

공시가격 상승률은 5억원 이상에서 급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 단독주택 평균가격이 4억3,000만원 정도이기 때문에 평균 이상의 집은 모두 세금폭탄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내에 집다운 집을 한 채 갖고 있다면 무조건 보유세가 급증한다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서민주택과 일정가격 이하의 주택은 특별한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말은 결과적으로 현실과는 어긋나는 발언이 되는 셈이다. 연금이나 임대료로 생활해온 은퇴 노인들의 경우 보유세를 감당하기 힘들게 되고 “평생 산 집을 세금으로 빼앗느냐”라는 한탄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건강보험료도 은퇴 후 정기적인 소득 없이 집 한 채만 보유한 경우 20% 이상 오르는 일이 속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공시가격이 30% 올라도 전체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평균 인상액이 최대 월 2만7,000원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집값 상승률이 낮아도 건보료 인상 폭이 더 클 수 있다. 재산 규모별 60등급으로 나눈 뒤 해당 점수에 건보료를 매기는데 재산이 적을수록 등급간 금액 차이가 촘촘하고 많을수록 등급간 금액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싼 집이 아니더라도 공시가격이 오르면 등급이 급상승하지만 비싼 집은 공시가격이 웬만큼 올라도 등급이 한두 단계 상승하는데 그친다. 별다른 소득 없이 집 한 채 있는 노부부의 경우 건보료가 오르면서 “집 팔라는 말이냐”라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못 받게 되는 사례도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기초연금 수급자 탈락 예측 통계’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20% 오르면 총 5만6,838명이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탈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이 30% 오르면 탈락자는 9만5,161명으로 늘어난다. 보건복지부는 공시가격 30% 인상에 따라 9만5,161명이 탈락하더라도 소득 하위 70% 기준에 의해 다른 9만5,161명이 새로 수급 대상이 되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소득 없이 집만 보유한 노인은 탈락하고 소득은 있지만 집이 없는 노인은 수혜를 받는 사례가 상당수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초연금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집을 매각하는 ‘재산 다이어트’와 전월세 임대료 상승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1년 만에 ‘공시가 현실화’하려는 정부…‘깜깜이 산정’이 조세저항, 적법성 논란 부를 판

국토부는 공시가격 산정 과정에서 어떤 데이터를 쓰는지, 시세는 어떻게 책정하는지 밝히지 않는다. 소유주 의견청취를 거친다고 해도 집주인으로서는 그해 자기 소유의 집 공시가격만 볼 수 있을 뿐 비교대상이 없어 상승률이 적정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시세의 40~50% 안팎인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아파트 수준인 70% 정도로 올리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또 이 과정에서 국토부가 한국감정원에 고가 단독주택(2018년 공시가격 20억원 이상) 공시가격을 최고 세배까지 올리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고 그 때문에 ‘징벌적 과세’ 논란도 커지고 있다. 공시가격의 신뢰성을 개선하지 않은 채로 부자 과세와 집값 안정을 위해 공시가격을 급격하게 올리려다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마다 명확한 인상 근거를 밝히지 않는 상황이라 결국 조세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공시가격이 복지수급에서 서민들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공시가격을 대폭 올려 보유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은퇴 계층의 반발을 감안해 기초연급, 건강보험 등 각종 복지제도에서 공시가격 반영 비중을 축소하기로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공시가격에 일종의 할인율을 적용하거나 계산에서 일정 금액을 덜어내는 방안과 공시가격 변동에 따른 복지 제도 점수 변동 폭을 1년에 50%이내 같은 식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시가격을 급격하게 올려놓고 문제가 불거지니 패치(수정용 프로그램)로 때우겠다는 건데 최저임금을 급등시켜 자영업자를 곤경에 빠뜨리곤 지원해주겠다고 달래던 패턴과 똑같다”며 “뒤집으면 비싼 집 가진 사람으로부터는 불평등하고 무원칙하게 세금을 더 걷어도 된다는 논리인데 초법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의 적정가격과 조세 형평성이라는 공시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 산정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앞서야한다”고 말한다. 정부 정책방향에 따라 공시가격이 크게 달라지고 공시가격이 신뢰성을 잃게 된다면 조세저항을 넘어 공시제도 자체에 대한 적법성 논란까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정법기자 gb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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