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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⑤경제] 경직된 노동시장이 성장 발목..선진국 절반 밑도는 생산성 높여야

<하> 다가오는 '제로성장'시대 - 구조개혁이 열쇠

'노사협력' 세계 최하위권

시간당 생산성 34弗 그쳐

경제 가장 큰 '아킬레스건'

교육정책도 '입시'에 매몰

4차 산업혁명 걸림돌로

R&D 사업화 여전히 부실

연구과제중심 뜯어고쳐야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아 “구조개혁을 하면 노동생산성이 높아지고 경제성장이 촉진되며 잠재성장률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잠재성장률을 높일 방안을 구조개혁에서 찾은 셈이다. 2019년 새해를 맞아 국내 경제 수장들이 내놓은 신년사에서도 같은 인식을 엿볼 수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노동시장 개혁 등) 10년 넘게 지체되거나 미뤄져온 과제들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했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미래 성장의 원천이 될 선도산업을 발굴·육성하는 것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례를 볼 때 구조개혁은 또다시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수많은 국내외 기관, 전문가들이 한국의 노동·교육, 연구개발(R&D) 분야 등에서의 구조개혁을 주문했지만 제대로 실행에 옮겨진 경험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의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고 있고 교육은 암기 위주의 교육과정에서 수십년째 답보 중이다. 올해 R&D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2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단기성과’에만 급급한 나머지 ‘기술입국’에 기여하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 노동시장=경직된 노동시장은 성장의 발목을 잡는 주범으로 꼽힌다. 대립적 노사관계와 높은 정리해고 비용 등 노동시장의 구조가 경직돼 있는 탓이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를 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140개국 가운데 73위에 불과하다. 정리해고 비용(114위)과 노사협력(124위)은 전 세계 최하위권이다.

노동개혁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노동생산성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4.3달러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2개국 중 17위에 그쳤다. 1위인 아일랜드(88.0달러)의 38%에 불과한 수준이다. 낮은 노동생산성은 성장을 갉아먹고 일자리도 창출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4차 산업혁명 코앞인데…입시에만 매몰된 교육=우리나라의 교육환경도 생산성 향상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원인이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국가교육과정은 열다섯 번 변했고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1994년 도입된 수학능력시험도 총 열아홉 번이나 달라졌다. 최근에는 기존 교육과정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자유학기제나 고교학점제와 같이 학생들의 창의력을 살리기 위한 제도도 연이어 시행됐다. 수십 차례의 개편에도 교육현장의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았다. 명문대 입학이라는 맹목적인 목표가 지금껏 유지돼온 탓이다. 최근 대치동 학부모들 사이에서 자녀들의 대학 입시를 컨설팅해주는 코디네이터가 인기를 끌고 있는 모습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우리 교육현장을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평가방식과 입시제도의 근간을 유지하는 한 근본적인 교육개혁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교육제도로는 생산성 향상은 물론 4차 산업혁명 대비도 요원한 일이 된다는 지적이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고벤처포럼 회장은 “우리가 신봉하는 수월성 교육은 갈등을 불러오는 교육이며 융합과 협력이 바탕인 4차 산업혁명과 배치된다”며 “교육개혁 없이는 4차 산업혁명도, 미래도 없다”고 조언했다.

◇R&D에 20조원 쏟아붓지만…‘될 듯한 연구만 반복’=혁신성장의 동력으로 여겨지는 R&D 투자의 구조개혁도 필수적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R&D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예산 비중 역시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2017년 기준)다. 외형만 놓고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성과는 저조하다. 중장기계획 없이 정권에 따라 R&D 정책이 달라지면서 ‘단기성과’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90%가 넘는 국가 R&D 과제 성공률은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R&D 정책의 한계를 보여준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 R&D 과제 성공률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93.6%를 달성했다. 그러나 실제 사업화에 성공한 비율은 절반에 그쳤다. 기술 개발에 치중한 나머지 기획이나 사업화 가능성 등 실효적인 측면에서의 고려가 부족했던 탓이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도 다를 게 없다. 출연연 연구원들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꺼린다. 과제를 따오지 못하면 월급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Project Based System) 탓이다.

유욱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은 “연구자들이 실패하면 안 돼 결과가 뻔한 계획서를 제출한다”며 “도전적인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R&D 자금의 기획·심사·평가 기준을 달리해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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