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비상벨 울리는 상업용 부동산] 매년 3~5개월 '렌트프리' 다반사...입지 좋은 빌딩도 공실률 40%

경기침체 직격탄...일부 건물 준공 5년만에 겨우 임차인 채워

공유 오피스와 '20년-年 3개월 임대료 면제' 굴욕 계약도

"오피스 수요 줄어드는데 공급은 늘어...올 가격 하락 가능성"

2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오피스빌딩 입구에 층별 공실 현황이 게시돼 있다. /이호재기자






# 공유 오피스 업체인 A사에는 요즘 자산운용사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도심과 여의도 등에 오피스빌딩을 보유한 이들 자산운용사가 공실률 해소를 위해 ‘제발 입주해달라’고 읍소하고 있어서다. 매년 3~5개월 렌트프리(무상임대)에 인테리어 비용 지원은 기본이다. A사 대표는 “장기간 비어 있던 도심과 여의도의 대형 빌딩뿐 아니라 향후 준공할 예정인 빌딩의 관계자들도 공실 걱정에 미리미리 임차인을 구하러 다닌다”고 말했다.

# 지난해 오피스빌딩을 대거 매입했던 NH투자증권은 최근 긴급점검에 나섰다. 지난해 큰 딜을 따냈지만 셀다운(재판매) 과정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장 주재로 부동산 부문에 대한 긴급관리회의를 진행했다. NH 외에 다른 증권사들도 초긴장 상태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대장주인 오피스 시장의 현주소다. 경기침체 장기화 등으로 도심 일부 빌딩의 경우 실공실률이 30~50%에 달한다. 뛰어난 입지의 건물이 준공 5년 만에야 가까스로 임차인을 구한 사례도 있다. 문제는 지난해 오피스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며 거래 규모와 가격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률은 갈수록 곤두박질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오피스 수요는 줄어드는 데 반해 공급은 지속될 예정이어서 경고음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늘어나는 공실, ‘렌트프리 5개월+인테리어 비용’=오피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도심에 대규모 빌딩이 준공되면서 공실이 급증하고 있다. 종로구 디타워의 경우 최근 법무법인 세종이 입주를 결정하면서 준공 5년 만에야 겨우 만실이 됐다. 대신 세종이 입주해 있던 스테이트타워남산은 대규모 공실이 불가피하다. 종로타워도 공실이 30%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부영을지빌딩도 40%가량 비어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용산사옥으로 입주하면서 시그니처타워도 상당수 층이 비어 있다.



여의도 상황도 마찬가지다. LG 계열사들이 마곡으로 이주하면서 전경련빌딩에는 빈 공간이 넘친다. 장기 공실에 시달리던 IFC 건물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최근에야 공실을 채웠지만 향후 초대형 빌딩인 파크원과 재건축 중인 사학연금빌딩이 준공되면 다시 공실률이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피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심의 경우 좋은 위치에 있는 새 빌딩도 임차 규모에 따라 렌트프리 기간이 연 3~4개월은 기본이다. 임대 규모가 크면 최대 5개월까지 주고 인테리어 비용도 지원하고 있어 사실상 반값 임대료 수준”이라며 “그나마 강남권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 렌트프리는 2개월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공유 오피스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공실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계약조건을 보면 굴욕(?)적이다. 도심의 한 빌딩은 공유 오피스 업체와 장기 계약을 맺으면서 5년까지는 연 5개월, 6~8년차는 연 4개월, 이후 20년까지는 연 3개월의 렌트프리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유 오피스가 실제 상당히 저렴한 임대료로 입주하면서 일종의 공실률 착시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가격은 되레 올라…“리스크 관리 경고등”=오피스 매매가격은 오히려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더케이트윈타워가 3.3㎡당 2,8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후 하반기에는 삼성물산 서초사옥이 3.3㎡당 3,050만원에 거래되며 기록을 갈아치웠다. 스테이트타워남산도 2,900만원에 우선협상대상자가 최근 정해졌다. 메이트플러스에 따르면 도심 오피스 가격은 지난해 4·4분기 기준으로 3.3㎡당 2,560만원으로 전년 평균 대비 20%나 뛰었다. 강남권역은 3.3㎡당 2,266만원으로 13% 올랐다.

이런 가운데 수익률은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CBRE코리아에 따르면 A급 이상 오피스의 투자수익률은 2017년 1·4분기만 해도 5.72%였으나 지난해 초 4.78%로 하락했으며 연말에도 4.71%로 떨어졌다. 연기금의 대체투자담당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수익률(캡레이트)이 7~8%선이었으나 지금은 4%대”라며 “서울 오피스 투자수익률이 런던 수준으로 떨어져 투자 매력도가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경고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침체로 인력 구조조정이 지속되며 사무실 수요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도심과 여의도 등에서 공급은 꾸준히 증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부영을지빌딩의 오피스 매각이 무산되고 빌딩 매입에 공격적으로 나섰던 NH투자증권이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NH투자증권 외에도 주요 증권사들이 시장 분위기가 바뀌자 뒤늣게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부동산 투자에 대한 심사기준을 한 단계 높여 오피스 투자를 당분간 자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투자증권 또한 국내 오피스 관련 투자 심사를 한층 깐깐하게 하고 해외 인프라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크게 상승한 오피스빌딩이 가격 부담 속에서 거시경기 둔화와 맞물리면서 올해에는 거래 규모가 축소되는 등 일정 기간 조정기를 가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혜진 ·강도원기자 has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