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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서울옥션 강남센터, 삭막한 압구정 로데오 비추는 '구릿빛 조명등'

● 일상 파고든 예술·문화공간

경매장 외 전시·이벤트홀 등 곳곳에

일반 대중에게도 미술 접근성 높여

● 세계적 명장 빌모트 손으로

佛샹젤리제 거리·엘리제궁 개축 주도

인천공항 설계 등 한국과도 인연 깊어

서울옥션 강남센터의 전경. 메탈 소재의 수직바가 건물의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다.




국내 미술계 지도에서 강남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대 이후다. 전통적 미술 중심지는 인사동·삼청동이었지만 부의 중심축이 강남으로 옮겨가자 자연스레 신사동·청담동·압구정동 같은 곳에도 미술을 소비할 수 있는 공간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강남은 종로와 함께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이런 강남에서 예술을 담는 특색 있는 공간이 최근 또 하나 새로 생겼다. 서울옥션 강남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1998년 삼청동에서 시작한 서울옥션은 강남에서 저변을 넓히기 위해 최근 이 건물을 세웠다. 보다 많은 다수가 일상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길 기대하는 서울옥션의 바람이 녹아 있는 건물이기도 하다.

1층 로비 모습. 이 건물은 일상 속 예술을 향유하는 문화공간을 꿈꾼다.


◇ 구릿빛 외관으로 빛나는 신사동의 조명등 같은 건물=서울옥션 강남센터는 ‘압구정 로데오(행정구역 신사동)’의 외곽 부근에 위치해 있다. ‘압구정 로데오’는 한때 소비문화의 상징과 같은 곳으로 여겨질 만큼 상업 시설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곳이다. 흔히 ‘꼬마빌딩’이라 불리는 4~5층짜리 규모의 건축적으로 별 특색 없는 콘크리트 ‘박스’들이 좁은 간격으로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는 뜻이다.



서울옥션 강남센터는 이런 일대의 모습과 확연히 비교돼 돋보인다. 사실 이 건물은 건축면적 432.21㎡(약 130평), 8층 높이로 지어져 규모가 인근 건물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지는 않다. 그렇지만 건물의 외부에 설치돼 공중을 향해 뻗어 있는 구릿빛의 금속물은 이 건물의 규모를 더 웅장하게 보이게 한다. 또 이 구릿빛의 색상은 건물에 무게감을 입혀주며 단조로운 동네에서 이 건물이 마치 빛을 비추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는 설계를 맡은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의 의도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주변 환경과의 차별화를 위해 구릿빛 금속 소재로 건물 외관을 디자인했고 공간의 유연한 소통과 깊이감을 표현했다”면서 “조명 박스(Lighting box) 형태와 이미지는 신사동의 미술 랜턴(조명등) 역할을 하길 바라는 희망을 담았다”고 했다.

7층 경매장 전경. 외부에 설치된 금속바가 빛에 비쳐 건물 내부에 다채로운 느낌을 준다.




◇일상 속 예술을 향유하는 문화 공간=이 건물의 주목적은 미술품 경매다. 미술 경매는 본질적인 속성상 일반 대중들이 다가가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어쩔 수 없이 소수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태초부터 지닐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서울옥션 강남센터에는 이런 제약을 최대한 극복하려는 노력이 깃들어 있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이사 겸 부회장은 강남센터에 대해 “전시장과 경매장 외에 공연장 등 다양한 시설을 마련해 소수에 국한된 경매시장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미술을 향유하고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지하 4~5층 이벤트홀. 복층구주와 공간에 배치된 이동경로는 관람자에게 산책로를 걷고 있는 느낌을 준다. /권욱기자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일상’이라는 콘셉트가 가장 잘 녹아든 곳은 아마 지하 4~5층이 아닐까 한다. 지하 4~5층은 전시장 및 이벤트홀의 용도를 위해 마련된 곳. 그런데 이곳은 다수의 전시장과 다르게 천장 높이 7m의 복층 구조로 만들어졌다. 이에 관람자들은 입구로 들어가면서 마치 카페 테라스를 온 느낌을 받는다. 이동 동선에 따라 내부 전시물을 관람하다 보면 산책로를 거닌다는 인상도 준다. 게다가 보다 많은 대중이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경매 작품들로 내부를 채운 점 역시 일상이라는 테마와 가까워 보인다. 여기에 대중들이 예술과 친밀도를 높일 수 있도록 5층에 또 다른 전시장을 마련해 무료로 개방해뒀다.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교육 공간까지 들어서면 좀 더 대중과 가까워지는 예술의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옥션 강남센터를 설계한 장 미쉘 빌모트. /사진제공=서울옥션


◇세계적인 건축가 빌모트가 설계한 건물=서울옥션 강남센터는 프랑스 건축가 장미셸 빌모트의 설계 작품이다. 빌모트는 1948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파리 카몬도 디자인학교를 졸업했다. 1975년 파리에 건축사무실을 세운 뒤 빠른 시간 안에 탁월한 능력으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이화여대 ECC를 설계한 도미니크 페로, 강남 교보타워의 마리오 보타, 동대문 DDC의 자하 하디드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작품성을 자랑하는 명장으로 알려진다. 파리 엘리제궁과 드골공항의 개축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현재의 파리 샹젤리제 거리 역시 빌모트의 작품이다.

그는 유독 한국과 인연이 깊다. 홍익대 건축대학 초대 학장을 맡아 한국 건축이 한 단계 도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고 1998년 가나아트센터, 2000년 인천국제공항 등 한국의 건축 품격을 높여준 작품들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서울옥션의 평창동 사옥도 빌모트의 작품이다. 이런 서울옥션과의 인연은 지금까지 계속돼 서울옥션의 두 번째 사옥 건립에도 참여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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