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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 이야기] 신형 무기 등장·유지비 껑충…러시아제 무기, 한국군서 사라진다

<75> 25년만에 저무는 '불곰사업'
T-80U 전차·BMP-3 장갑차
연비 떨어지고 부품 조달 어려워
해군도 무레나급 공기부양정 도태
일부 무기, 신형 확보 없이 퇴출
전력 약화 방지 대책 마련 시급

[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 이야기] 신형 무기 등장·유지비 껑충…러시아제 무기, 한국군서 사라진다
사격 훈련 중인 육군 3기갑여단 T-80U 전차.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편이지만 후속 군수지원의 어려워 과학화훈련장 등에서 교육용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사진제공=국방일보

한국군에서 러시아제 무기가 급속하게 퇴장하고 있다. 공군이 러시아산 초등훈련기를 국산으로 교체한 데 이어 해군도 무레나급 공기부양정 3척을 상반기 중 현역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육군은 한국군이 운용하는 러시아 무기의 상징 격인 T-80U 전차와 BMP-3 장갑차의 ‘운용 효율화(도태)’에 들어갔다. 육·해·공군에서 한꺼번에 러시아 무기의 그림자까지 사라지는 이유는 두 가지다. 국산 신형 무기가 등장하는데다 갈수록 후속 군수지원이 어려워 운용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무기의 경우 신형 확보가 선행되지 않은 채 도태되고 있어 전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4반 세기 만에 꺼지는 불곰사업=서방 반공 진영의 최일선에 서 있던 한국이 러시아제 무기를 도입한 계기는 지난 1991년 소련과의 국교 수립이다. 북방정책으로 표방되는 대공산권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던 노태우 정부가 수교의 대가로 30억달러의 대소 경협차관을 약속한 게 시발점이다. 그러나 14억7,000만달러 차관이 제공된 상황에서 1992년 소련 붕괴라는 변수가 생겼다. 소련의 대외 채권과 채무를 승계한 러시아가 출범과 동시에 경제난에 봉착한 상황. 상환 실적도 극히 부진해 1995년까지 현금 1,910만달러와 알루미늄 1,270만달러어치만 갚았을 뿐이다.

결국 두 나라는 1995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무기 현물 상환에 합의, ‘불곰사업’이라는 명칭 아래 러시아제 무기가 대거 들어왔다. 전차와 장갑차, 각종 미사일, 기초훈련기, 공기부양정 등 육·해·공 무기체계를 망라한 러시아제 무기는 그동안 현역을 지키고 군의 신무기 개발에도 적지 않게 기여했으나 갈수록 유지비가 늘어나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군의 고민 끝에 현역에서 제외하기에 이르렀다. 4반 세기 만에 불곰사업이 사실상 종료되는 셈이다.

◇T-80U 전차도 도태 대상=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러시아 무기는 T-80U 전차.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1995년 당시 북한이 받은 충격은 더욱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에 배치되기 직전에 선적돼 부산항에 도착한 T- 80U 전차를 접한 국내 관계자들은 다시금 놀랐다. 수출형은 성능을 낮추는 통례와 달리 온전한 상태로 들어온 T-80U 전차는 국산 K2 흑표전차 개발에도 영향을 미쳤다. 연비는 나쁘지만 조용하고 폭발적인 힘을 내는 가스터빈 엔진과 대구경(125㎜) 주포의 위력을 높이 평가한 우리 군은 3기갑여단에 배치, 현역 목록에 올렸다. T-80U 전차와 함께 들여온 BMP-3 장갑차도 이 부대에 배치됐다. 100㎜ 저압포를 장비한데다 수상 주행능력이 뛰어나 강과 호수가 많은 동부전선에서 운용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러나 일선에서 운용한 지 20여년이 갓 지난 오늘날 T-80U 전차 1개 대대와 BMP-3 장갑차 2개 대대는 급속한 해체 절차를 밟고 있다. BMP-3을 장비한 2개 기계화보병대대 가운데 1개 대대는 지난해 말 이미 해체됐다. 보유했던 장비는 과학화전투훈련장(KTCT)과 기계화학교로 보내지거나 전시에 대비한 치장물자로 돌려졌다. T-80U 전차도 일부가 강원도 내 과학화훈련장에 파견 형식으로 나갔다. 나머지 전차들도 비슷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육군은 과학화훈련장을 키우고 새로 증설할 예정이어서 ‘적성 전차’로서 T-80U 전차의 수요는 많은 편이다. 일각에서는 더 운용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그럴 수도 없는 형편이다. 탄약과 부품 도입 관련 예산이 지난해 예산심사와 심의 과정에서 삭감된 탓이다. 군은 3기갑여단의 T-80U 전차의 용도변경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전차대대를 배속시켰다. 옛 8기계화보병사단 예하의 1개 전차대대(K1E1 전차 운용)를 해체된 BMP-3 운용 기계화보병대대의 주둔지에 배치한 것이다. 러시아제로 무장한 1개 전차대대와 2개 기보대대 중에서 온전히 남은 것은 BMP-3 장갑차를 보유한 1개 기보대대 뿐이다.

◇러시아에 역수출 무산=한국군이 T-80U 전차와 BMP-3 장갑차를 도태시킬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며 러시아는 2015년 물물교환 형식으로 다시 역수입하겠다고 제의하고 나섰다. 러시아는 한국이 보유한 T-80U 전차 등이 우크라이나 또는 각 지역의 반군에게 흘러 들어가는 경우를 우려해 이같이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도 관심을 가졌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미국 등 서방 진영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경제제재의 수위를 높이는 마당이어서 러시아와 무기반환 협상을 이어갈 수 없었던 까닭이다. T-80U 전차는 생산공장이 일찌감치 문을 닫아 러시아군조차 부품 수급에 애로를 겪고 있다. 결국 T-80U 전차는 여전히 한국군의 현역 목록에는 올라 있으며 유사시 거리가 멀지 않은 원소속부대로 즉각 복귀할 수 있으나 사실상 교육용으로 용도가 제한되며 조만간 도태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사상 첫 감소 넘어 전차 보유량 2,000대 선 깨질 수도=최근 발간된 ‘2018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우리 군이 보유한 전차는 약 2,300여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2,400대를 유지하다 100대가 줄어들었다. 국방백서에 나타난 한국군 전차 보유량이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부터 미국제 구형 M48 전차 중에서도 90㎜ 주포를 장착한 M48A3K를 치장용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M48A3K 전차가 완전 도태될 오는 2021년 말에는 보유 대수가 2,100대로 줄어들게 돼 있다. 물론 K2 흑표전차가 160대 더 생산될 예정이지만 문제는 K2 전차가 전력화할 시점이라면 105㎜를 장착한 M48A5K 전차(약 500여대)의 도태 시기가 맞물릴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장부에는 있어도 사실상 후선으로 빠진 T-80U 전차(35대)까지 감안하면 보유량은 더욱 줄어든다. 국방백서로 확인 가능한 한국군의 전차 보유는 1988년 1,500대에서 1995년 2,015대를 거쳐 1997년 2,300대, 2010년 이후 2,400대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동안 M47 등 구형 전차를 도태시키고 K1·K1A1·K2 등 신형 전차를 확보하면서도 계속 증강해온 전차세력이 사상 처음으로 감소할 뿐 아니라 수년 내에 2,000량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K2 전차 추가 생산 등의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 이야기] 신형 무기 등장·유지비 껑충…러시아제 무기, 한국군서 사라진다
K-200장갑차 발사대에서 표적을 향해 발사되는 메티스S-M 대전차 미사일. 국산 현궁 미사일로 교체되고 있다./사진= 국방일보 제공

◇이글라·메디스-M 미사일도 도태=1차 불곰사업으로 들어온 SA-18 이글라(Igla) 휴대공 대공미사일은 일찌감치 도태됐다. 프랑스제 미스트랄 미사일을 거쳐 국산 신궁 미사일로 교체가 진행 중이다. 이글라 미사일은 사라졌어도 국산 신궁 미사일의 탐색기 개발에 영향을 미쳤다. 육군의 연대급에서 사용하던 9К115-1(Metis-M) 대전차 미사일도 도태 과정에 들어섰다. 국산 현궁 대전차 미사일이 배치되며 치장물자로 돌려지고 있다. 메티스-M 대전차 미사일은 대량이 도입돼 사단급 화력이던 대전차 미사일이 연대급까지 돌아가는 데 기여했다. 메티스-M보다 성능이 뛰어난 현궁 미사일은 더욱 많은 수량이 보급될 예정이다.

◇해군, 무레나급 공기부양정도 치장 보관=해군도 2006년부터 서해에서 운용해온 무레나(Murena)급 공기부양정(Hovercraft) 3척을 올해 안에 치장물자로 돌릴 계획이다. 무레나급은 만재 배수량 149톤으로 공기부양정치고는 대형이어서 병력 130명 또는 화물 24톤의 고속 수송이 가능하다. 속도 역시 최고 55노트로 해군 함정 가운데 가장 빠르다. 항속거리도 370㎞로 길다. 자함방어용으로 러시아판 발칸포라고 할 수 있는 회전식 AK-630 기관포를 2문 장착한다. 장점이 많은데도 퇴역하는 것은 연비가 나쁘고 부품 조달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과 더불어 무레나급을 운용하던 러시아 해군도 같은 이유로 8척을 도태시켰다. 해군은 무레나급을 창고에 집어넣는 대신 국산 솔개-Ⅱ 공기부양정을 두 척 더 건조해 네 척을 운용할 계획이다. 솔개-Ⅱ급은 무레나급과 비슷한 크기지만 화물적재 능력이 훨씬 커 전차 1대를 수송할 수 있다. 대형 상륙함에 탑재돼 초수평선 상륙작전에 투입될 예정이다.

◇공군 T-103 기초훈련기 도태=공군은 2004~2006년 도입해 초등훈련기로 활용해온 T-103을 지난해 4월 퇴역시켰다. 러시아제 Il-103에 한국 공군의 제식명칭을 부여한 T-103은 23대가 도입돼 사고로 1대를 잃어 22대가 남은 상태. 치장물자로 돌리지 않고 2대는 공군사관학교 박물관에 보냈고 20대는 전시물 용도로 활용이 검토되고 있다. 조기 퇴역의 이유 역시 다른 러시아제 무기와 비슷하다. 총생산량이 60여대에 불과해 러시아에서도 부품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개수한 부분이 말썽이 나면 러시아 기술진도 고칠 수 없어 조기 퇴역을 결정했다. 마침 국산 초등훈련기 TC-100 개발이 완료돼 T-103을 전량 대체했다.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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