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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해군, 오호츠크·베링해까지 누벼...'韓·中·日 북극해 삼국지' 예고

< 76> 작전 반경 넓히는 해군
창설 100주년 '해군비전 2045' 마련
북극항로 개설 때 해상 안전 확보 차원
신울산급 배치 Ⅳ 사업 등 신형함 건조
日 新통상 해역 겨냥 호위함 22척 건조
中은 '2차대전후 최대 구축함' 만들어
3국 해군 북서·동항로 기선제압 나서

[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해군, 오호츠크·베링해까지 누벼...'韓·中·日 북극해 삼국지' 예고

해군의 작전반경이 오호츠크해와 베링해로 넓어진다. 군은 이를 위해 신형함 건조를 늘리고 대양 작전이 가능한 함정들을 모아 기동함대로 키우는 밑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연안에 머물던 우리 해군이 작전반경을 확대하는 이유는 두 가지. 미국 등 우방국과의 연합방위 능력을 확대하고 새로운 통상교역 루트로 부상하는 북극항로에서 우리 선박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북극항로에는 우리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어 찬 바다에서 한중일 해양 삼국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2045년까지 작전반경 크게 확대=해군의 이런 계획이 담긴 것은 ‘해군 비전 2045’. 해군 창설 100주년을 맞는 오는 2045년께의 미래를 구상한 청사진이다. 지난해 10월 제주 국제관함식을 앞두고 기초개념이 잡혔다. 해군은 올 들어 예비역들을 중심으로 각 지역 정책설명회를 잇달아 개최하며 핵심내용을 알리고 있다. 물론 회의적인 반응도 없지 않다.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변수가 나날이 바뀌는 판에 26년 뒤인 2045년을 기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지적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함정의 소요 제기와 의견 취합, 설계와 건조에 오랜 시일이 걸린다는 점에서 26년 뒤가 먼 미래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 시점에서 계획을 세워야 4반세기 후에 실현되는 것이 함대 건설이라는 얘기다. 고속정 수준의 함정밖에 만든 경험이 없던 한국 해군이 미국제 구형 구축함을 대체하려고 건조한 울산급 호위함을 마지막으로 진수한 게 1992년. 바로 아래인 포항급 초계함은 1993년 공주함 건조를 마지막으로 건함계획을 마쳤다. 호위함과 초계함으로 국산함정 시대를 열고 한국형 구축함 Ⅰ·Ⅱ·Ⅲ 을 주축으로 하는 오늘날의 해군을 건설하는 데 드는 시간도 26년이다.

◇지난 26년과 새로운 26년, 뭘 해야 하나=지난 26년 동안 한국 해군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한국형 구축함뿐 아니라 잠수함과 대형상륙함·군수지원함을 모두 국산으로 뽑았다. 변변한 대형함정을 단 한 척도 만들지 못하던 나라가 고속정에서 구축함은 물론 소해함과 대형상륙함·중형잠수함에 이르기까지 전 함정을 국산화했다는 사실은 기적에 가깝다. 해군의 주력함정 중 독일에서 직도입한 잠수함인 장보고함을 제외하면 모두 국산이다. 모든 함정을 국산화하는 나라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신울산급 배치 Ⅳ 사업 신규 착수=그렇다면 앞으로 26년 동안 해군의 모습은 어떻게 전개될까. 국산 2세대급 이상 함정으로 모두 바뀐다. 이미 이지스구축함 Ⅱ와 차기 한국형구축함(KDDX) 건조계획이 확정됐다. 신울산급 배치(batch) Ⅱ(대구급) 건조가 끝나면 울산급 배치 Ⅲ 건조로 바로 이어질 예정이다. 최근에는 울산급 배치 Ⅳ 사업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동안 울산급 이후 함정에 대해 추측이 많았지만 국방기술품질원이 울산급 배치 Ⅳ 건조를 위한 선행 연구를 공모해 군의 계획이 일부나마 제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해군이 새로운 울산급을 추가 건조하려는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새로운 울산급 시리즈의 건조물량이 모두 20여척으로 옛 울산급(9척)과 포항급(동해급 4척 포함 28척)을 대체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신울산급의 전력지수가 구울산급이나 초계함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지만 절대 척수가 부족한 점은 사실이다. 두 번째로 새로운 대양함대 건설 필요성이 높아졌다. 해군은 대양항행에 무리가 없는 대형구축함을 중심으로 7기동전단을 운영하고 있으나 연안 임무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울산급 배치 Ⅳ 건조는 연안 임무를 새롭게 구성될 호위함과 유도탄정·유무인항공기에 맡기고 대형함정은 한국이 필요한 해역 어디든 출동할 수 있는 전력으로 키운다는 전략 아래 추진되고 있다. 울산급 배치 Ⅳ는 연안작전에 주력하되 필요하면 먼바다 작전도 가능하도록 설계할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급 배치 Ⅲ부터 레이더를 하나의 마스트(기둥)에 탑재하는 통합 마스트를 채용하고 배치 Ⅳ에서 더욱 발전시키며 KDDX에서는 이지스레이더 시스템까지 탑재하는 발전 방향이 유력하다.

◇수출 6위 국가에 걸맞은 통상로 안전 확보에 주력=해군이 작전반경을 오호츠크해와 베링해로 넓힌다는 장기계획도 결국은 다양한 안보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특히 경제 안보를 중시해 우리 화물선들의 해상교통로 안전 확보를 뒷받침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북극항로는 주요 통상국가들이 진출 경쟁을 벌이는 해역. 지구온난화로 북극 얼음층이 엷어져 연중 항행이 가능할 수 있다는 보고서가 잇따라 나왔다.

부산에서 출항해 유럽 각국의 항구에 닿는 데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태평양과 대서양을 도는 항로보다 시간을 40%가량 단축할 수 있다. 비싼 통행료를 내고 파나마나 수에즈운하를 통과할 필요도 없고 성가시게 준동하는 해적도 존재하지 않는다. 해군은 구축함뿐 아니라 준항공모함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F-35B전투기 등도 이 기간에 도입할 계획이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예비역 해군 대령)은 “통상국가에서 해상교통로 안전은 생명선이나 다름없다”며 “북극 항로가 개설되면 우리 해군이 아덴만까지 진출해 국적선의 자유항행과 안전을 지켰던 것처럼 북극권에도 해군력이 투입돼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국장은 “북극권이 아니라 블라디보스토크까지 항해하더라도 구축함 이상의 대형수상함정과 장시간 바다 밑에서 작전할 수 있는 원자력추진잠수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건조한 최초의 원자력잠수함인 노틸러스호의 첫 항해지도 북극해였다.

◇한중일 북극해 삼국지 예고=북극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도 주목하는 해역. 삼국 모두 무역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고 있으며 북극항로가 뚫릴 경우 가장 많이 이용할 나라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최근 호위함을 무려 22척이나 새로 건조하는 이유도 4개 호위대군의 주력인 8척 이지스구축함과 항공모함으로 전용 가능한 2개 이즈모급 대형상륙함을 남중국해와 북극해를 비롯한 대양 세력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중국 역시 이지스시스템과 유사한 방공함인 052D급 구축함을 무려 26척이나 뽑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구축함’으로 순양함 크기에 버금가는 055급 구축함을 8척 건조하고 있다. 항공모함과 잠수함은 물론 각종 미사일 수백 기를 적재한 아스널십을 잠수함 형태로 건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호츠크해와 베링해, 북서항로와 북동항로가 한중일 삼국의 해군력이 가장 집중적으로 투사되는 지역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한국 구축함과 레이더 갈등을 부각하는 기저에도 원양으로 진출하려는 한국 해군에 대해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극항로 아니더라도 3국 간 경쟁 불가피=물론 변수도 적지 않다. 기후가 갑작스레 변하면 북극항로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북극 환경보존을 위한 국제협력과 미국이 자국 영토인 알래스카를 제외하고는 북극권 개발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한반도 비핵화가 진전되고 한국전쟁 종결까지 선언되면 군비축소 논란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해양에서의 중국과 일본 간 군비확장 경쟁은 이미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한국 입장에서는 역내에서 최소한의 발언권을 유지하려면 최소한이 억제력 확보가 필요하다. 평화가 도래하더라도 민족의 억제력 확보 차원에서 대양해군 육성을 위한 남북 간 공감대 형성이 당면 과제다. 한국은 지금 급변하는 여건을 헤쳐나갈 해양력을 키우느냐 쪼그라드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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