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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문턱 높은 규제샌드박스

민병권 바이오IT부 차장





지난달 하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최한 규제샌드박스 설명회에 참석한 벤처 업계 관계자 A씨는 실망스러운 얼굴로 발걸음을 돌렸다. 신기술이나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최대 3년까지 기존 규제의 적용을 유예해준다는 말에 잔뜩 기대하고 갔지만 정작 당국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혜택을 받기 위한 문턱이 높더라는 것이다. A씨는 “설명회에 가보니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적용을 받으려면 신청자가 자신의 기술에 유해성이 없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고 입을 뗐다. 이어 “입증 자료를 만들려면 신기술에 대한 실증 사업을 벌여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 실증 사업 자체를 허가받으려면 유해성이 없다는 점을 먼저 입증하라고 하니 답답하다”고 낙담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정보기술(IT) 업계의 간부 B씨도 “규제샌드박스를 적용받으려면 이것저것 기업들이 갖춰야 할 요건들이 상당하더라”며 “그것 자체가 또 다른 규제처럼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물론 국가적 차원의 공공성을 우선시해야 하는 정부 당국자들로서는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을 덜컥 허가했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사후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해 이런저런 입증 요건을 규제샌드박스 심의 기준으로 못 박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청기업인의 시각에서 보면 이것은 규제샌드박스 신청을 저해하는 ‘문턱’ ‘장벽’이 될 수 있다.



심의 기준도 보다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정해 공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규제샌드박스 제도 중 ‘임시허가’ 제도의 적용을 받으려면 신청자가 관련 법 규정에 따른 시험 및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 시험·검사를 수행할 기관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산업계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로 기자가 민원인을 가장해 직접 정부가 운영하는 규제샌드박스 상담센터에 문의해보니 “시험기관은 따로 정해진 곳이 없다”며 “해당 기술에 대해 시험해줄 수 있는 기관이면 된다”는 두루뭉술한 답변이 돌아왔다.

규제샌드박스 적용 여부를 판가름하는 심의위원회 구성의 전문성과 객관성에 대해서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심의위원회는 총 20명인데 그중 차관급 이상의 관계부처 고위공무원(위원장 포함 7명)을 제외한 13명의 민간위원에게 신기술의 혁신성과 안정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역량이 있는지 산업계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13명의 위원 중 3명은 시민단체 측 인물(한국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속)이었고 또 다른 민간 심의위원 한 명은 이공계가 아닌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였다. 시민사회나 정치권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면 별도의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거나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받는 것이 좋겠다. 규제샌드박스 심의위는 철저히 과학기술 및 산업계 인재와 정부 당국자 중심으로 재편하기를 제언해본다.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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