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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 소백산, 겨울 끝자락… 하얀 그리움

좀처럼 들리지 않는 雪 소식에

소백산엔 눈꽃 있을까 발걸음

연화봉서 마주친 빙판·천문대

영남 최고 얼음 희방폭포 보면

'설경의 아쉬움' 달랠 수 있어

영남지방에서 가장 높은 폭포인 희방폭포.




전망대에서 바라 본 제2연화봉.


닮은 꼴 돔 건물이 서 있는 소백산의 제2연화봉과 연화봉.


겨울에는 눈이 내리지 않으면 카메라를 들이댈 곳이 없다. 그래서 여행지를 사진으로 찍고 글로 전달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겨울은 지난(至難)했다. 눈을 찾아 곳곳을 헤맸건만 눈다운 눈을 만난 것은 단 한 번뿐이었다.

얼마 전 남부지방에 눈이 내렸을 때는 중부지방을 헤매고 있었다. 일정을 취소하고 남쪽으로 내려갈 수도 없어 속수무책으로 애간장만 태웠다. 남부지방 눈이라는 게 하루만 지나면 진창으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소백산(小白山)으로 향했다. “하늘을 날면서 보면 태백산(太白山)의 이름이 왜 태백이고 소백산(小白山)의 이름이 왜 소백인지 알 수 있다”고 했던 조종사 친구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산행은 단양군에 위치한 소백산국립공원북부사무소에서 시작했다. 충북과 경북의 경계인 죽령휴게소가 위치한 곳이다. 입구는 시멘트 포장 도로로 차 두 대가 비켜갈 만했다. 4.6㎞의 산행은 잘 포장된 도로로 이어졌다. 소백산은 주봉인 비로봉(1,439m)을 꼭짓점으로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는데 5월 말에서 6월 초까지는 철쭉이 흐드러지고, 1~2월에는 정상이 흰 눈을 뒤집어쓰면서 설경이 장관을 이룬다.

하지만 올겨울 하늘은 찌푸려 있을 뿐 눈발이 날리지 않았다. 가파른 포장도로를 따라 오른 지 90분 만에 도착한 곳은 해발 1,357m의 제2연화봉 대피소가 있는 곳이다. 사방이 트여 강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바람 덕분에, 그리고 산의 북사면으로 이어지는 지형 덕분에 제2연화봉에서 연화봉으로 가는 길에서는 겨울을 만날 수 있다. 언제 내린 눈인지 알 수 없으나 눈은 다져져 빙판을 이루고 있다.



제2연화봉에서 연화봉으로 가는 길은 완만한 기복에 평지나 다름없다. 제2연화봉과 연화봉에는 닮은꼴 돔 건물이 우뚝 서 있는데 “제2연화봉의 돔은 기상 레이더”라고 동행한 산 동무가 말했다. 한참 떨어진 연화봉의 돔 두 개 중 하나는 천문대의 망원경, 또 하나는 공군의 관제레이더로 해발 1,383m인 이곳까지 도로가 포장된 것은 이들 때문이다.

소백산천문대는 국내 최초로 현대식 망원경을 설치한 천문대로 1974년 설립 이후 1986년 소백산천문대로 개칭했다. 소백산천문대가 이곳에 세워진 것은 주위에 천문관측을 방해하는 인공의 빛이 없기 때문이다. 천문대는 일반에게도 개방되는데 자세한 내용은 소백산천문대로 문의하면 된다.

연화봉에서 희방사로 내려가는 길은 계단으로 이어진다. 경사가 완만한 편은 아니라 무릎이 아픈 것을 감수하고 하산해야 한다. 얼마 내려가지 않아 나무 데크로 꾸며진 포토존이 나오는데 이곳에 서면 조금 전에 올라왔던 제2연화봉의 대피소와 돔 구조물이 소나무 가지 사이로 까마득히 보인다. 내리막길 급경사가 끝나는 곳에는 얼어붙은 희방폭포가 우뚝 서 있다. 해발 700m 지점에 위치한 희방폭포의 높이는 28m로 영남지방에서 가장 크다.

폭포 아래에 위치한 희방사는 643년(신라 선덕여왕 12년) 두운조사가 소백산 남쪽 기슭 해발고도 850m 지점에 창건한 사찰이다. 희방사에는 1568년(선조 1년)에 제작한 ‘월인석보’ 1·2권의 판목이 있었는데 한국전쟁 중 법당과 ‘훈민정음’ 원판, ‘월인석보’ 판목 등이 함께 소실됐다. 이후 1953년에 중건돼 오늘에 이르며 경내에 희방사 동종(경북유형문화재 226)과 ‘월인석보’ 책판을 보존하고 있다.

‘월인석보’는 수양대군이 세종의 명에 따라 석가세존의 일대기를 국문으로 엮은 ‘석보상절’과 세종이 ‘석보상절’을 보고 석가세존의 공덕을 찬송한 노래 ‘월인천강지곡’을 합친 책이다. ‘월인석보’는 불경언해서로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글자와 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다 1권 머리에 훈민정음 판 15장, 30면이 포함돼 국어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소백산에는 이 밖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부석사를 비롯해 에델바이스로 더 잘 알려진 희귀식물 왜솜다리와 천연기념물 제244호인 ‘주목군락’이 있다. 하지만 최근 일반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단연코 여우다. 소백산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우복원사업은 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증식 복원 종합계획’에 따라 2012년에 착수돼 현재까지 소백산국립공원 인근 지역에 총 55마리를 방사, 24개체가 활동하고 있다. /글·사진(단양·영주)=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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