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결국 국경장벽 짓는다··“백악관, 비상사태선포 예정”

샌더스 대변인 “양당 예산안 서명 후 발표”

총 80억달러 달할 전망

숙적 펠로시 의장 “의회 관계 종착점 이를 것” 강력 경고

정국 급랭 예상

미국-멕시코 국경장벽/티후아나=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재발방지를 위해 여야가 합의한 예산지출법안에 서명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신의 핵심 공약인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결국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초강수를 두기로 해 향후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을 전망이다.

1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날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연방의회에서 예산지출법안 표결이 진행되기 직전에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자금조달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앞서 말했듯이 국경에서 국가안보와 인도적 위기를 막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포함한 다른 집행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백악관 관계자는 15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6일 0시)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국경안보와 관련한 연설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80억달러 규모의 국경장벽 예산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추가적인 셧다운 사태를 막기 위해 국경장벽 건설비용을 포함한 예산안에 합의한 바 있으며, 예산안은 이날 상하원을 통과했다. 이 예산안에는 국경장벽 신설 예산으로 13억8,000만달러가 포함됐지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요구해온 57억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샌더스 대변인은 “대통령은 장벽을 건설해서 국경을 지키고 나라를 안전하게 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번 이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멕시코 국경지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예산 전용과 병력 동원을 통해 장벽을 짓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신화연합뉴스

야당인 민주당은 법적 조치 등 결사항전에 나서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일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의회 관계가 종착점에 이를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펠로시 의장은 “멕시코 국경에는 국가 비상 질서가 요구되는 어떠한 위기도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난 우려와 경악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민주당은 셧다운 사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에 대비해 법률가들과 대책을 논의한 바 있다. 공화당 내에서도 회의론이 번지고 있다. 존 코어닌 공화당 상원의원은 “국가비상사태는 위험한 절차”라며 “대통령의 전략이 실패할 경우 소송만 당하고 공화당만 분열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박홍용기자 [e-mail]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뒷줄 왼쪽) 부통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