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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만만찮은 여자들] '요조숙녀' 말고 '말썽쟁이'가 돼라

■캐런 카보 지음, 모멘토 펴냄

'헐리우드 로코 대모' 에프론

'침팬지 권위자' 제인구달 등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 틀 깬

'시대 아이콘' 여성 29인 소개





“여러분이 무엇을 선택하든, 얼마나 많은 길을 걷게 되든, 숙녀가 되지는 않겠다고 마음먹기를 바랍니다. 어떻게든 세상의 규칙을 깨고 다소라도 말썽을 일으킬 방법을 찾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말썽 중 몇몇은 여성을 위한 것이길 바랍니다.”

‘유브 갓 메일’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등으로 유명한 헐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대모 노라 에프론(1941~2012) 감독은 지난 1996년 자신의 모교인 미국 웰슬리 여대 졸업식에 연사로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여성에 대한 편견과 제약이 지금보다 훨씬 심했던 그 시절 사회가 억압하더라도 쉽게 주저앉지 말기를, 비록 가끔은 좌충우돌하며 말썽을 피우더라도 용기 있는 도전으로 세상을 바꾸라고 그는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논픽션 작가인 캐런 카보가 쓴 ‘만만찮은 여자들’은 에프론 감독처럼 세상이 정해놓은 규범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한 여성 29인의 삶을 다룬다. 학자와 예술가, 정치인과 기업인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시대의 아이콘이 된 여성들의 ‘인생 서사’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침팬지와 함께 있는 제인 구달(오른쪽) 박사




‘침팬지 연구의 권위자’로 추앙받는 제인 구달 박사도 젊은 시절에는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고충과 시행착오를 숱하게 겪었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동물을 사랑했던 구달은 20대 중반이던 1960년 무작정 탄자니아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정착하고 연구를 시작했다. 계곡을 타고 넘으며 조금만 돌아다녀도 온몸은 가시에 찔려 상처투성이로 변해 있었고 아무리 친해지려고 노력해도 침팬지들은 첫 두 달 동안은 도망치기에 바빴다. 그렇게 인고의 세월을 보낸 구달은 마침내 당대의 통념을 완전히 뒤엎는 혁명적 사실을 발견했다. 침팬지들이 길고 억센 풀잎을 흰개미들이 모인 구멍 안에 넣었다 뺀 다음 풀잎에 붙어 나온 흰개미를 입술로 핥아 막는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도구를 만드는 동물’이라는 착각을 깨부순 이 연구로 구달은 27세의 나이에 전설이 됐으며 역사상 8번째로 아무런 학위 없이 케임브리지 대학의 박사 과정에 입학하는 특혜를 누렸다.

자신의 저서인 ‘해리포터’ 시리즈를 들고 있는 조앤 K. 롤링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인 조앤 K. 롤링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만만치 않은 여성이다. 롤링이 7년 전 영국 소도시의 시의회 선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다룬 ‘캐주얼 베이컨시’를 출간했을 때 ‘해리포터’ 팬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작가가 장기인 아동 문학을 버리고 노골적인 성인 소설을 썼다며 분개했다. 이에 롤링은 “팬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고개를 떨구기는커녕 눈빛 하나 변하지 않고 당당하게 쏘아붙였다. “제가 당신 아이들의 ‘베이비 시터’나 교사라고 제 소개를 한 적은 없는데요.” 이렇게 의기양양한 자신감이 매력인 롤링은 2016년 미국 대선 기간에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지지자 모임과 설전을 이어가며 정치적 의사를 거리낌 없이 표현하기도 했다.

‘만만찮은 여자들’이 믿음직스러운 것은 저자가 으레 입에 침을 튀겨가며 ‘상찬의 잔치’를 펴기 마련인 이런 유형의 책을 쓰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을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본인이 직접 고른 여성 29인의 훌륭한 삶을 성실히 기술하되 아쉬운 점은 아쉽다고, 잘못된 점은 잘못됐다고 직격한다. 노라 에프론 감독은 영화 연출가로 데뷔하기 전 언론인이자 글쟁이로 활약했는데 저자는 ‘노라다운 신랄함’은 할리우드를 거치며 마모됐다고, 그래서 그녀의 영화는 그녀의 글보다 훨씬 못하다고 주저 없이 말한다. 힐러리 클린턴의 굴곡 많은 정치 인생을 훑으면서는 지난 대선 당시 상대 후보였던 트럼프 지지자들을 향해 ‘개탄스러운 집단’이라는 표현을 쓰며 편견을 드러낸 것이 크나큰 실수였다고 꼬집는다. 이런 책을 쓴 저자 캐런 카보도 ‘만만찮은 여자’임에 틀림없다. 1만7,0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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