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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에서] 미얀마 고교에 애국가가 4절까지 울려퍼진 이유

이상화 주미얀마대사

10년째 지원해준 재단에 감사표시

인재 인프라 중시 여기는 미얀마

신남방정책 '사람 우선' 기조 일치

인적교류 통해 상생의 길 모색을





지금 한국에서도 애국가를 4절까지 제창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해외에서 그런 행사를 보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미얀마 양곤 외곽 지역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대한민국 국가가 4절까지 제창되는 가슴 뭉클한 일이 있었다.

한국의 한 장학재단이 우연한 계기에 지난 2008년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수십만 명의 사상자와 이재민을 낳은 미얀마를 찾은 일이 있다. 그때 처참한 폐허로 변한 낙후 지역에 고등학교 교실을 지어주는 일을 시작으로 미얀마와 인연을 맺은 지 10년. 뜻을 세우기도 어렵지만 10년을 초지일관하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 장학재단이 10년을 한 고등학교에 매년 교실 증축, 식수 문제 해결과 여타 장학사업을 펼쳐온 데 대한 보은의 뜻으로 이 고등학교와 지역주민들은 학교 이름을 ‘대한민국 석성고등학교’로 개칭했고 2018년 말 추가적인 장학 사업차 방문한 관계자들을 위해 지역주민들이 운집한 가운데 정성을 모아 환영 행사를 베풀어줬다. 미얀마에서 외국 이름의 현판을 단 학교는 이 학교가 유일하다고 한다. 그날 환영 행사에서 4절까지 울려 퍼진 애국가를 따라 부르는 학생과 지역주민들의 모습은 ‘상대의 마음을 얻는 것’이 무엇인지를 웅변으로 보여줬다.

미얀마는 한국과 역사적으로나 정서적인 측면에서 많은 부분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근대 이후 식민지와 군부통치라는 기억 속에서도 유구한 역사와 뛰어난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은 대단하다. 지금은 비록 최저개발국의 하나로 우리 정부가 펼치는 신남방정책의 핵심 거점인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서도 후발 그룹에 속해 있다. 그러나 과거 버마라는 국명하에 1960~1970년대까지만 해도 아시아 강국으로서 누리던 영화를 되찾겠다는 의욕만큼은 대단하다.



‘황금 불탑의 땅’으로 불리던 미얀마가 예전의 명성과 지위를 되찾기 위해 가장 투자에 열을 올리는 분야는 교육이다. 한반도의 3배가 넘는 영토, 부러울 정도로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진 미얀마는 개발 잠재력이 아세안 국가들 중에서도 매우 높다. 하지만 필자가 주미얀마 대사로서 지난 1년간 관찰한 결과 미얀마가 보유한 가장 큰 성장 동력은 우수하고 향학열 넘치는 젊은 인적자원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에는 미얀마에서 활동하는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 전문가들도 공감하고 있다.

그런 만큼 미얀마는 교육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다만 지난 수십년 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에 공교육 등의 인재육성 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이처럼 갈 길이 멀고 마음이 급한 미얀마가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주목하는 곳이 한국이다. 철도·항만·도로 등 물리적 인프라와 전자정부 등 디지털 인프라도 시급하지만 전통적 산업과 4차 산업 시대의 경쟁력에서 공히 뒤처진 미얀마가 급발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재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이 소위 사람(people), 평화(peace), 번영(prosperity)이라는 ‘3P’ 중에서도 사람을 제일 강조하는 것은 미얀마 정부가 표방하는 ‘사람 우선 정책(people first policy)’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미얀마는 한국인과 한국 문화를 좋아하고 한국 사람들이 짧은 기간에 이룬 놀라운 성취를 본받고 싶어 한다. 신남방정책을 통한 교역과 투자, 그리고 인적교류는 서로 윈윈하는 상생번영의 길을 걸어야 한다. 대한민국 석성고 교정에 울려 퍼진 애국가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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