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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Market] 바이오산업의 혁신 폭발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

인류, 위기에서 늘 새 혁신 창출

미생물 활용한 '마이크로바이옴'

우리 몸의 미생물로 의약품 개발

저무는 제약산업에 심폐소생 기대





서양 미술사에서 르네상스 시대는 중요한 변화의 시대였다. 이전의 그림에서는 신에 대한 경외감을 표현했다면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등의 천재들은 인체의 비율과 해부학을 연구해 인간을 아름답게 그리는 법을 탐구했다. 그들은 성경 속의 하와나 성모마리아, 신화 속의 비너스를 그렸다. 기존에는 볼 수 없던 아름다운 여성이 표현됐다.

르네상스 이후 시대를 매너리즘 시대라고 한다. 대표적 화가로 부게로가 활약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인간을 아름답게 그리는 노하우가 축적되기를 반복하다 보니 황홀한 수준으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기술이 절정을 이뤘는데, 오히려 식상해지기 시작했다.

이후에 사실주의가 나타났다. ‘여신 같은 여성은 신화나 성경 또는 상상에나 있지 내 주변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주변에는 아내나 딸과 같은 평범한 여인이 있는데 그들의 평범한 얼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농촌의 소녀 같은 그림에 열광했다.

이번에는 사진기가 발명되자 사람들은 사실주의에도 흥미를 잃었다. 아무리 사실같이 그려봤자 사진기를 따라갈 수 없었다. 화가들은 무력감과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미술 산업의 존폐 위기가 닥쳤다.

인류는 위기에서 항상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낸다. 화가들은 빛이 산란하는 광경에서 자신만이 느꼈던 인상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인상주의가 출현한 것이다.



인상주의가 출현하자 화가들은 창의성을 표현하는 요령을 터득하게 됐다. 남과 다른 자기만의 표현기법을 구현하면 미술사에 한 획을 긋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때부터 화풍의 다양성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됐다. 입체파·야수파·표현주의·다다이즘·초현실주의 등 우리가 미술시간에 암기했던 수많은 그룹은 인상주의의 성공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약 산업에서도 비슷한 폭발을 관찰할 수 있다. 지난 2010년께 한 리포트는 제약 산업이 저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약 산업은 전통적으로 분자량 1,000 미만의 화학합성물을 발견하고 효능을 입증해 신약을 개발해왔다. 예를 들어 페니실린의 경우 푸른곰팡이에서 어떤 화학합성물을 발견하고 이 화합물이 세균을 죽이는 항생효과가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슈퍼컴퓨터가 나오면서 화학합성물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발견이 아닌 발명의 시대가 됐다.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는 조합의 화학합성물을 그물망 식으로 스캔해 약물을 개발하고 나니 더 이상 개발할 재료가 없어졌다. 그래서 그 리포트는 제약 산업은 저물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인류는 산업의 존폐 위기 때마다 새로운 혁신으로 돌파하고는 했다. 화학합성물 시대가 끝나자 사람들은 고분자화합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분자량 십만에서 백만 사이의 펩타이드 신약, 단백질 신약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나온 기업이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등이다. 또한 줄기세포로 신약을 만드는 에스씨엠 같은 회사, 항체를 활용한 에이비엘바이오 같은 회사도 등장했다. 한편으로 세포치료제를 개발하기도 하고 RNA·미토콘드리아 등이 신약의 소재로 사용이 된다.

필자가 운영하는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바이오 벤처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최근에 각광을 받는 분야인데 우리 몸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활용해 의약품을 개발한다. 인간의 역사가 100만년 정도 됐는데 우리 몸의 미생물은 그동안 진화를 거쳐 현재 우리와 같이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몸과 동거를 하는 것은 우리 몸에 유익한 기능을 할 것’이라는 가설에서 시작된 산업이다.

이른바 혁신의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미술사에서 인상주의 이후 나타난 다양성의 폭발을 연상한다. 그리고 인간의 창의성의 위대함을 경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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