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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회·복지제도 개편에 지혜 모을 때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육체노동 연한 65세로 상향

되레 소득양극화 심화 우려

'두루누리' 사회보험제도 등

취약층 도울 정책 확대해야





육체노동자의 노동 가동연한을 65세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의 배경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오래 일하는 우리 현실이 고려된 것 같다. 연한 상향이 정년 연장과 노인연령 기준과 맞물려 있다는 측면에서 향후 우리 사회에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와는 별개로 우리 노동시장은 극심한 이중구조에 노출돼 있다. 직업 유형별 고용 안정성과 임금 수준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서다. 통계청의 ‘2018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에 따르면 하위 20% 저소득층의 소득은 줄고 상위 20% 고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나는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고질적인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인해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못할 경우 대법원 판결이 자칫 소득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촉매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적응하고자 하는 노력을 늦출 수도 없다. 이미 주요 선진국들이 하는 일을 우리라고 못하란 법이 없어서다. 70세까지 일하는 우리 현실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는 최근 OECD 보고서(Working Better with Age: Korea)가 주목받는 배경이기도 하다. 대응을 서두르되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데 국가 역량을 투입할 때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년 연장이 가능할 직업군에 대한 보상체계 개편 논의를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이미 65세로 정년을 연장한 일본 등의 사례를 참조하면서 연공서열형이 아닌 직무급 중심으로 임금보상체계를 바꿔야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점진적인 퇴직이 활성화될 수 있는 사회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일정 연령 이후(가령 60세 이후) 고령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줄이는 부분근로제도가 활성화된다면 젊은 층 일자리도 늘어나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세대갈등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자칫 양질의 일자리 중심으로 정년 연장 논의가 진행돼 소득분배 악화의 기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사회·복지제도 개편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자신의 노력만으로도 노후준비가 가능한 집단에 대한 제도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국민연금 수급연령이 오는 2033년에 만 65세로 연장될 예정임에도 의무 납입연령은 만 59세로 묶여 있다. 5년간 보험료 납부 공백에 대한 검토가 그래서 필요하다. 의무 납입기간 연장이 보험료를 더 받으려 하는 것이 아닌 연금을 더 주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불필요한 사회적 논쟁도 최소화될 것이다. 덧붙여 사용자 부담 증가를 완화할 수 있는 정부 역할에 대한 고민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주된 직장에서의 일자리 상실 이후 질 낮은 일자리를 전전함에 따른 고용불안과 낮은 임금이 소득분배 악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향후 정년 연장 논의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은 이러한 취약집단 중심의 맞춤형 사회·복지정책 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설령 재정투입 부담이 있더라도 근로빈곤 중·고령층 대상으로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회보험제도’와 ‘근로장려세제(EITC)’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그래서 더욱 적극 검토해야 한다. 취약 중·고령 근로자 자신의 노력을 전제로 부족한 부분을 국가와 사용자가 채워주는 복지제도 설계가 지속 가능성과 급여 적절성 차원에서 현실성 있는 대안인 것 같아서다.

대법원 판결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정년 연장, 노인연령 상향 조정, 연금 보험료 납입기간과 수급연령 등 그동안 우리 사회가 불편해하던 사안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사회 및 복지제도 개편 과정에서 큰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을 때가 됐다는 뜻이다. 양질의 일자리 종사자들에게 또 다른 기득권을 추가하는 것이 아닌, 취약 중·고령 근로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책지원이 가능한 사회 및 복지제도 개편의 시발점이 돼야 할 것 같다. 이를 위해 정치권도 합심해 사회적 합의도출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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