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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4대강洑 해체할 돈으로 지천 관리하자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환경문제연구소 소장

3,000억 육박하는 洑 해체 예산

지천·오염원 관리에 활용하면

지역 주민 맑은 물 누리게 될것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금강과 영산강의 보를 유지·관리하는 것보다 해체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며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완전 해체, 금강 공주보는 부분 해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설마 했던 지역 주민들은 이 날벼락 같은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강의 물 주인은 지역 주민인데 정부가 그동안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환경단체의 주장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해체 결정에 동원된 논리가 너무 황당하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보를 해체하면 경제적 손실은 소수력발전뿐이고 수질·수생태·친수·홍수조절 등에서 큰 편익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또 강의 수질이나 수생태계 같은 무형의 가치를 자의적 판단에 따라 돈으로 환산하는 희한한 방법도 등장했다. 그것도 앞으로 40년,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오는 2062년까지 이자율 4.5%(2019~2052년)와 3.5%(2053~2062년)를 적용한 소설 같은 주장을 국민들에게 믿으라고 한다.

지난 2012년 4대강 사업이 완공된 후 지금까지 관측된 현상을 보면 수질을 비롯한 여러 지표가 개선되고 지역 주민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특히 수질의 경우 국가 측정망에 사업 전과 후 4대강 주요 지점에서 월별로 관측된 자료가 나와 있고 사업으로 인한 수질 개선 효과가 국제학술지에 게재되기도 했으며 이론적으로도 입증됐다. 하지만 이번 위원회의 결정은 이를 완전히 부정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보가 저장하는 수억 톤의 물은 아무 가치가 없다는 주장이다. 영산강 보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물이 부족하고 가뭄에 취약한 금강도 보가 주는 수자원의 가치를 아예 없는 것(0원)으로 간주한다. 여기에 200년에 한 번 올 수 있는 극한의 홍수도 막을 수 있도록 준설하고 설계한 보를 오히려 해체하면 홍수조절이 더 잘된다고 편익에까지 넣고 있다.



이 어처구니없는 궤변을 전제로 2023년부터 2062년까지 40년 동안 발생하는 보 해체 편익을 보면 금강 세종보·공주보·백제보는 각각 972억원, 1,231억원, 1,023억원이고 영산강 승촌보와 죽산보는 858억원과 1,580억원이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수생태·친수·홍수조절 등 모든 것이 좋아진 것이 입증됐기 때문에 이 모든 수치는 영(0)이 돼야 한다. 오히려 해체 시 수질 및 생태계 건강성 악화, 친수 효과 저하 등이 나타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음(-)의 값이 주어져야 정확할 것이다.

이번 경제성 분석에서 그나마 신뢰할 수 있는 수치는 건설 비용의 80%로 가정한 보 해체 비용이다. 해체 비용으로 금강 1,063억원(세종보 115억원, 공주보 533억원, 백제보 415억원)과 영산강 689억원(승촌보 439억원, 죽산보 250억원)을 추산하고 있다. 또 해체 시 새로운 취수 대책으로 금강에 461억원과 영산강에 551억원이 추가로 들어가게 된다. 역효과만 날 것이 뻔한데 위원회는 이 같은 결정을 하고 언론에 공개했다.

가뭄 전문가에 따르면 지금 한반도는 2013년을 시작으로 대가뭄기에 진입하고 있고 정점은 2025년이 될 것이며 2041년까지 빈번한 가뭄이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1875년부터 1905년까지 나타난 30년 대가뭄이 재현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가뭄에 가장 취약한 금강의 보를 해체한다는 것은 정부가 지역 주민에게 악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영산강 역시 4대강 사업 전에는 기형 물고기가 잡힐 만큼 수질이 좋지 않았고 지난해 보 개방으로 수질 악화가 확실했던 곳이다.

앞으로 금강과 영산강 유역에 어떤 가뭄과 홍수가 오고 얼마나 더 많은 수자원이 필요할지 지금 우리는 알 수 없다. 정부는 삼척동자도 믿기 어려운 황당한 경제성 분석에 근거해 지역 주민의 생명이 걸린 국가 시설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 현명한 방법은 보 해체 시 들어갈 예산(금강 1,524억원, 영산강 1,240억원)을 지천 정비와 유역의 오염원 관리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러면 반드시 더 맑은 물과 건강한 생태계, 그리고 지역주민의 풍요로운 삶을 가져올 것이다. 이것이 나라다운 나라가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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