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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일자리

김영기 금융보안원장




굳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끌고 올 필요도 없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무인자판기에서 햄버거를 주문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물건을 구입한다. 시장에도 갈 필요가 없다. 은행 거래의 90%는 사람을 보지 않고 인터넷이나 모바일·자동화기기(ATM)로 이뤄지고 있고 약 900개의 은행 점포가 5년 사이에 사라졌다. 우리 주변에는 사람들의 일이 점점 기계로 대체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첨단업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변하고 저성장 고령화 사회로 이행되면서 구조적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이 휘몰아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IoT) 등을 통한 빅데이터의 수집,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분석,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탈중앙화 시스템 확산, 클라우드를 이용한 정보기술(IT) 자원의 효율적 확장 등이 5세대(5G) 통신기술을 통해 결합되면서 모든 분야에 걸쳐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다.

인간 문명을 발전시키는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모든 생산이 기계나 AI로 대체돼 인간의 노동력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오는 2020년까지 전 세계에서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유엔 미래보고서 2045’에서는 향후 일(work)은 없어지지 않겠지만 일자리(job)는 사라지고 특히 전문직의 대부분이 소멸할 것이라고 했다. 스티븐 호킹, 빌 게이츠 등은 향후 AI의 발전이 일정한 임계점을 넘어서면 인류보다 빠른 속도로 진화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것으로 봤다.

한편으로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더라도 일자리는 줄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인간의 욕망이 무한하기에 새로운 욕구와 소비가 늘어나 일자리가 줄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투입되는 자원이 한정돼 있어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이 급격히 늘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개별 업종이나 조직 단위로는 기술혁신으로 인한 일자리의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는 점이다.



먼저 일자리의 내용이 변하고 있다. AI가 발전하면서 정형화된 직무를 중심으로 사람보다는 기계가 그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다. 따라서 사람이 하는 일의 내용이 기계와의 협력이나 기계가 처리하기 어려운 것 중심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지능 테스트에서 컴퓨터가 성인 수준의 성과를 보이게 하기는 쉽다. 그러나 한 살짜리 어린아이의 스킬을 컴퓨터에 가르쳐주는 것은 어렵거나 불가능한 일”이라는 모라베크의 역설(Moravec’s Paradox)은 로봇으로부터 살아남아야 하는 인간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동시장에서 고용 관계나 근무 형태의 변화도 예견된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아웃소싱 같은 외주 형태가 늘어나고 조직 내에서도 재택근무, 모바일 근무, 공동 사무실 등 공간을 분산하거나 가상화하는 다양한 고용 형태가 늘어날 수도 있다.

미래는 불확실하다는 것만이 확실한 세상이다. 기계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을 중심으로 일자리의 내용이 바뀐다면 이에 맞춰 학교 교육과 직업능력 교육도 변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논리적 사고력과 창조적 능력을 갖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가 육성될 것이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의 변화가 진행될수록 구조적 실업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산업·노동 정책도 직무 이동성(job mobility)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 일자리는 개인의 생계를 유지하고 삶의 보람을 느끼는 자아실현의 터전이며 이 사회를 지탱하는 주춧돌이다. 궁극적으로 인간의 행복을 추구해야 할 혁신 기술이 오히려 삶의 기반을 흔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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