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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사표던지는 아버지들] 자기개발·성공서적만 보고 자란 세대…위기관리는 못 배웠다

■40~50대 남성, 무엇이 문제인가
조기퇴직 등에 짓눌려…50대男 13% 우울증 경험
"남자는 힘들어도 참아야" 가부장제가 고립감 키워
가족관계 소원하고 정신과 상담에도 익숙하지 않아
돈버는 기계로 살다 지위·권력 잃을땐 결국 벼랑에

  • 안의식 기자
  • 2019-03-04 17:36:11
  • 시황
[삶에 사표던지는 아버지들] 자기개발·성공서적만 보고 자란 세대…위기관리는 못 배웠다

“40~50대 중년 남성은 돈·승진·성공이 최고인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관계도 돈으로 맺어졌고 책도 자기개발서·성공서적을 주로 봤습니다. 집에서도 가장은 ‘돈 버는 기계’였습니다. 따라서 무한경쟁에서 미끄러지면 삶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성공의 방법만 추구했을 뿐, 잘 안 됐을 때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안 배웠습니다. 위기를 넘기는 법도 안 배우고, 삶의 의미도 못 찾게 됐을 때 자살을 생각하게 됩니다.”(자살예방운동 단체 라이프호프의 조성돈 대표)

‘남자는 자존심으로 산다. 대개 남자의 자존심은 가진 파워에 비례한다. 돈이나 권력·명예가 높을수록 자존심이 강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이 중년에 이르면 이 모든 것을 제공하던 일터에서 떠나야 한다. 일터를 나오면 사회적 지위도, 권력도 사라진다. 남자는 자존심으로 사는데 자존심을 유지해주던 파워소스가 사라져버린다. (중략) 집에 가도 왕따가 되는 것 같다. 아내도 자식도 그저 돈만 벌어다 주는 기계 취급하는 것 같아 분하다. 퇴근해 집에 들어가면 자기들끼리 얘기하다가도 중단하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정서적으로 홈리스 상태다(김용태 한국심리치료상담학회장의 책 ‘중년의 배신’에서).’

◇자살의 핵심은 ‘고립감’=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의학과 교수(중앙심리부검센터장)는 “자살의 핵심은 고립”이라며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사람들과 어울려도 실제로는 고립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들은 수다 네크워크가 있다.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 수다로 푼다. 그러면서 고립감을 벗어나고 스트레스도 해소한다. 남자들은 힘든 일이 있을 때 혼자 푼다. 그래서 알코올 중독이 많다. 전 교수는 “독한 술을 많이 마시는 나라가 자살률도 높다”고 말한다.

김형선 부천대 교수, 박민정 군산대 교수는 2015년 ‘한국 베이비붐 세대 남성의 자살 생각과 영향요인’ 논문에서 “최근 한국 사회의 중년 남성은 장기적인 경제불황과 기업들의 구조조정, 조기퇴직, 실직, 부도, 가정해체, 빈부격차 등의 문제를 겪으면서 심리적인 부담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며 “이는 초조감·불안감·우울감 등의 형태로 나타나서 정신건강을 해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남성의 우울증은 40대 이상에서 주로 나타나고 50대 남성의 12.6%가 우울증을 경험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다”며 “특히 중년 남성은 심한 우울증 상태에서도 표현하지 못하고 병적인 상황을 혼자 감내하는 경우가 많으며 직장과 가정에서 과도한 책임감을 요구받는 반면 가족으로부터의 스트레스 완충기능은 축소돼 자살 생각 압력이 증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가부장제가 고립감 키워=조성돈 라이프호프 대표는 “가부장제가 중년 남성들의 고립감을 키우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한다. 남자는 가정을 책임져야 하고, 힘들어도 내색하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고립감을 키운다는 얘기다. “얘기해봐야 소용없다” “괜히 집에서 힘들다는 얘기를 하면 가족들이 불안해하고 흔들릴까 봐 못한다”는 반응들도 많다. 40·50세대 중년 남성들이 힘들 때 마땅히 찾아갈 곳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들은 ‘상담’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다. 정신과 상담은 더 꺼린다. 특히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정신상담 기록이 자신의 승진을 발목 잡는 요인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한다. 정신보건복지센터나 자살예방센터 상담은 기록이 남지 않지만 여기도 쉽지 않다. 이곳의 상담자들은 대부분 20~3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다. 이들에게 40·50세대 중년 남성들이 마음을 풀어놓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40·50 남성 세대가 자살예방이 가장 어려운 세대라고 말한다. 조 대표는 “한 중년 남성이 (어려움을 얘기할 수 있는) 가톨릭의 고해성사가 부럽다는 얘기를 했다”며 “풍선이 터지기 전에 바람을 빼면 되듯이 중년 남성들도 터지기 전에 이런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안의식·김상용기자 miracl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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