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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소상공인이 진짜 사는 길은

출점제한 등 시장 규제하는 사이

파이는 줄고 외국계 매장은 급증

자율협약 통해 자생력 키워줘야

심희정




심희정 생활경제부장

지난 2011년 세계 발광다이오드(LED) 산업이 급성장하자 삼성전자·LG화학 등은 LED 산업에 앞다퉈 투자했다. 하지만 정부는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를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했고 대기업들은 LED 사업을 축소했다. 결국 2015년 LED 산업은 중기 적합업종에서 제외돼 중소기업이 승리를 외쳤지만 국내 LED 시장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필립스와 오스람 등의 외국계 기업이 80% 이상을 장악하게 됐다.

2009~2010년 막걸리가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의 강력한 문화 콘텐츠로 부상하며 막걸리 붐이 일었다. 막걸리 시장과 수출이 확대되면서 오리온·하이트진로·롯데주류 등 대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자 정부는 중소기업 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2011년 막걸리를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대기업이 물러나면서 막걸리 투자는 끊겼다. 이로써 막걸리의 해외 수출액은 2011년 5,273만5,000달러를 정점으로 곤두박질치더니 지난해는 급기야 1,286만8,000달러로 4분의1토막이 됐다.

2013년 프랜차이즈 제과점업 역시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신규 가맹점 수를 매년 전년도 말 점포 수의 2% 이내의 범위로 제한받았다. 비프랜차이즈 동네빵집과의 거리가 도보 500m 이내일 경우에도 출점을 하지 못하게 해놓았다. 목적은 동네빵집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지난 6년간 ‘대기업 프랜차이즈 억제’라는 강력한 규제를 등에 업고 동네빵집은 얼마나 살아났을까. 통계청 및 업계에 따르면 되레 2017년 서울 기준 폐업 빵집 10곳 중 9곳은 개인빵집으로 약 500곳이 넘는 동네빵집이 1년 새 사라졌다고 한다. 서울에서 2014년부터 3년간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매장도 각각 35개씩 감소했다. 이는 경기 불황과 더불어 간편식 시장의 확대로 식사 대용이나 간식으로 여겨지던 빵이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조용히 대기업과 동네빵집이 스러져가는 것을 보면서 미소 지은 곳이 있다. 김영모과자점·나폴레옹·이성당·성심당 등과 같은 자본력을 갖춘 기업형 중소빵집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성당은 매출이 2014년 144억원에서 3년 사이 46% 성장했고 옵스베이커리는 같은 기간 172억원에서 30% 늘어난 225억원을 기록했다. 토종 기업이 각종 규제로 내수 성장을 포기한 사이 프랑스·일본 등 5개의 주요 외국계 프랜차이즈 빵집은 5년 전 국내 점포가 6개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 현재 90개로 늘었다. 일례로 프랑스 현지에서 4개의 매장만 운영되고 있는 ‘곤트란쉐리에’의 경우 2014년 국내에서 1개 매장을 오픈한 후 5년 만에 매장을 32개로 늘렸다. 국내 상황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6년이 흐른 지난달 제과점업의 중기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됐지만 그 연장선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의 시행으로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 업계를 다시 옥죄기 시작했다. 대기업은 갑, 소상공인과 동네빵집은 을이라는 프레임의 특별법은 소상공인이자 자영업자인 가맹점사업자도 대기업으로 몰아 창업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대기업 제빵 브랜드 매장을 운영한다는 이유만으로 정책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정책의 명백한 허점이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신규 진출이 없어져 심지어 고품질 식품이나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이행 강제금 등의 규제가 가격에 전가되면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제품을 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별법에 따라 제빵 프랜차이즈 사업이 정체되면 대기업 가맹본부에 납품하는 농가 및 협력업체도 대량 납품의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뚜레쥬르의 ‘하동 녹차’ ‘해남감자’ ‘고창 흑보리’ ‘고흥 유자’ 등을 재료로 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파리바게뜨도 ‘제주 보리’ ‘강원도 옥수수’를 넣어 만든 제품을 출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기업 의존적인 중소 협력업체의 경우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며 축소된 납품 시장에서 선택을 받기 위해 마진을 낮추고 저가격으로 입찰하거나 품질을 낮춰 공급하는 등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제는 정부와 동반성장위원회가 주도하는 강제적인 합의의 형태가 아닌 시장에서의 상호 자율 협약 등을 통해 국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시장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 다각도로 검토돼야 모두가 산다. 오히려 출점을 제한해 소상공인들의 기회를 빼앗기보다 개성 있는 개인 제과점에 대한 기술 지원 등으로 자생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사회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더 실효성이 크지 않을까./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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