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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아 거북아'...가야 건국설화 담긴'토제방울' 나왔다

'구지가' 연상 그림 6점 확인

건국신화 새긴 유물은 처음

대가야 무덤이 모인 고령 지산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토제방울.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남성 성기, 거북 등껍데기, 관을 쓴 남자, 하늘에서 줄에 매달려 내려오는 자루, 하늘을 우러러보는 사람, 춤을 추는 여자를 표현했다./사진제공=대동문화재연구원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龜何龜何 首其現也 若不現也 燔灼而喫也)

거북이에게 머리를 내놓으라 겁박하는 ‘구지가’에는 가야국의 건국신화가 담겨 있다. 일연의 ‘삼국유사’가 전하는 ‘가락국기’에 따르면 ‘구간(九干)’으로 불리는 씨족장 9명이 구지가를 부르고 춤을 춘 뒤 하늘을 보니 자주색 줄이 땅으로 내려왔고 그 끝에 붉은 보자기에 둘러싸인 황금그릇(金盒)이 있었다. 금합 안에는 6개의 알이 있었고 알에서 나온 남자아이가 왕위에 올라 이름을 수로(首露)라고 했고 가야국을 세웠다. 나머지도 각각 가야의 임금이 됐으니 오늘날 김해의 금관가야, 고령의 대가야, 함안의 아라가야, 성주의 성산가야, 진주의 고령가야, 고성의 소가야이다.

구지가와 가락국 건국신화를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토제 방울이 출토됐다. 문화재청은 20일 대동문화재연구원이 발굴조사 중인 사적 제79호 고령 지산동 고분군에서 5세기 말부터 6세기 초 사이 조성된 대가야 시대 무덤들을 확인했고 이 안에서 6개의 그림이 새겨진 직경 5㎝의 토제방울이 출토됐다고 밝혔다. 문헌으로 전하는 고대 건국설화를 그림으로 시각화한 유물이 발견되기는 국내에서 처음인 일이다.



지난 8일 발굴된 이 토제방울에 묻은 흙을 제거한 결과 가야건국신화에 등장하는 언덕이자 남성 성기를 상징하는 구지봉, 구지가를 연상시키는 거북, 관을 쓴 남자 등을 그린 그림이 발견됐다. 또 춤을 추는 여자, 하늘을 우러러보는 사람, 하늘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는 금합을 담은 자루까지 총 6점의 작은 그림이 확인됐다. 배성혁 대동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실장은 “남성 성기는 가야 건국설화 속 여신 정견모주가 노닐던 고령 인근 가야산 상아덤을 표시한 것으로 여겨진다”며 “구지가 연구자 중에는 거북 머리를 수로, 우두머리, 남근, 구지봉으로 해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락국기에 나오는 건국신화가 금관가야 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가야와도 연관된 것이며 나아가 ‘난생(卵生)설화’가 가야 지역 건국신화에 공통으로 나오는 핵심 요소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배 연구실장은 “방울을 만든 대가야 장인은 그가 살던 대가야 시조 탄생설화를 보여주고자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며 “그동안 문헌에서만 나오던 건국신화의 모습이 유물에 투영돼 발견된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그림이 구지가와 가락국기 내용을 그린 것이라는 주장은 아직 가설에 불과해 추가 조사 및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방울이 출토된 무덤에서 나온 치아를 분석한 결과, 무덤 주인은 4∼5세인 어린아이로 추정되기에 건국설화 그림을 새긴 방울을 왜 아이 무덤에 넣었는지부터 체계적으로 밝혀가야 한다는 과제를 남기고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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