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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정치]4·3보선..후보는 즐겁지만 당대표는 괴롭다

당대표, '하루가 멀다하고'..발도장

후보보다 가슴 졸이며..지지 호소

'조직'장악 여부..당대표 운명 좌우

후보는 지명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

김대중·박근혜 대통령도 재보선 출신

조직 열세 민주당은 '예산 투하'공중전





오는 4월3일 치러지는 경남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의 보궐선거전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아예 창원 성산에 상주하고 있습니다. 황 대표와 이 대표는 원룸과 오피스텔을 빌려 놓고 살림살이를 아예 옮겨놓았고 손 대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창원 성산에 발도장을 찍으며 지지를 호소 중입니다. 두 석이 걸린 보궐선거에 대표뿐만 아니라 각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전국단위 선거를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반면 후보들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후보들보다 당 대표들이 더 바빠 보입니다. 또 한가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용합니다. 한국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 창원성산에 후보를 낸 정당마다 현지 지원유세에 당력을 집중하는 가운데 이해찬 대표는 관전자가 된 듯 합니다. 당 대표 간 이번 선거에 온도 차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후보 보다 당 대표들은 또 왜 가슴을 더 졸이고 있을까요.

◇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조직 선거

4.3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지난 21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가 창원시 지귀시장에서 상인과 인사하며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보궐 선거는 늘 투표율이 낮습니다.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와 달리 임시 공휴일로 지정도 되지 않습니다. 즉, 생업에 종사하는 유권자로서는 ‘맘’먹고 투표장을 찾아야 합니다. 그 맘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선거운동을 벌이게 됩니다. 중앙 정치에서 ‘이벤트’가 발생해도 바람이 불지 않습니다. 무관심한 유권자와 그 결과 낮은 투표율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이를 극복하는 게 조직입니다. 쉽게 말해 재보궐 선거는 ‘조직선거’입니다. 지금 당 대표들의 지역 다지기는 민심을 향한 호소 한편에 조직 장악을 위한 몸부림이기도 합니다.

누구보다 정치 신인으로 당 대표에 오른 황 대표가 절실합니다. 그는 1호 친황(黃)계로 분류되는 검찰 공안통 직계 후배인 정점식 후보를 통영·고성 후보로 내세웠습니다. 말 그대로 자신의 분신을 후보로 내밀어 조직 장악에 나섰습니다. 창원성산도 진보진영 후보의 단일화에 맞서 승리하겠다며 ‘올인’하는 모습입니다. 한국당 ‘텃밭’이라고는 하지만 확실한 선거 승리가 필요합니다. 한국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으로 비교적 유리한 선거인데도 당력을 쏟아 붓는 까닭은 황 대표 자신의 당 조직 장악이 함께 결부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한 석이라도 내줄 경우 텃밭에서 조차 조직 장악에 실패한 정치신인의 한계를 노출하게 됩니다. 사력을 다하는 이유입니다. 두 석 모두 거머쥘 경우 당 충성도를 끌어올려 대선 열차는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4.3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21일 창원시 반송시장에서 정의당 이정미 대표(왼쪽)와 심상정 전 대표가 창원시 성산구에 출마한 여영국 후보(가운데)에 대한 지지를 시민에게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고(故)노회찬 전 의원을 잃은 정의당도 물러설 수 없습니다. 창원 성산은 진보정당이 원내에 입성한 최초의 지역구입니다. 17대와 18대 민주노동당 권영길 전 의원이 연거푸 당선됐습니다. 20대에는 노 전 의원이 당선된 말 그대로 ‘진보정치 1번지’입니다. 1차적으로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에서 이겨야 합니다. 25일로 예정된 단일화 결판을 위해 이번 주말 정의당의 화력은 창원성산에 총집결됩니다. 이정미 대표를 비롯해 심상정 전 대표, 주요 당직자가 총충돌할 예정입니다. 진보정치 1번지에서 단일후보에도 오르지 못한다면 당 대표 책임론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노동계 지원이 뚜렷한 창원 성산에서 조차 ‘조직’이 ‘통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운데)와 유승민 의원(오른쪽)이 지난 19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시장을 찾아 4·3 보선 창원성산 같은 당 이재환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 대표는 의미가 남다릅니다. 재보궐선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게 손 대표입니다. 지난 2010년 민주통합당 대표로 선출된 손 대표는 다음해 4월 민주당으로서는 험지인 성남 분당 보궐선거에 직접 출마해 당선됩니다. 2007년 한나라당 탈당 후 민주당 안팎의 불신을 일거에 해소하고 조직을 장악한 선거입니다. 이번 창원성산에서도 의미있는 결과를 얻어 바른미래당에서의 지도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정계개편 중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손 대표는 지난 2017년 조기대선을 앞두고 제3지대와 빅텐트 논의에 불씨를 지폈던 바 있습니다.

◇ 꽃놀이패 쥔 후보..낙선해도 남는 장사





4·3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21일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창원시 성산구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열린 같은 당 권민호 창원성산 후보 출정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각 당 대표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데 후보들은 즐겁습니다. 낙선을 해도 남는 장사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번 보궐선거가 총선을 1년 남겨둔 시점에 치러져서입니다. 당선이 되지 않더라도 내년 총선 전에 지명도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일종에 ‘사전 선거’운동을 하게 된 후보 입장에서는 ‘꽃놀이패’를 쥔 형국입니다. 무엇보다 ‘돈’이 적게 듭니다. 두 석이 걸린 선거에 당 지도부가 ‘올인’하고 있다 보니 당의 ‘실탄’지원이 일반 총선보다 넉넉합니다. 앞서 재보궐선거가 ‘조직선거’라고 설명했듯 지역조직에 근착한 후보일수록 지역 당원과 지지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데도 유리해 선거 비용 마련도 유리합니다.

지명도를 높이는 데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20대 국회가 1년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정치부 기자들도 모르는 국회의원이 제법 많습니다. 그런데 연일 중앙, 지방 할 것 없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본인 역할에 따라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재보선으로 정치에 입문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여당 후보의 경우 낙선이 훈장이 될 때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지만 과거 재보선 여당 후보는 ‘당선되면 선량이고 떨어지면 장관’이라는 말을 듣곤 했습니다. 물론 여당 후보에게 공기업 사장 자리 정도는 챙겨줬던 과거 이야기입니다.

◇이해찬 대표의 조용한 선거운동



4·3 보궐선거 선거 운동 첫날인 2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일대에서 창원성산에 출마한 후보들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더불어민주당 권민호 후보와 민홍철 경남도당위원장,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와 황교안 당대표,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와 손학규 대표,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 이정미 대표와 심상정 전 대표, 민중당 손석형 후보와 이상규 대표, 대한애국당 진순정 후보와 조원진 대표. /연합뉴스


그런데 이해찬 대표가 너무 조용합니다. 다른 정당들이 총력지원에 나선 것과 지나치게 대비됩니다. 이 역시 조직 선거인 재보선의 특성입니다. 영남에 조직이 약한 민주당이 총력 행보를 보여서는 남는 장사가 아닙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어렵게 쌓은 부산·울산·경남(PK)지역 교두보가 두 석 때문에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도 있어 보입니다. 이번 보선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소탐대실’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불리한 선거전에 확전을 벌였다가 정치적 의미만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입니다. 선거 의미가 확대될 수록 결과에 대한 부담만 커져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신 집권여당의 힘을 보여준다는 전략입니다. 4월로 종료되는 통영·고성 지역의 고용·산업위기지역 지정 기간을 연장하는 등 PK 지역에 대한 ‘전폭적 예산 지원’을 약속하는 등 공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조직이 열세인 민주당이 지상전을 피하고 공중전을 택한 셈입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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