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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서화실 봄맞이...사군자 보러 오세요

국립고궁박물관 궁중서화실 개편

이하응 '석파란' 등 12건 선보여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기량이 돋보이는 ‘석란도’ /사진제공=국립고궁박물관




난잎(蘭葉)은 길고 예리하게 뻗었고, 담박하게 찍어 그린 꽃잎에서 은은한 향이 풍긴다. 그윽한 향기에 바위 절벽마저도 녹아내렸나. 경쾌한 운필로 표현한 괴석이 춤추는 듯 부드럽다. 묵란(墨蘭)으로 이름 떨친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작품 중에서도 70대 노년에 이르러 농익은 기량이다. 화면 왼쪽에 ‘임진년 봄 석파 73세작’이라는 관서가 있으니 1892년작이다. 그림의 왼쪽 아래편에는 ‘일실지내유이자오(一室之內有以自娛)’라 새긴 붉은 사각 도장이 찍혔는데 이는 이하응이 69세 이후부터 70대 말까지 사용했던 인장 중 하나다.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의 궁중서화실이 봄맞이 새 단장을 마치고 26일부터 매화·난·대나무 그림을 중심으로 한 12건의 유물을 선보인다. 유교 문화권에서는 위기 속에서도 절개 지키는 사람을 군자(君子)라 했고, 척박한 와중에 생명력 잃지 않는 매화(梅)·난초(蘭)·국화(菊)·대나무(竹)를 이에 빗대 사군자(四君子)라 했다. 고려시대 이후 우리나라에 등장해 사군자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문인화의 하나로 크게 유행했다. 시절이 각박하면 그림도 영향을 받는 법, 구한말의 사군자 또한 시대상을 담고 있다.

흥선대원군은 왕실 인물로서는 드물게 난초 그림에서 높은 경지에 올랐다. 그의 호인 석파(石坡)와 난(蘭)을 결합한 ‘석파란(石坡蘭)’이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였다.

김응원 ‘난석도 병풍’ /사진제공=국립고궁박물관


그런 이하응에게 난치는 법을 배운 이가 김응원이다. 김응원이 1920년에 그린 ‘난석도 10폭 병풍’은 기괴한 형상의 바위와 절벽을 짜임새 있게 배치하고 곳곳에 자라난 난을 그렸다. 갈필(渴筆)로 표현한 바위와 농묵(濃墨)으로 찍은 태점(苔點)들이 형식을 따르는 동시에 자유롭다. 일제강점기에 촬영된 사진 자료를 통해 이 병풍이 창덕궁 인정전 내부에 설치됐던 것을 알 수 있다.

김규진 ‘죽석도 병풍’ /사진제공=국립고궁박물관




바위틈에서 자라는 난초 못지않게 풍상 견디는 대나무도 그 기상이 대단하다. 묵죽(墨竹)으로는 해강 김규진이 유명했다. 김규진은 고종의 명으로 영친왕의 서법(書法) 선생을 맡았고, 창덕궁 희정당 벽화인 ‘총석정절경도’와 ‘금강산만물초승경도’를 완성한 대가이다. 김규진의 1914년작 ‘죽석도 10폭 병풍’은 대죽(大竹)·신죽(新竹)·우죽(雨竹)·풍죽(風竹)·노죽(露竹)·설죽(雪竹) 등이 각 폭마다 다른 구도를 보여준다. 제 5폭에서는 바위 사이로 흐르는 시내 위로 대나무를 살짝 드러내는가 하면, 제8폭에서는 절벽 아래로 휘어진 대나무 가지 끝에 안기듯 걸린 모습으로 달을 표현하기도 했다. 김규진과 김응원은 조선 말기와 근대 화단을 잇는 중요한 가교가 된 작가들이다.

평양 태생의 화가 양기훈은 지방 출신으로는 드물게 궁중에, 자신의 이름을 적은 그림을 다수 바쳤다. 양기훈이 왕실용으로 그린 ‘매화 대나무 그림 병풍’의 고운 자태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이번에 개편한 궁중서화실에는 접촉 화면(터치스크린)을 이용해 매화·난·대나무 그림을 그린 후 공유할 수 있는 관람객 참여형 영상과 함께 매화와 난 그림을 따라 그릴 수 있는 체험 공간이 마련됐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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