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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강구연월(康衢煙月)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겨울이면 산천어축제로 붐비는 강원도 화천. 화천에 가면 화천수력발전소에 가보기를 권한다. 이 발전소를 우리 회사가 운영해서가 아니라 근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발전소이기 때문이다.

화천발전소는 1944년 일제강점기에 준공된 수력발전소다. 6·25전쟁 때 이 발전소를 빼앗고 뺏기는 치열한 공방전이 다섯 차례나 계속됐다. 이승만 대통령은 “연백평야를 내주더라도 화천수력만은 절대 안 된다”고 특명을 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화천수력은 전력난에 허덕이던 암흑천지의 남한을 살리기 위한 생명선이었다. 지금도 화천수력에는 선연한 총탄 자국들이 남아 그날의 목숨 건 전투와 전기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이 발전소는 국내 발전소 가운데 유일하게 등록문화재 제109호로 등록돼 있다.

요즘은 전기 없는 생활이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손에 없으면 허전할 정도인 스마트폰과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켜줄 공기청정기, 칼 주름 바지를 만들어주는 스타일러, 주부들의 일손을 덜어줄 건조기까지 예전에는 없던 전기용품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광복 후 혹독한 전력 기근을 겪은 탓에 전기의 소중함을 뼛속 깊이 깨달았고 다양한 에너지믹스로 오늘날의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국가의 산업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 됐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편안한 삶의 밑거름이 돼온 것이다.



전기는 범죄 없는 거리를 만드는 데도 한몫했다. 우리 회사가 밀알복지재단과 손잡고 전국 24개 지역에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안심가로등 1,371본을 설치한 결과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조사해봤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범죄가 줄어든 것이다. 동일한 지역을 안심가로등 설치 전과 후로 나눠 범죄 건수를 조사한 결과 317본을 설치한 A지역은 3,879건이 줄었고 122본을 설치한 B지역은 1,287건 감소했다. 경북 문경에는 50본을 설치했는데 범죄 발생이 ‘0’건이어서 시민들이 밤중에도 나와 운동을 즐긴다고 한다.

안심가로등을 설치하는 기준은 취약계층의 거주 비율과 범죄발생률이 높은 지역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일수록 점수를 많이 받는다.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 가로등은 태양광과 풍력으로 어둠을 밝히는 친환경가로등이기도 하다. 낮에 햇빛을 받아 가로등 안의 배터리를 충전하고 밤에 빛을 발한다. 풍력발전기가 있어 바람으로도 전기를 생산한다. 전국의 1,400여 안심가로등을 일반 가로등으로 따지면 전기료도 3억5,000만원 정도를 절감한 셈이다.

강구연월(康衢煙月)이라는 말이 있다. 달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번화한 거리로 태평성대의 평화로운 풍경을 뜻한다. 친환경에너지를 활용해 어둠에 빛을 밝히는 안심가로등이 우리 사회를 안전한 사회로 만드는 데 작지만 큰일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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