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고전 통해 세상읽기] 人心惟危 道心惟微(인심유위 도심유미)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이성, 공적 선용땐 번영 부르지만

사적 남용땐 타인에게 피해 끼쳐

법 심판에만 맡겨둘수 없는 문제

공공성 존중하는 '성찰의 마음'을





고대인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주고받았다. 바깥소식은 마을 사람 중에 누군가 다른 지역을 다녀와야 알 수 있었다. 현대사회는 초연결사회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하루에도 국내외 소식이 쏟아진다. 현대인은 고대인이라면 10년이 지나도 몰랐을 소식을 실시간으로 알게 된다. 아무리 현대인이라고 해도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소식 하나하나에 신경을 쓸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소식이 많은 만큼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고 대충 훑고 넘어가며 웬만한 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이색적인 일에 파고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경찰과 검찰에서 수사하는 사건 소식을 보면 이성적 동물로서 사람이 이성을 어떻게 남용하고 있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기도 하고 심지어 성 관련 동영상을 소수 멤버끼리 공유하고 전파하기도 한다. 또 대학교수는 자기 자녀를 쓰지도 않는 논문과 하지도 않은 봉사활동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대학 진학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고위 공직자가 개발 정보를 입수해 사익을 추구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성은 인간이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고도의 문명을 누릴 수 있는 역량이다. 이 역량은 양가적 특성을 가진다. 이성이 공적으로 선용되면 인류에게 이익과 번영을 가져오는 방향으로 쓰일 수 있다. 이와 달리 이성이 사적으로 남용되면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꾀하느라 타인에게 커다란 손실을 끼치게 된다. 사법의 정의가 공정하고 엄밀하게 집행된다면 이성의 사적 남용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의 욕망이 움츠려들 수 있다.





이성의 사적 남용은 법의 문제로만 맡겨둘 수 없다. 비리와 범죄가 밝혀진다고 해도 성범죄 피해자의 고통과 상처,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뒤바뀐 운명, 국민의 공직자 불신은 완전하게 보상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비리와 부정의 유혹을 막으려면 외적인 법의 심판 이외에도 이성의 사적 남용을 억제하고 공적 선용에 치중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서경(書經)에서 인간이 근원적으로 마음의 두 갈래 길에서 흔들리지만 중도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사람의 마음은 위태롭고 도의 마음은 미약하다. 오로지 정밀하게 살피고 한결같이 지켜 진실로 그 중도를 붙잡아야 한다(인심유위 도심유미·人心惟危 道心惟微 , 유정유일 윤집궐중·惟精惟一 允執厥中).” 여기서 인심은 자신만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고려하는 태도로 이성의 사적 남용에 해당한다. 위는 비리와 부패처럼 인심이 자신을 위험스러운 상황으로 이끌어가는 맥락을 나타낸다. 도심은 보편적 원칙을 존중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해치지 않는 태도로 이성의 공적 선용에 해당한다. 미는 사람이 도심을 지키고자 하지만 그 힘이 그렇게 강력하지 않다는 맥락을 나타낸다. 즉 사람은 도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대로 따르기가 쉽지 않고 위험스러운 인심으로 기울어지기 쉽다.

이에 사람은 인심의 위험성을 직시하고 도심의 공공성을 존중하기 위해 자신의 상태를 성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유정유일은 인심에 휘둘리지 않고 도심에 집중하도록 사람이 자신을 온전히 통제하는 노력을 가리킨다. 윤집궐중은 사람이 도심에 집중하더라도 구체적인 상황에서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적실한 방안을 끝까지 굳건하게 유지하는 실천을 가리킨다. 서경의 16글자는 인간의 이원적 특성과 문제 해결의 길을 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동아시아 철학과 사상에서 이 구절을 ‘16자심법(十六字心法)’으로 부르며 아주 중요하게 여겨왔다.

우리는 교과서에서 배웠듯이 이성의 공적 선용에 해당하는 도심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 도심의 공공선을 돌아보지 않고 인심의 유혹에 넘어가 선과 악의 경계를 인지하지 못한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다는 욕망을 어떻게 실현할지 머리를 짜낼 것이 아니라 그 욕망이 공공선을 위반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지 성찰하는 유정유일(惟精惟一)과 윤집궐중(允執厥中)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