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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지표만 나오면 '마이너스·제로%'...곳곳서 울리는 경고음

수출 수입 동반 하락...불황형 흑자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지면 대외신인도까지 타격

상거래 지표인 어음교환도 감소..화장품 의류 소비 줄어

불안한 미래에 지갑 닫고 은행으로 'GO GO'





소득주도성장과 대외환경 악화로 인한 고용·투자·수출 부진 등 한국경제에 ‘다중위기’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생활밀착형 통계’뿐 아니라 경상수지 등 거시지표에서도 이런 징후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갑을 굳게 닫은 채 낮은 금리의 예금에 돈을 묻어두고 상거래 활동이 위축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 둔화와 대중국 수출 감소, 국내 기업들의 투자 기피 등이 맞물리면서 수출과 수입이 동반 급락하는 ‘불황형 흑자’ 기조가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수출 감소세가 지속될 경우 기업 배당시즌인 이달에는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로 전환되면서 대외신인도마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2월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상품수지는 54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2014년 7월(54억2,000만달러 흑자) 이후 4년 7개월 만에 최소치입니다.

수출은 401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8% 줄어 3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단가 하락과 석유류 수출 부진, 중국 제조업 경기 둔화로 인한 대중 수출 악화가 겹쳤다”고 했습니다. 수입은 346억5,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2.1% 감소했습니다. 수요 수입품목인 원유 등 석유류 단가가 하락하고 반도체 수출 둔화로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수입이 급감한 탓입니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축소됐지만 경상수지는 36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82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상품수지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큰 서비스수지 적자가 다소 줄었기 때문입니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인과 일본인을 중심으로 입국자가 증가해 여행수지 적자가 11억4,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줄어들면서 서비스수지 적자도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수출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배당 지급이 집중되는 이달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기업들이 배당을 하면 이를 받은 외국인들이 배당금을 자국으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본원소득수지 적자가 커지고 이는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4월 경상수지 적자 시나리오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일시적 적자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적자 기조가 이어지면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상수지 흑자는 우리 경제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집니다. 소규모 개방경제이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서 경상수지 적자는 실물부문에서의 자본유출을 의미합니다. 이는 곧 한국경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금융부문에서의 자본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가 위험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경상수지가 적자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기계류 등 설비투자용 수입이 늘어 적자가 났다면 이는 오히려 좋은 징조입니다. 문제는 기업투자 둔화로 수입이 감소하는 가운데 수출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어 적자가 나는 경우입니다. 최근의 우리 경제의 흐름이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원 실장은 “수출 둔화뿐 아니라 기계류 등 설비투자와 밀접한 수입이 감소한다는 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수출 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소비자들의 경제활동도 위축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어음교환장수는 564만장으로 5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어음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주요 자금 융통수단입니다. 어음 교환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들의 상거래가 줄었다는 의미이지요. 어음교환장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7년 5월 900만장 안팎이었던 어음교환장수는 이후 매년 하락해 최근에는 500만~600만장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일 근무제 시행 등으로 인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반영돼 있다는 분석입니다. 2월 어음교환금액도 149조2,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습니다. 최근 정부가 어음을 통한 결제를 축소하도록 독려하는 상황이 반영된 것이지만 상공업계에서 ‘필요악’ 같은 존재인 어음 축소는 상거래 활동의 축소를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경제가 위축되면 경제주체들은 불안한 미래에 대비해 돈을 쌓아둡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 정기예금은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까지 5개월 연속 10%대의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정기예금 증가율이 5개월 연속 10% 이상 증가한 것은 지난 2012년 초 이후 6년여 만에 처음입니다. 전반적인 저금리 기조로 예금의 이자수익이 줄었지만 경기불황에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로 투자처를 잃은 돈이 예금으로 몰리는 것입니다. 한 경제전문가는 “금리가 낮으면 소비를 하거나 투자를 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하지만 투자할 곳은 없고 소비를 하자니 미래가 불안해 돈을 은행에 꼬박꼬박 맡기는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4·4분기 통화유통속도는 0.667로 통계집계 이후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통화유통속도는 시중에 풀린 돈(광의의 통화·M2)가 경제 거래에 얼마나 사용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높을수록 돈이 활발히 돌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4·4분기 분모인 M2는 저금리 기조로 다소 증가했지만 분자인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3·4분기보다 소폭 감소하면서 통화유통속도는 하락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예금이 증가한다는 것은 돈 있는 기업이나 개인이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뜻”이라며 “대외 악재로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내수조차 떠받쳐주지 못한다는 의미여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소비행태에서도 ‘허리띠’ 졸라매기의 징조가 뚜렷합니다. 지난해 11~12월 의복·직물 신용카드 소비액은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화장품 소비도 지난해 4월부터 대부분 마이너스 행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의류와 화장품은 경기상황과 밀접한 품목으로 꼽힙니다. 대표적인 내구재인 가전가구도 지난해 12월 들어 신용카드 결제액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소비자들이 경기불황에 대비해 외부활동을 최소화하고 이로 인해 상거래가 위축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경제활동이 위축되다 보니 물가는 0%대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디플레’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2019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49(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상승했습니다. 이는 지난 2016년 7월(0.4%)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한 경제전문가는 “무상급식이라는 정책적 요인과 계절성이 작용한 측면이 있지만 세 달 연속 물가상승률이 0%대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초입에 있다는 증거”라며 “씁쓸한 물가상승률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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