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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서재 <17>이순재] "삼국지가 가르쳐준 도전정신…무명시절 큰 버팀목 됐죠"

4~5번 완독…연기 생활에 큰 도움줘

德으로 상대 포용한 유비의 용인술

젊은이들 인생의 길라잡이 됐으면





이순재(사진·85)는 최고령 현역 배우 가운데 한 사람이지만 다양한 장르에서 종횡무진 하고 있다. 올 초부터 드라마 ‘리갈 하이’,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를 비롯해 최근 개봉한 영화 ‘로망’에 출연했다. 서울대 철학과 출신인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재벌 회장, 엄격한 아버지, ‘야동’ 보는 할아버지 등 그 어떤 배역을 맡아도 자연스레 소화해낸다. 아무리 스케줄이 고되더라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독서광’이기도 하다. 스펙트럼이 넓으면서도 공감을 이끌어내는 연기의 힘도 그동안 읽은 수많은 책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최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순재는 “짧은 시간 깊고 풍부한 경험을 주는 독서는 가성비 좋은 연기 선생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배우 지망생이나 현역들에게 꾸준한 독서를 권한다고 한다. 그는 “다양한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에게 독서를 통한 간접경험은 필수”라며 “가령 같은 농부라 하더라도 갯벌 어촌이냐, 산간 지방이냐에 따라 다른데 그 차이를 알지 못한다면 배역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유했다. 독서를 통해 많은 지식과 이미지가 머릿속에 쌓여 있다면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60년 배우 생활 동안 가장 큰 힘이 된 것도 예전부터 읽었던 셰익스피어, 몰리에르, 안톤 체호프 등의 희곡이라고 한다.

이순재가 연기를 시작하던 1950~60년대는 배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데다 벌이도 시원찮았다. 또 그는 당대를 대표하는 미남형도 아니었다. 뛰어난 연기력에도 단역에만 머물며 경제적·정신적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주연 배역에 대한 아쉬움이 들고 좌절하는 순간에 마음을 다잡아준 것은 바로 책이었다.



“‘삼국지’(삼국지연의)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저 역시 4~5번쯤 완독한 것 같습니다. 제가 연기를 시작할 때는 고(故) 신성일, 신영균, 남궁원 등이 대한민국 영화계를 주름잡던 시절이었죠. 그들이 영화 주연으로 수많은 흥행작을 낼 때 저는 이름 없는 배역조차 어렵게 얻어냈어요. 그때마다 삼국지에 나오는 수많은 영웅호걸들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어요. 삼국지에서 배운 열정과 도전 정신이 연기 생활에 큰 도움이 됐어요.”

이순재는 “요즘은 성공을 위한 별의별 자기계발서들이 등장하고 청춘을 응원하는 책들도 보인다”며 “저는 인생의 길라잡이가 될 수 있는 책으로 삼국지를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유비의 용인술에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세월이 변해도 가치를 잃지 않는 덕(德)의 리더십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용인술은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기술이나 재주를 의미한다”며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내 능력도 중요하지만 상대를 인정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때로는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조언했다. 가령 유비는 지략이나 지식에서는 제갈량을 뛰어넘지 못하고 싸움이나 용기는 관우나 장비에 비할 수 없었지만 이 모두를 덕으로 포용했던 사람은 유비였다는 것이다. 또 그는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으로 “고전 중의 고전, 문장의 힘이 살아 있는 ‘햄릿’”을 꼽았다. 그는 “연기를 떠나 누구든 꼭 한번은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만 읽어도 주인공의 고뇌가 머릿속에 그려지고 처한 심경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면서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도 햄릿, 리어왕, 맥베스 같은 명작은 꼭 읽어볼 것을 권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김리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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