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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절반만 연장' 유류세 인하...체감 기름값은

정부가 다음달 6일로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오는 8월 말까지 4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인하폭은 현재 시행 중인 15%에서 7%로 절반 가량 깎입니다. 세수 여건은 물론 최근 다시 오르는 국제유가와 가라앉는 경기상황 등을 고려한 조치인데,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름값은 지금보다 다소 오르게 됐습니다. 다음달부터 기름값은 얼마나 오를지, 정부가 ‘연장하되 절반만 인하’라는 절충안을 내놓은 배경은 무엇일지 살펴봅니다.





기획재정부는 12일 긴급 발표를 통해 “6일 종료 예정인 유류세율 한시적 인하 조치를 8월 31일까지 약 4개월 연장하되 인하 폭은 종전 15%에서 7%로 축소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국제유가가 오르고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자 11월 6일부터 휘발유·경유·LPG부탄에 붙는 탄력세율을 15%씩 인하해왔습니다. 이 조치는 6개월 한시적으로 시행돼 다음달 6일로 종료 예정이었는데, 이번에 인하폭을 7%로 줄여 4개월 더 연장하기로 한 겁니다. 이호승 기재부 1차관은 “이번 단계적 환원은 최근 국내외 유가동향, 서민·영세자영업자의 유류비 부담, 소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했다”며 “최근 유가 흐름을 고려할 때 한꺼번에 되돌리는 것은 소비자 부담이 클 수 있어 단계적으로 환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달 7일부터 유류세 인하폭이 7%로 줄어들면 소비자 입장에서 기름값은 4월 첫째주 기준으로 ℓ당 △휘발유 1,398원→1,463원 △경유 1,296원→1,342원 △LPG부탄 797원→813원으로 오를 전망입니다. 사업자들이 추가로 마진을 붙이면 가격은 더 오를 수 있습니다.

물론 유류세 인하가 아예 종료될 경우와 비교하면 7% 인하 조치로 기름값은 ℓ당 △휘발유 58원 △경유 41원 △LPG부탄 14원 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세금이 15% 인하되고 있는 현재는 △휘발유 123원 △경유 87원 △LPG부탄 30원이 빠지고 있기 때문에 인하폭이 줄어들면 그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름값이 오르는 효과가 납니다.

이호승(오른쪽 세번째)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유류세 한시적 인하분 단계적 환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연장하면서 인하 폭도 15%로 유지하는 게 더 바람직한 조치였을 것이란 아쉬움도 표합니다. 정부가 이달 중 6조원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준비 중일 만큼 경기 보강을 위한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마당에 유류세 인하 폭은 줄이는 것이 ‘정책 엇박자’라는 얘기입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추경도 하고 여러 가지 확장정책을 준비 중인데 유류세는 (사실상) 올리는 것이 정합성이 떨어진다”며 “유류세 인하는 경기가 가장 안 좋을 때 하는 조치인데 지금은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인하를 결정했을 때보다 경기가 더 안 좋다”고 지적했습니다. 전 세무학회장인 홍기용 인천대 교수도 “인하폭을 7%로 유지하더라도 휘발유값은 100원 가까이 오를 수 있는데 국민에게 조금 부담이 된다고 본다”며 “공교롭게도 유류세 인하를 결정한 뒤 지난 5개월 동안은 국제유가가 내리다가 최근에 다시 오르고 있어서 현재 인하폭 그대로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최근 국제유가는 다시 급등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유류세 인하를 결정할 당시 두바이유는 배럴당 79.39달러까지 치솟아 연말에는 10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유류세 인하 조치가 발표되자마자 국제유가는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 지난해 말에는 50달러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유가가 오를 때 세금을 깎아줘야 소비자가 느끼는 효과가 큰데 반대가 된 셈입니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 종료를 앞두고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도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0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70.08달러로 저점 대비 41.5% 올랐고 연초 40~50달러 수준이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최근 64달러까지 치솟아 5개월여 만의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국제유가가 그야말로 ‘청개구리’처럼 움직이면서 정부도 난처해졌습니다. 이때 유류세 인하마저 예정대로 끝나 한꺼번에 15% 인하분이 사라지면 가뜩이나 오르는 유가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량들이 12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유류세 인하 폭을 7%로 축소하고 인하 기간은 4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연합뉴스


이처럼 국제유가가 오르고 정부가 부양책을 고심할 만큼 경기가 지지부진한 상황만 보면 유류세 인하폭을 15% 그대로 유지해 연장하는 것이 합리적인 조치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인하폭을 절반만 연장키로 한 데에는 올해 세수 우려 때문이라는 게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김소영 교수는 “인하폭을 절반으로 줄여 연장하는 것은 세수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정부는 이번 연장 조치로 추가될 세수 경감 규모를 약 6,000억원(국세 5,000억원+지방세 1,000억원)으로 예상했습니다. 올해 예산 편성 당시 계획에 없었던 5,000억원 규모의 세수 펑크가 나는 셈입니다.

국제유가 흐름에 대처하고 미세먼지 대책과의 정합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정부는 올해 들어 고농도 미세먼지가 심화하자 경유세 인상마저 고민할 만큼 유류 소비 억제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널뛰는 국제유가에 대응하려면 무조건 유류세 인하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유가가 오르는 것은 앞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며“ 기름값을 낮춰서 그만큼 수요가 늘어나고 인하 조치 연장을 통해 수요 증가 패턴이 고착화되면 비상국면에 신속히 대응하기 힘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빈난새·한재영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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