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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삼성 권오현 "韓사회는 사일로 집단...순혈깨고 대학논문 버려라"

■권오현 회장 포스텍 교수 대상 강의록 입수

국내시장 규제 많아 스타트업으로 돈 못벌어

韓기업 해외인재에 폐쇄적… 이만한 성장도 기적





권오현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한국 사회는 자체가 거대한 사일로(silo)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저장고를 뜻하는 사일로는 외부와 담을 쌓고 소통하지 않는 조직을 말한다. 과거 스티브 잡스는 ‘소니가 애플이 되지 못하는 이유’로 사일로를 들기도 했다.

삼성종합기술원 회장을 겸하고 있는 권 회장은 지난 10일 포스텍 교수 40여명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말한 뒤 “사일로 간 이동이 빈번한 미국처럼 순혈주의를 없애고 해외 인재에 대한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를 만든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권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 33년의 경영 노하우를 담은 책 ‘초격차’를 출판해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르기도 했다. 이날 강연은 그의 경영일선 퇴진 이후 첫 외부 강연이었다.

권 회장은 사일로를 없애고 사회 전체에 역동성을 불어넣기 위한 첫 번째 방안으로 해외 인재 유치를 꼽았다. 그는 “삼성전자 직원이 전 세계에 30만명 정도, 국내에 10만명 정도 있는데 외국인에 대해 폐쇄적이라는 것이 국내 기업의 단점”이라며 “삼성전자를 포함해 지금까지 국내 기업이 한국인만으로 이만한 경제성장을 이룬 것은 기적”이라고 꼬집었다.



“기술과 아이디어는 대학에서”

권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의 토양이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를 논문으로만 평가하는 대학에서 찾았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은 SCI 논문에만 집중해 (사업화가 가능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부족하다”며 “스타트업의 시작인 기술과 아이디어는 대학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포스텍 교수들을 향해 “대학이 논문을 버릴 때 ‘초격차’가 된다”고 역설했다. 규제의 벽에 갇힌 스타트업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권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규제가 너무 많은데다 국내 시장이 너무 작아 스타트업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이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특히 권 회장은 포스텍 같은 국내 공대에서 창업을 많이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나 스탠퍼드대 교수들을 만나보면 (사고방식이) 상당히 실용적”이라면서 “스탠퍼드대 등은 ‘개발한 지식이 사회에서 적용되는지 증명해보라’며 교수들에게 창업을 독려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어 “포스텍이 창업을 많이 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창업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기술 하나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라며 “기술자와 신사업을 경영할 수 있는 경영자를 매칭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권 회장이 공대생에게 바라는 점으로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고 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공대생은 자연의 법칙에 따른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상대적 진리”라며 “엔지니어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가 절대적 진리라 믿고 소신을 굽히지 않아 협력이 힘든 경우가 많은데 사람을 이해하는 학문인 심리학을 같이 공부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AI 전략은 선택과 집중”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권 회장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삼성의 미래 전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미래 전략을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모두 AI에 관심을 갖는데 AI에도 많은 분야가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AI 중에서도 세부 분야를 골라 집중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나보다 똑똑한 부하와 경쟁 말아야”

경영자나 리더로서 필요한 것은 ‘미래에 대비하는 시간’이라는 권 회장의 평소 신념도 일관되게 강조했다. 그는 “미래를 준비하려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나라 리더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불필요한) 회의나 갈등 조정에 사용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보가 제한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정보 접근방법이 다양해져 예전 리더들처럼 회의를 많이 할 필요가 없다”며 “갈등 조정을 위해서는 서로 업무를 바꿔보는 방식이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리더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하직원에게 권한을 위임(empowerment)해야 한다고 봤다. 권 회장은 “미래에 대한 준비는 상사의 몫인데 상사가 ‘미래에 먹고 살 방안을 만들어오라’고 해 부하가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부하가 나보다 똑똑하다고 부하와 경쟁할 것이 아니라 업무를 위임하면 그것이 모두 나의 성과가 된다”면서 “리더는 이렇게 확보한 시간에 거시 트렌드 정보를 활용해 ‘우리 조직이 미래에 무엇을 해야 할까’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에 예외는 없다”

삼성의 조직문화에서 중요한 것은 인사원칙에 예외를 두지 않는 것이라는 게 권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많은 실패를 했지만 가장 큰 실패는 사람을 잘못 선택한 것”이라며 “‘성희롱을 한 직원은 무조건 퇴출’이라는 원칙을 정했으면 그것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하지만 그의 업적이나 역량이라는 현재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예외를 만들면 조직이 깨진다”면서 “미래에 달성해야 할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거꾸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보면 현재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업무에서 효율을 발휘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중요한 것이 ‘개인으로서의 삶’이라고도 했다. 권 회장은 “행사에서 사람들이 떠들고 어수선할 때 ‘재테크 방법 알려줄까’ 하면 조용해지는데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재테크는 직장에 오래 다니는 것”이라면서 “부인과 싸우면 직장에서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없는 큰 노이즈가 되는 만큼 부하직원들에게 늘 ‘와이프를 이길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권 회장은 “나는 미래와 경쟁한다”며 “마지막으로 ‘세상에 변화에 맞춰 자신도 끊임없이 변신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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