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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 여행의 이유] 낯선 곳에서 여행의 참맛을 느끼다

■김영하 지음, 문학동네 펴냄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의 말을 빌어 표현하면 소설가 김영하는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즉 여행하는 인간이다. 김영하는 첫 여행부터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느꼈던 단상들과 삶에 대한 통찰을 아홉 개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첫 번째 글인 ‘멀미와 추방’에서는 중국에 갔다가 입국을 거부당했던 일로 시작한다. 당시 경험을 통해 흔히 생기기 마련인 돌발 변수, 이로 인해 미묘하게 수정되는 계획들이 만들어주는 여행의 맛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이 같은 의외성이야말로 이야기 가운데 가장 오래된 형식인 여행기가 지닌 기본 구조라고 말한다. 여행과 인생의 여정이 닮았기에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모험소설과 여행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외에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는 상처와 피로로부터 도망치듯 떠나는 여행에 대해 다룬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서는 공동체로부터 소외되어 떠도는 자들의 쓸쓸한 숙명과 그로부터 벗어날 반전이 있는 해법을 담았다.



무엇보다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인생의 모든 여정에서 부딛치는 반려들과의 만남과 이별에 관한 작가의 시선이다. ‘인간보다 수명이 훨씬 짧은 개와 고양이를 반려라고 생각하면 너무 애달프다. 무슨 반려들이 이토록 자주, 먼저 떠나는가. 나에게 녀석들은 반려가 아닌 여행자에 가깝다. 새미와 이슬이도, 방울이와 깐돌이도 잠시 우리집에 왔다가 떠났거나 떠날 것이다. 긴 여행을 하다보면 짧은 구간들을 함께 하는 동행이 생긴다. 며칠 동안 함께 움직이다가 어떤 이는 먼저 떠나고, 어떤 이는 방향이 달라 다른 길로 떠난다. 때로는 내가 먼저 귀국하기도 한다. 그렇게 헤어져 영영 안 만나게 되는 이도 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그렇게 모두 여행자라고 생각하면 떠나 보내는 마음이 덜 괴롭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환대했다면, 그리고 그들로부터 신뢰를 받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1만3,5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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