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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정신질환자 '인권'보다 중요한 것

임웅재 보건의료선임기자
치료 거부 안씨에 속수무책
사회안전망 강화 차원에서
국민 생명 위협하는 환자는
강제입원·치료로 범죄 예방을

[여명] 정신질환자 '인권'보다 중요한 것

치료를 중단하거나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중증 조현병 환자 등의 섬뜩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적 공포감도 상당하다.

지난 2016년 9월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인의 진단이 있으면 ‘보호 입원’이 가능하도록 한 정신보건법 제254조 1항·2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듬해 5월 이 법은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개정됐다. 정신질환자의 인권이 강조되면서 환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정신병동에 입원시키는 게 매우 어려워졌다. 많은 장기 입원환자들이 자신을 받아줄 준비가 안 된 지역사회로 나왔다. 하지만 이웃 등을 해칠 수 있는 중증 질환자를 촘촘하게 관리하기에는 법률·제도적 구멍이 크고 관련 인력·예산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런 와중에 조현병을 앓아온 진주의 40대 남성 안이득(42)씨가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빠져나오던 주민들을 죽이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범행 전 33개월간 이웃 등과 숱한 갈등을 일으켰지만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말 정신질환자의 칼부림에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져 이달 초 개정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타인의 생명을 위협했던 정실질환자가 퇴원할 때 환자에게 알린 뒤 보건소 산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안씨처럼 환자가 거부하면 소용이 없다.

치료를 받는 대다수 조현병 환자들은 어리숙하고 순종적이며 공격적이지 않다고 한다. 문제는 안씨처럼 공격성을 보이거나 감정적 동요가 심하고 불안해하는 관리 사각지대 밖의 조현병 환자들이다.

안씨는 2010년 공주치료보호감호소에서 정신분열증으로 보호관찰을 받은 적이 있고 2011~2016년 정신병원에서 총 68차례의 조현병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센터에 등록되지 않았고 스스로 치료받기를 거부했다. 그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을 복용하면 정신은 맑아지고 좋아졌지만 어느 날부터 몸에 이상이 생기고 신체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느껴 약 복용을 중단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생계급여와 의료비 등을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여서 비용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는 사이 피해망상·환청 등이 심해져 결국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안씨는 범행 전 한달여 동안 이웃집에 간장을 뿌리거나 불법주차 문제로 술집에서 타인을 둔기로 위협하는 등 이상행동으로 경찰에 다섯 차례나 신고됐다. 하지만 경찰은 “대화가 안 된다”며 그냥 돌아갔다.

반면 일본은 지난해부터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타인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정신질환자의 입원 검토를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지자체는 즉시 직원을 보내 상황을 조사하고 의료진 등 전문가 판단을 거쳐 하루 안에 입원 여부를 결정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고 대책으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응급개입팀’을 설치해 정신건강전문요원이 경찰·소방과 함께 현장 출동하고 정신질환 여부 확인, 안정 유도, 상담 등 맞춤형 대응을 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경찰·소방·보건소정신건강복지센터 중 어느 쪽으로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공동 대응할 수 있는 협력체계도 구축한다.

문제는 인력·예산 부족이다. 전국 243개 정신건강센터는 2,524명이 6만1,220명의 관리대상 등록환자를 챙기는 실정이다. 간호사·사회복지사·임상심리사 중 1~3년의 수련과정을 거쳐 정신건강전문요원 자격증을 딴 이들은 그 중 일부다. 우리나라의 1인당 정신보건지출은 2015년 45달러로 1위 영국(278달러)의 16%에 불과하다.

현행 시스템으로는 제2의 안씨에게 치료를 강제할 수도, 제3의 안씨 범죄를 막을 수도 없다. 환자의 ‘인권’만 강조되다 보니 주민들의 인권과 생명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안씨처럼 타인을 위해한 적이 있거나 그럴 위험이 큰 정신질환자에게는 치료를 강제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사회안전망 강화 차원에서 관련 제도를 손질하고 인력·예산을 확충해야 한다.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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