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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코 兆단위 투자에..정유·화학사 '긴장'

원유 발굴 넘어 정유·화학 눈독

막대한 실탄 앞세워 M&A 활발

대부분 中·동남아 중심 공략

국내 기업 설자리 좁아질 수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기업 아람코가 올 들어 정유·화학사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며 국내 정유·화학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원유 발굴 및 채굴과 같은 ‘업스트림’을 통해 수익을 냈던 아람코가 정유나 화학 등의 ‘다운스트림’ 분야에 진출할 경우 아시아시장에서 우리 업체들과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이 고도화 시설에 대한 투자 및 스폐셜티(고기능성) 제품 개발 등으로 활로를 찾겠다는 계획이지만 주요 시장인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일정부분 지문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

22일 외신 등에 따르면 아람코는 올들어 조(兆) 단위의 투자 계획을 잇따라 쏟아내며 정유·화학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아람코는 사우디 정유사인 SASREF의 지분 중 로열더치셀이 보유한 50% 가량을 6억3,000만 달러에 인수할 예정이며 인도 회사인 릴라이언스의 정유·화학 사업부 지분 25% 100억 달러 이상을 들여 인수할 계획이다. 또 중국의 노린코와 손잡고 중국 내에 정유·화학 단지 조성에 1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지난달에는 중동 최대 화학사인 사빅을 690억 달러를 들여 인수하기도 했다. 이달 아람코의사상 첫 회사채 발행에는 목표치의 10배가량인 1,000억 달러의 자금이 몰리는 등 추가 인수를 위한 실탄 확보도 어렵지 않다. 사우디는 지난 2016년 4월 산업 고도화를 목표로 한 ‘사우디 비전 2030’ 발표 이후 아람코의 기업공개(IPO) 등을 추진 중이며 정유·화학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아람코의 이 같은 공격적 시장 확대 전략은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져 한국 업체들에게는 상당한 위협이 된다. 실제 국내 정유사들의 지난해 수출액 467억 달러 중 중국(86억 달러) 비중이 가장크며 베트남(18억달러), 인도네시아(13억달러), 말레이시아(12억달러) 등 동남아 국가도 상당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석유화학제품 또한 지난해 수출규모 500억 달러 중에서 중국이 217억달러로 가장 크며 베트남(21억달러), 인도네시아(11억달러), 말레이시아(10억달러) 등 동남아 국가 비중이 높다. 특히 아람코가 중국을 이을 경제 대국으로 꼽히는 인도 시장 공략을 강화함에 미래 시장마저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람코의 경쟁력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권의 원유 생산량을 보유한 사우디에서 나온다. 실제 아람코는 1배럴의 원유 채굴을 위해 2.8달러만 들이면 돼(18일 기준 두바이유 배럴당 가격 71달러) 이를 자체적으로 정제해 팔 경우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다. 또 석유 정제시 나오는 나프타를 원료로 다양한 화학제품을 만들경우 수익률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 국내 정유·화학사들이 국제 정세에 대비해 수입선을 다변화 해야하는 반면 사우디는 베네주엘라에 이은 세계 2위의 석유 매장량(약 2,683억배럴)을 바탕으로 지분투자로 확보한 글로벌 각지의 정유·화학 공장에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벙커C유 등의 저가 제품을 휘발유, 경유 등의 고가 제품으로 탈바꿈 시켜주는 고도화 설비 등에 대한 투자를 무기로 내세우지만 아람코의 ‘원유채-정제’ 일원화 사업 모델 대비 수익성이 낮다.

화학사들 또한 비교적 가격이 낮은 가스에서 추출한 에탄을 바탕으로 화학제품을 만들거나 고기능성 제품에 대한 우위를 내세우지만 이 또한 우위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에탄 기반의 화학제품은 아람코는 물론 셰일가스가 풍부한 미국 업체들과 비교해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며 고기능성 제품은 독일의 바스프 등 글로벌 최상위 업체와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져 수익 확대에 제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의 최대주주인 아람코가 최근 현대오일뱅크 지분 17%까지 인수하며 한국 정유업계의 아람코 종속 현상이 심해지는 모습”이라며 “한국 업체들은 지금과 같은 사업 모델로는 10여년 뒤 아람코와의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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