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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 24시간 근무…공기업 '황당한 임금피크제'

KEIT·공항公 급여 줄었다고 근무시간 확 줄여…신임 CEO들, 勞 마찰 피하려 방만경영





공공기관들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대상 직원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노사 합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면 임금은 줄어드는 반면 근무시간은 기존대로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부 공공기관들이 노조의 요구에 밀려 근로시간까지 단축하는 것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취지를 무력화하는 노사 합의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6면

2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과 한국공항공사 노사는 최근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직원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 합의서를 체결했다. KEIT는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근무시간을 현행 주 40시간에서 주 32시간으로 줄였다. 퇴직 후 진로설계를 지원한다는 명목을 내걸었다. 임금피크제 운영규칙에도 ‘삭감된 보수에 비례해 단축근로제를 적용할 수 있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공항공사도 만 59~60세 임금피크제 직원의 근로시간을 주 24시간(3일)으로 줄였다. 공항공사 노사는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개인별 임금 감액률이 변경될 경우 단축 근로시간도 이에 연동해 변경하도록 하는 규정을 넣었다.

이처럼 줄어든 임금에 비례해 근무시간을 단축하면 시간당 임금은 기존과 비슷하거나 올라가게 된다. 또 축소된 근무시간만큼 추가 인력이 필요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지난 2016년부터 60세 정년이 보장되면서 인건비 증가와 신규 채용 감소를 우려해 시행했던 임금피크제가 공공기관에서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KEIT와 공항공사 모두 최고경영자(CEO)가 바뀌자마자 임금피크제를 개편했다. 노사 간 마찰을 피하려 노조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정양호 KEIT 원장은 3월26일 취임한 뒤 4월16일 노사합의서에 서명했고 손창완 공항공사 사장도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올해 3월22일 노조와 합의했다. 공항공사 합의서에 따르면 시행일이 2019년 2월18일로 체결일보다 한달 가량 앞서 암묵적으로 실시해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정부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노사 간 자율적 합의로 변경이 가능하다”며 “기관이 채용 가능 범위와 재원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노조 눈치만 보는 공기업 CEO…임금피크제 취지 무력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과 한국공항공사 등 공공기관들이 하나둘 임금피크제 후퇴안을 마련하면서 최초 도입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들이 노조 눈치를 보고 정부도 ‘자율’이라는 명목으로 수수방관하면서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방조한다는 것이다. 특히 직무급제로의 전환 같은 임금체계 개편은 뒤로한 채 현 정부 들어 공공기관 정원만 늘어나고 있어 비대화에 따른 재정부담이 우려된다.

23일 기획재정부가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자료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임피 대상자는 각각 8,614명, 9,362명이며 오는 2021년과 2022년은 1만명에 육박한다. 전체 공공기관의 절반 이상이 아직도 시간이 지날수록 임금이 오르는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어 정년을 보장하되 임금을 삭감해 청년층 신규 인력 채용에 쓰겠다는 목적으로 모든 공공기관이 임피제를 도입했다. 실제 시행 첫 2년간(2016~2017년) 공공기관들은 절감한 재원으로 총 8,000명을 신규 채용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노동계에서 임금피크제 폐기를 강하게 요구해왔고 노사 합의를 통해 점차 무력화되고 있어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기관에서 제도를 바꾸면 다른 기관들도 근로시간 단축이나 감액률을 조정하는 식으로 빠르게 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신규 채용 수요를 늘리고 개별 인력의 시간당 임금을 높여 기관의 경직성 비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

노동계는 임금피크제 시행 반대급부로 신규 채용한 인원을 ‘별도 정원’으로 분류하지 말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일반 정원에 포함시켜 인건비를 더 달라는 주장이다. 또 임금피크제 적용 기간 임금이 깎이는 만큼 근로시간을 줄여달라, 한시적으로라도 퇴직위로금을 늘려 명예퇴직을 시행하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낙하산 논란이 제기되거나 새로 취임한 CEO들은 더욱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취임 초기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만들겠다는 목적인 셈이다. 정양호 KEIT 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과 조달청장을 지낸 관피아 출신이다.

KEIT와 공항공사 등이 삭감된 보수에 비례해 근로시간을 줄인 것은 임피 대상 지원금이 지난해 말로 종료된 영향도 크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근로자 1인당 연 1,080만원 한도로 축소된 임금을 보전해줬는데 이제는 제도가 사라졌다. 실질 소득이 줄어든 근로자들을 달래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개편을 위한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수 관련사안은 단체협약을 통해 하는 것이 원칙으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과거 공공기관의 인건비와 예산을 쥐고 효율화를 추구했던 정부가 한발 뒤로 빠져있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공공기관에 임피제 도입이 되지 않아 고임금 인력을 계속 안고 가면 인력채용과 구조상 운영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크다”며 “생산성에 따른 임금 수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정적으로 지속가능성 문제가 이른 시간 내에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직무급제 도입은 노동계의 반대로 사실상 힘들어 보인다. 공무원·공기업 등 공공 부문 노조로 구성된 공공서비스노동조합총연맹은 올 초 “공공기관 직무급제 강제도입은 지속가능한 고용안정 모델이 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는 올 6월 중 공공기관을 포함한 기업 일반의 ‘직무중심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하나 노사합의·자율로, 단계적·점진적으로 공공기관의 직무급 도입을 추진 중이어서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령인력 활용을 위한 합리적인 임금체계를 구축하려면 성과급·직무급제로 개선돼야 한다”면서 “정부도 끊임없이 노사를 설득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 등 339개 공공기관의 전체 임직원 수(임금피크제 별도 정원 제외)는 2015년 28만명에서 올해 35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비대해지는 실정이다. 실제 한국철도공사(9%), 국립공원관리공단(15%), 한국수자원공사(11%) 등 대다수 공공기관의 올해 인건비는 전년 대비 평균 10%가량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경호 의원은 “공공 부문 일자리 늘리기에 몰두하고 있는 현 정부에서 청년일자리 창출과 사회형평적 인력활용을 위해 도입한 임금피크제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움직임이 보인다”면서 “능력과 직무 중심 임금체계 개편이 시급한 상황에서 ‘자율’이라고 포장된 기관의 이익에 의해 실질적인 임금 인상과 인력 증원이 이뤄지는 것이 아닌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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