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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금융전략포럼]"금융사 '더블다운'하려면…삼성과 IT인재 채용 경쟁서 이겨야"

<더블다운 : 블랙잭서 판 돈 두 배로 올리는 것>

■이성용 신한미래전략연구소 대표 주제강연

2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이성용 신한금융 미래전략연구소 대표가 주제강연을 통해 한국금융의 미래를 위한 제언으로 ‘더블다운’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권욱기자




“국내 금융사들이 ‘더블다운(Double down·어떠한 수량의 배(倍)를 이르는 말 )’하려면 삼성전자와 인재 채용 경쟁이 필요합니다.”

2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본지 주최 금융전략포럼에서 주제강연을 맡은 이성용 신한금융 미래전략연구소 대표는 “세계적인 금융회사인 골드만삭스는 전체 직원 3만4,000여명 중 1만명이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인력이고, 새롭게 인력을 채용할 때도 매년 40% 정도를 ICT 전공자로 뽑고 있다”며 “국내 금융사들도 삼성전자와의 채용 경쟁에서 이겨야 살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매년 우수한 ICT 인재를 뽑고 있는데 금융사도 삼성보다 더 우수한 인재를 채용해야만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앞으로의 금융사 경쟁력은 다양한 핀테크 실험을 통해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ICT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국내 금융사의 ICT 인력 비중은 전체의 4%에 불과하다”며 “한 해 배출되는 대한민국 전체 이공계 대학 졸업자를 전부 뽑아도 골드만삭스를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 업체들은 인재 발굴과 육성에 수익의 절반 정도를 투자하는데 금융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다양한 핀테크 실험이 미래 좌우

골드만삭스 채용 40%가 ICT인력

국내 금융사는 전체 비중에 4%뿐



그는 국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짧은 임기도 금융발전의 발목을 잡는 문제로 지목했다. 이 대표는 “선진국의 금융사 CEO 재임기간 은 한국의 2배 정도”라며 “CEO 임기가 짧으면 단기 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결국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금융사 CEO의 재임기간은 69.6개월이고, 일본의 경우에는 50.6개월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31.2개월에 그친다. CEO 재임기간이 길어야 멀리 내다볼 수 있고 ‘오너 아닌 오너’ 같은 CEO가 늘어나 금융산업의 경영 모델을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고급 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도 언급됐다. 이 대표는 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 자리가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이유에 대해 “내로라하는 글로벌 인재가 필요한 자리인데도 보수가 낮아 유능한 분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며 “수백조원의 자금을 운용할 인재 채용에 수억원도 안 쓴다는 건 (반도체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다른 분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인재 투자와 함께 금융 트렌드의 변화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심지어 미쓰비시 인포메이션 뱅크 같은 사업모델까지 등장하는 마당에 변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미쓰비시 인포메이션 뱅크는 고객의 동의를 받아 고객정보를 거래하며 이에 따른 이익을 고객에게 배당하는 사업으로 전 세계 금융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통 금융사들 사이에서 경계감이 컸던 블록체인 역시 대형 금융사를 중심으로 적극 포용하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는 만큼 국내 은행들도 블록체인 기반의 ‘프라이빗 코인’ 탄생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이 대표는 “‘암호화폐는 사기’라고까지 했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가 지난 2월에는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서비스를 선보였다는 사실에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다이먼 CEO는 2017년 9월 ‘암호화폐 열풍이 튤립 버블보다 심하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쳤었다. 암호화폐를 거래한 직원을 해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3개월 후인 지난해 1월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했던 발언을 후회한다”며 지난 2월에는 ‘쿼룸’이라는 독자 코인을 개발해 서비스 중이다.

이 대표는 핀테크 등 금융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규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가장 시장가치가 큰 혁신기업 10곳 중 텐센트·알리바바를 제외한 나머지 8곳이 모두 미국 플랫폼 기업인 이유는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하며 “미국의 규제가 유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정보 활용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결정과 타이밍이 대한민국 핀테크의 앞날을 결정할 것”이라며 유연한 규제를 위한 금융당국의 사고 전환 필요성을 거듭 촉구했다.

CEO 짧은 임기도 발전에 발목

고급두뇌엔 충분한 보상 있어야



이 대표는 급속한 고령화와 저성장을 맞고 있는 한국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국과도 맞붙을 수 있는 유일한 경제성장 전략으로 금융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는 일을 꼽았다. 그는 “제조업으로는 더 이상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게 어렵다”며 “‘돈으로 돈을 버는’ 금융산업 전략이야말로 고급 일자리를 만들고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외국계 금융사들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계속 이탈하는데 낮은 수익성과 규제 완화 정책의 부진 등을 꼽고 있다”며 “우리나라 은행이 글로벌 은행에 비해 최대 75% 가까이 디스카운트(저평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도 삼성전자가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글로벌 기업설명회(IR)를 하는 수준으로 IR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글로벌 IR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금융 발전을 위해 금융 관련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휴대폰을 들고 수영하는 사람은 없지 않느냐”며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휴대폰 사용법을 잘 알듯 금융 교육이 강화되면 자연스럽게 금융 민원 감소와 불필요한 규제도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유튜브 등을 활용한 쉽고 재미있는 금융 교육이 반복적으로, 전사회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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