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지금 전 세계의 초점이 조선반도 문제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 문제를 같이, 조선반도 정책을 평가하고 서로의 견해를 공유하고 또 앞으로 공동으로 조정 연구해나가는 데서 아주 의미 있는 대화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을 암시하는 표현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을 끌어들임으로써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우군을 확보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오랜 친선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두 나라의 관계를 보다 공고하고 건전하고 발전적으로 발전시키는데 아주 유익한 만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렇게 초청해주시고 이번에 매우 바쁜 속에서도 모스크바로부터 수천 리 길이 떨어진 여기까지 와서 만나주신데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푸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선거에서 당신께서 위대한 러시아 인민을 영도할 소임을 맡고 지금 정열적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데 대해서 축하 말씀드린다”며 “정말 유익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모두발언을 마치고 단독회담에 들어간 양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경제협력 방안 등을 중점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 섬 내 극동연방대학에서 2시간 가까이 진행된 김 위원장과의 단독회담을 끝낸 뒤 양측 수행원들이 함께하는 확대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김 위원장과) 서로 마주 보며 충분히 상세한 대화를 나눴다”면서 “양자관계 역사와 현황, 전망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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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회담에서) 한반도 상황에 관해서도 얘기했다”면서 “현 상황이 진전으로의 좋은 전망을 갖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북러정상회담을 계기로 비핵화 협상과 관련 6자회담 복원을 꾀하고 있는 만큼 현재의 북미 양자체제가 다자체제로 전환될 지 주목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과거 6자회담의 결과물인 9·19 공동성명 합의에 불만이 큰 만큼 현재의 양자체제를 선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9·19 공동성명 1조 1항의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한다’는 내용은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김 위원장이이 6자회담을 복원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오후 2시 5분(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1시 5분)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다리로 연결된 루스키섬 극동연방대에서 만난 두 정상은 건물 입구에서 가볍게 악수했다.
2011년 김정인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 정상회담 이후 8년 만에 만난 북러 정상은 단독회담에 이어 양측 수행원들이 참석하는 확대회담과 푸틴 대통령 주최 연회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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