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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기획부동산 사건 전담 수사부서 없어...사업 근거 갖춰 사기죄 대부분 무혐의

■왜 수사 어렵고 처벌 쉽지 않나

피해액 커 사회문제로 떠오르지만

정상 분양 사업에 혐의 입증 난관

"고객에 손실 가능성 충분히 설명"

사기단 무죄 주장하며 법망 피해

계약서에 특약사항 적시 요구 등

사기혐의 입증하려면 기록 남겨야





‘제주 곶자왈’ 기획부동산 사기 피해자 대표인 임모(45)씨는 아직도 5년 전 일을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난다. 피해자들은 “제주 곶자왈 지역에서 타운하우스 개발사업을 하는데 3.3㎡당 98만원을 투자하면 2년 안에 월 135만원을 보장한다”는 기획부동산 업체에 속아 거액을 투자했다가 날렸다. 그러나 해당 지역은 지하수자원 보전지구 2등급에 해당해 개발행위나 산지전용 허가가 애당초 불가능했다. 게다가 해당 업체는 사업을 진행할 의지나 능력도 없었다. 임씨는 “지금까지 들인 변호사 비용만도 1억원에 달하지만 피해금액 복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기획부동산 사기는 피해자는 있지만 법적 가해자는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수사기관이 나서도 사기죄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사기죄로 처벌받더라도 피해금액 복구는 요원하기 일쑤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획부동산 사기죄가 입증되는 경우도 있는 만큼 투자 과정에서 부동산 거래 관련 자료를 꼼꼼히 수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입증 어려워” 수사기관 관심도 떨어져=기획부동산 사기는 수사기관도 반갑지 않다. 사기죄로 고소가 접수되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잡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기획부동산 사기 피해 사례는 쏟아지지만 수사기관에 전담부서가 설치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경제범죄를 담당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기획부동산 사기는 대부분 무혐의 처분이 이뤄진다”며 “각 지방경찰청 차원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는 사건에 힘을 쏟을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16년 12월에서 2017년 1월까지 두 달여간 진행된 ‘기획부동산 집중단속’ 자료에 따르면 290명이 검거돼 사기혐의로 기소의견 송치됐다. 이 중 구속은 12명에 그쳤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기획부동산 사기 수사는 일선 경찰서에서 전담하는 형국이다.

수사기관이 미온적이다 보니 지방자치단체에서 발 벗고 나서기도 한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민생사법경찰단 부동산수사팀이 대표적이다. 다만 기획부동산 수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는 않고 명확하게 위법 여부가 가려지는 사안을 주로 다룬다. 예를 들면, 청약통장을 불법 매매하는 행위나 투기지역에서 공인중개사가 벌이는 위법 행위를 적발하는 것이 주 업무다.

◇정상적 사업진행 의사·능력 유무 판단 어려워=기획부동산 사기는 우선 법적으로 사기 요건 충족이 어렵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소인에게 처음부터 정상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의사와 능력이 없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기획부동산 사기 입증은 이 지점에서 난관에 봉착한다. 검찰 출신 변호사 A씨는 “대부분의 투자사기단은 수익성이 낮은 부지라도 최소한 사업근거는 갖추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 때문에 검찰에서도 기획부동산 사기의 대부분은 무혐의 처분이 난다”고 설명했다.

설령 사기혐의가 인정돼 기소되더라도 이들은 투자유치 과정에서 충분히 손실 가능성을 설명했다는 이유를 들어 무죄를 주장하면서 법망을 빠져나간다. 이순태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부동산수사팀장은 “사기단은 법정에서 자신들이 투자자에게 충분히 손실 가능성을 설명했고 상대방도 인지했다고 주장한다”며 “특히 피해자들도 어렴풋이나마 손실 가능성을 인지한 경우가 많아 사기죄 성립이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기단은 법망을 피하기 위해 사전에 법률 조언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팀장은 “사기단은 사기죄 처벌이 어렵다는 점을 교묘하게 역이용한다”며 “예컨대 손실 가능성을 눈에 띄지 않게 적시하는 등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을 정도의 광고로 피해자를 꾄다”고 설명했다.

설령 사기죄가 성립해 기획부동산 사기꾼들이 처벌을 받더라도 피해금액 회수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부동산 개발 사업이 허위라는 사실이 밝혀진 시점에는 이미 사기단이 돈을 모두 빼돌렸기 때문이다. 민사재판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돈을 돌려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형사재판으로 사기단을 법적 처벌해 심리적 보상을 받는 게 사실상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사기혐의 입증하려면 ‘기록’과 ‘녹음’이 기본=기획부동산 사기를 알아챘다면 확보한 자료를 기본으로 법적 대처에 나서야 한다. 특히 사기혐의를 밝히려면 사기단의 ‘기망’ 행위를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록’과 ‘녹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법무법인 진솔의 신문재 변호사는 “투자하는 땅에 개발 호재가 있다는 등 기획부동산 업체가 고수익을 보장하는 근거를 계약서에 특약사항으로 기록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할 경우 녹음을 해서라도 해당 내역을 확보해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기죄를 입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피해자들이 지자체에 폭리신고를 하거나 사무실 점거농성에도 나서지만 실효성은 낮다. 대신 피해금액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민형사소송에 나서는 게 효과적이다. 신 변호사는 “민사적으로 계약해제나 취소 등을 이유로 기지급한 매매대금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형사적으로는 사기죄 등으로 고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종갑·허진기자 gap@sedaily.com

구글맵등 통해 개발예정지 정보 파악…정부 사이트도 활용을

#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주부 이해경(69·가명)씨는 수년 전 “유망한 토지분양 설명회가 있으니 같이 들으러 가자”는 지인의 권유로 시내의 한 사무실을 찾아갔다. 자신처럼 주변인의 권유나 텔레마케터의 전화상담을 받고 방문한 투자자 20여명이 사무실 한쪽에서 제주도 개발·투자전망에 대한 강연을 듣고 있었다. 미심쩍어진 이씨는 투자 확답을 하지 않고 귀가 후 아들에게 제주도 전원주택단지 조감도가 그려진 팸플릿을 보여줬다. 아들이 구글맵 인공위성 영상으로 해당 주소지를 살펴보니 주변이 온통 논밭이나 야산뿐이라 도저히 개발호재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이씨는 아들의 의견을 듣고 투자하지 않았다. 반면 지인은 해당 전원주택지를 분양받았다가 아직도 주변이 개발되지 않아 원금마저 건지지 못했다고 한다.

기획부동산 업자들은 주로 쓸모없는 땅을 헐값에 확보한 뒤 마치 주변에 개발호재가 생기거나 도로건설 같은 입지개선이 이뤄질 것처럼 부풀려 투자자들을 끌어들인다. 요즘은 인터넷과 스마트폰·개인용컴퓨터(PC)를 이용해 부동산 입지·개발·거래정보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기획부동산 업자들의 허위·과장 마케팅의 진위를 가릴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이씨의 사례처럼 아주 초보적인 위치정보만으로도 투자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공짜 서비스인 구글맵이나 네이버지도·카카오맵 등으로 투자 대상 토지 일대의 모습을 현장을 방문한 것 못지않게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기획부동산에서 소개한 토지가 길조차 없는 맹지인지, 주변에 기피시설은 없는지, 생활 인프라는 갖춰졌는지 등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좋다. 이어 부동산114나 네이버부동산 등으로 투자 대상 부동산 소재지 인근 부동산중개 업소들의 연락처를 검색한 뒤 전화로 상담한다면 기획부동산이 주장하는 입지정보나 개발정보가 맞는지, 투자가치가 어떤지를 체크할 수 있다.

보다 공식적인 개발정보 확인이 필요하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정보 사이트를 활용하면 된다. 그 중에서도 정부가 운영하는 ‘도시계획통합정보서비스(UPIS)’는 부동산 개발정보를 잘 집약해놓았다.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내 땅의 도시계획’ 메뉴를 클릭한 뒤 검색창에 주소를 치면 정보를 얻고 싶은 토지 일대의 도시계획도가 뜬다. 이를 통해 토지의 용도지역(주거지역·상업지역·공업지역·농업지역 등), 지구단위계획 구역지정 여부, 과밀억제권역 포함 여부와 같은 개발규제(행위제한) 정보를 자세히 볼 수 있다. 아울러 투자 대상 부동산 일대의 각종 개발 인허가 등과 관련한 당국의 결정 내용도 해당 사이트의 ‘고시정보’ 메뉴를 클릭한 뒤 주소를 입력하면 열람할 수 있다.

정부가 출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가운데서는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스마트 국토정보’를 활용하면 편리하다. 해당 앱은 부동산 항공사진, 지적도, 부동산거래 통계 등을 제공한다. 국토부가 운영하는 또 다른 앱인 ‘토지이용규제 내비게이터’는 앞서 소개한 도시계획통합정보 서비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방자치단체 가운데서는 서울시가 부동산개발 정보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자체 인터넷사이트인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서울시도시계획포털’‘재개발·재건축 클린업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부동산정보광장에 접속해 ‘부동산종합정보’ 메뉴를 클릭하면 주소지별로 토지 및 건축물대장, 토지이용계획, 토지 공시지가 및 실거래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서울시도시계획포털에서는 도시기본계획과 도시관리계획·지구단위계획 같은 개발의 큰 밑그림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경기도가 운영하는 ‘경기부동산포털’은 한결 보기가 간편하다. 해당 사이트 내 ‘원스톱서비스’를 선택하면 주소지별로 선명한 항공사진과 연속지적도, 토지이용계획, 토지 및 건축물대장, 공시지가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전원주택단지 등 토지분양 안내를 받은 투자자라면 스마트폰으로 ‘정부24’ 앱을 내려받은 뒤 해당 부동산 물건의 토지대상·등기부등본 등을 열람해 해당 토지와 건축물의 명의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게 좋다.

물론 이런 정보기술(IT) 서비스들에도 한계는 있다. 우선 부동산 관련 정보가 여러 사이트나 앱에 흩어져 있어 일반인이 이것들을 찾아다니기가 쉽지 않다. 또 정부 운영 사이트의 개발정보는 이미 인허가 사항 등이 결정된 ‘확정’ 정보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아직 검토 중이거나 심사가 진행되는 사안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가 각종 부동산개발 정보를 이용자 편의 위주의 ‘원스톱’ 방식으로 모아 하나의 포털사이트나 앱으로 통합하고 아직 논의 중인 인허가 사항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진행절차를 공시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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