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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컬처]원더걸스의 못다한 꿈 10년만에...변방 음악서 메인 무대로

보아·비·세븐 등 수차례 도전에도 美시장 안착 못해

BTS 이어 블랙핑크·NCT127 등도 세계 진출 성공

K팝 인기 속 신인그룹도 데뷔때부터 월드투어 돌입

BTS가 미국 SNL에서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무대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미국 NBC, Will Heath




블랙핑크가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두 번째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미국 유명 토크쇼 ‘굿데이 뉴욕’에 출연한 NCT 127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미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 아시아인이라는 사실을 숨겼다.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힙합, R&B를 아시아인이 한다고 하면 편견 어린 시선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JYP엔터테인먼트 수장인 박진영의 2007년 고백이다. 당시 가수이자 제작자였던 박진영은 윌 스미스, 메이시, 캐시 등 미 가수들의 빌보드 톱 10 앨범에 자신의 곡을 수록하며 작곡가로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그는 앨범에 ‘박진영’이 아닌 ‘JYP’로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미 음악 시장의 장벽은 아시아인에게 높았다.

이후 박진영은 2009년 한국의 톱스타였던 걸 그룹 ‘원더걸스’로 미 음악 시장의 문을 다시 두드린다. 원더걸스는 미 유명 밴드인 ‘조나스 브라더스’가 두 달 동안 북미지역에서 총 51회나 공연할 때 오프닝 밴드로 서기 위해 버스를 타고 미국 전역을 돌았다. 이들의 미국 진출기는 눈물겨웠다. 홍보 전단지를 직접 나눠줘야 했고 버스 내부의 침대가 부족해 소파에서 자야 하기도 했다. 음식은 라면과 햇반, 참치 캔이 주였다. 이후에도 보아, 비, 세븐, ‘2NE1’ 출신 씨엘(CL) 등이 도전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반짝인기를 얻었지만 여전히 K팝은 미 음악 시장에서 비주류이자 힘들게 알려야 하는 대상이었다.

그러나 원더걸스의 악전고투 10여년만에 미국 주류 음악 시장에서 K팝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K팝 가수들이 주요 음악 시상식 무대에 서는 것은 물론 미 TV쇼와 전 세계 음악 차트를 휩쓸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을 선두로 블랙핑크, 레드벨벳, NCT 127 등도 성공적인 해외 투어를 펼치고 있다. 이 같은 K팝 열풍에 힘입어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 신인그룹들조차 데뷔 때부터 해외 무대로 진출하는 추세다.

◇BTS 필두로 미 음악 시상식·TV쇼 접수= BTS는 1일(이하 현지시간) 미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펼쳐진 ‘2019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한국 가수 처음으로 2관왕에 등극했다. 3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를 수상한데 이어 올해는 한국 가수 최초로 ‘톱 듀오/그룹’ 부문에서도 수상했다. BTS 수상과 더불어 또 하나의 화젯거리는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후보 5개 팀 중 엑소(EXO), 갓세븐(GOT7) 등 3개 팀이 K팝 그룹이었다는 점이다. K팝 돌풍이 미 음악 시장에 얼마나 강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 지상파 TV쇼에서도 K팝 가수들을 향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BTS는 지난달 12일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를 낸 뒤 13일 미 NBC의 간판 쇼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 신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무대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BTS 멤버 지민은 “새 앨범의 첫 무대가 중요한 만큼 어떻게 하면 더 잘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겼고 주저 없이 SNL을 선택했다”고 말한 바 있다. 소속사가 아니라 미국 방송사 측이 먼저 제안해 출연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미국 내 아시아인들이 백인 중심의 대중문화를 향유해 오다가 최근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아시아 문화 중 한국 문화가 그 부분을 잘 충족시켜주면서 BTS 신드롬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18일에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남자 아이돌 그룹 NCT127이 미 지상파 ABC ‘굿모닝 아메리카’에서 다음 달 발표하는 새 앨범의 타이틀곡 ‘슈퍼휴먼’ 무대를 선보였다. FOX5 ‘굿데이 뉴욕’ 생방송에도 출연해 새 앨범을 소개했다. 블랙핑크도 지난 2월 CBS ‘레이트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에 한국 가수 최초로 출연하며 미 지상파 TV쇼에 얼굴을 알렸다. 지난달 19일에는 미 CBS 유명 토크쇼인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에 출연해 신곡 ‘킬 디스 러브’를 불렀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강력한 팬덤이 형성된 K팝 열풍이 TV와 라디오 등 미국 전통 미디어로까지 옮겨간 것이다.

◇월드클래스로 노는 K팝 가수들…신인들도 해외로= K팝 가수의 곡이 미 빌보드 차트, 영국 오피셜 차트, 일본 오리콘 차트 순위에 오르는 것은 더이상 새로운 뉴스거리가 아니다. BTS의 세계 음악 차트 기록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 가수의 역사가 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빌보드 차트에 따르면 BTS의 신보는 2주 연속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톱 3에 들며 한국 가수 신기록을 세웠다. 블랙핑크도 지난 5일 ‘킬 디스 러브’ 발매 이후 빌보드 ‘핫100’과 ‘빌보드200’에 각각 41위와 24위로 첫 동시 진입했다. K팝 걸그룹으로서는 최초와 최고 기록을 한꺼번에 세웠다. 현재 블랙핑크는 빌보드 메인차트에 3주 연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제 월드투어는 K팝 가수들에게 필수 코스가 됐다. 빌보드 시상식 이후 BTS는 오는 4·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로즈볼 스타디움 공연을 시작으로 8개 도시에서 16회 공연 규모로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 투어에 돌입한다. 한국 가수가 5만 명 이상 스타디움 규모로만 월드 투어를 진행하는 건 BTS가 처음이다. 16회차 가운데 14회차가 매진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특히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은 영국 밴드 ‘퀸’을 조명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다룬 1985년 자선 공연 ‘라이브 에이드’가 열린 곳이다. 비틀즈, 마이클 잭슨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공연한 무대이기도 하다.

걸그룹들도 원더걸스가 못다 이룬 꿈을 찾아 미국에 뛰어들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5인조 걸그룹인 레드벨벳은 올 2월 첫 미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최근 데뷔 첫 월드투어를 진행 중인 블랙핑크도 세계 3대 음악 축제로 손꼽히는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후 북미지역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일본 돔 투어를 마치고 컴백한 트와이스도 월드투어를 앞두고 있다.

K팝 인기에 힘입어 신인들의 해외 진출도 예전보다 수월해졌다. 한국에서 탄탄히 인기를 다진 후 해외로 진출하기보다는 처음부터 바로 해외 공략에 나서고 있다. BTS 동생 그룹인 신인 남자 아이돌 TXT는 데뷔 2개월 만에 개최되는 첫 해외 쇼케이스임에도 불구하고 5월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6개 도시에서 예정된 공연 좌석 1만1,200석이 모두 매진됐다. TXT는 3월 데뷔 앨범 ‘꿈의 장: 스타(STAR)’를 발매한 뒤 전 세계 44개 국가 및 지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타이틀곡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CROWN)’ 뮤직비디오는 공개 하루만에 유튜브에서 1,449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올해 데뷔한 신인 가운데 최고 기록이다.

올해 데뷔한 JYP의 신인 걸그룹 있지(ITZY)와 지난해 데뷔한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도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스트레이키즈가 지난달 선보인 신곡에 대해 빌보드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있지의 곡 ‘달라달라’는 공개 후 빌보드 월드 디지털송 세일즈 차트 3위를 차지했다. 엔터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가수의 경우 어린 나이부터 수년간 트레이닝을 받고 데뷔하는 만큼 춤이나 노래 실력이 다른 나라 가수들에 비해 객관적으로 월등하다”며 “여기에 K팝 흐름이 이어지면서 더욱더 높게 평가받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현진·한민구 기자 stari@sedaily.com

스트레이키즈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TXT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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