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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야단법석] 문무일, 문재인發 ‘검찰 개혁’에 반기…본격 여론전 나서나

문무일 검찰총장 "현 수사권 조정안은 국민 기본권 악화"

경찰에 1차수사권·수사종결권 부여에 강력 반대

이는 대통령의 검찰 개혁 철학서 나온 방안에 반기

검찰, 청와대·정부·여당·경찰로부터 사실상 고립

문 총장, 내부 의견 수렴 거쳐 국민 설득 나설 듯

4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총장 문무일(56·사법연수원 18기)이 임기를 두 달 남기고 광야로 나섰다. 청와대·행정부·여야4당이 합심해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 경찰에 대한 검찰의 사법 통제를 약화시켜 지금보다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큰 내용이라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 숙원의 과제인 검찰 개혁에 제동을 건 모양이다.

문 총장은 4일 오전 8시께 출장지인 키르기스스탄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기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수사권 조정안에 담긴 경찰에게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주는 내용 등에 관한 지적으로 풀이된다. 문 총장은 이러한 내용에는 경찰의 수사 과정에 대한 검찰의 사법 통제를 약화시키는 치명적인 문제가 내포돼 있다고 본다. 이 조정안에 따르면 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은 채 사건을 불기소하기로 결정할 수 있고, 이 경우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을 수 있어 자체적으로 법률판단을 내리는 셈이 된다. 따라서 경찰이 검찰의 사법 통제를 벗어나기에 수사 과정에서 국민들의 인권이 유린되거나 사건이 암장되도 바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문 총장은 이같이 경찰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을 주면 기존 정보기능과 결합해 “독점적 권능”을 가진 집단이 된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다만 이는 오래 전부터 예고된 반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초에 문 총장은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방향과 입장을 달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수사권 조정안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주도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합의해 지난해 6월 결정했으나, 사실상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철학·공약이 근간이 됐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검찰에는 기소권과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보충적수사권만 남겨놓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때 문 대통령이 경찰에게 부여하려던 수사권은 ‘독자적인 수사권’으로 사실상 수사종결권을 포함하는 개념이었다. 경찰에게 이 같은 독자적 수사권을 주면 기소권을 가진 검찰과 대등한 반열로 올라서 서로 견제할 수 있다는 복안이었다. 이는 검찰이 기소권뿐 아니라 실질적인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며 경찰을 통제하는 게 국민의 기본권·인권을 위하는 방식이라는 문 총장의 입장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지난달 20일 오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타슈켄트에서 개관 행사를 한 한국문화예술의 집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타슈겐트=연합뉴스


문 총장은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이 확정된 뒤 틈틈히 이같은 반대 입장을 피력했으며 대검찰청 검사들을 통해 국회에도 계속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조정안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등에서 별다른 수정을 거치지 않은 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문 총장은 해외 출장 중이던 지난 1일 “검찰총장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패스트트랙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지적하고 급거 귀국한 것이다.

문 총장과 정부·여당의 반목은 쉽사리 해소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문 대통령과 여당 등 집권세력은 이번에 어떤 식으로든 수사권 조정을 해내야 한다는 각오다. 이들은 참여정부 때 검찰과 경찰에 수사권 조정을 맡겼다가 무산된 역사를 겪어, 이번에는 실패하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국회를 향해 “국정원 개혁법안, ‘공수처 신설’ 법안과 ‘수사권 조정’ 법안, 자치경찰법안이 연내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대승적으로 임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당부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3월 개각 때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유임시킨 것도 수사권 조정을 포함한 검찰 개혁을 기어코 이뤄내겠다는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란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김인회 인하대 교수와의 공저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법무부 장관은 검찰 개혁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라며 “적어도 2년, 가능하다면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중책을 맡은 박 장관은 지난 3일 “‘조직 이기주의’라는 국민의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구체적 현실 상황과 합리적 근거에 입각해 겸손하고 진지하게 준비해 나가야 한다”며 문 총장을 겨냥해 쓴소리를 날렸다. 이에 대해 문 총장은 취재진에게 “옳은 말이고 나름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 총장은 임기인 올해 7월25일까지 버티며 국회 논의 과정에 검찰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애쓸 것이란 관측이다. 현 상태에서 사퇴하면 검찰의 의견을 결집하고 밖으로 공표할 사람이 마땅치 않아지는데다, 청와대가 그 빈자리에 곧바로 수사권 조정에 순응하는 사람을 앉히기라도 하면 검찰 전체가 ‘순치’될 우려가 있어서다.

3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경기 수원검찰청사에서 열린 수원고등검찰청 개청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수원=연합뉴스


현재 검사들 대부분은 문 총장과 입장을 같이 하는 분위기다. 형사사법의 중추이자 법률전문가인 검사들이 이같은 시스템의 개악을 좌시하는 것은 역사적인 오명으로 남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에선 국회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12만명에 달하는 경찰들의 표를 의식해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는 데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의혹도 팽배하다.

특히 검찰이 그동안 경찰에 대해 수사지휘를 제대로 못해서 문제된 적은 없었다는 명분도 있다. 실제로 그동안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가장 문제 삼았던 부분은 검찰이 수사도 하고 기소도 하기에 기소권 남용의 견제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문 총장은 이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울산지검과 창원지검의 특수사건 전담부서를 폐지하고 41개 지청의 특별수사 전담 검사를 없애는 등 직접수사 총량을 줄이는 작업을 해왔다. 물론 검찰은 경찰에게 수사지휘권을 통한 사건이송명령을 내려 사건을 빼앗아온 전력이 있으나 최근에는 사라진 관행이다.

문 총장은 당장 7일에 간부 회의를 소집해 내부 의견 수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검찰이 각종 권력으로부터 고립된 상황인 만큼 내부의 단결부터 꾀하는 게 급선무라는 시각이다. 이후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간접적으로 호소하는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검찰은 지금 그저 경찰에게 권한을 내주기 싫은 것 아니냐’는 국민들의 인식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문 총장의 이번 행보는 검찰 권한 악화가 아닌 국민 인권 악화를 막아서는 것이기에 내부 결집이 얼마나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얘기도 나온다. 문 총장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으면 검찰 내부 여론도 들끓어야 하는데,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 분위기로 미뤄볼 때 너무 잠잠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사라면 법률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기필코 나서야 하는 문제”라면서도 “검사들에게 예전만큼의 결기가 있는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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