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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컬처]'인생의 오디션'도 빛나고 있을까?

[그많던 오디션 스타들…지금은 어디에]

'슈퍼스타 K'로 시작한 오디션프로

실력파 언더가수의 등용문 자리매김

서인국 배우로…존박은 예능서 존재감

유주·다영 등 걸그룹 아이돌 데뷔도

로이킴·정준영 등은 인기 취해 성범죄

오디션 과정서 이미지 소모 너무 커

우승 김영근처럼 반짝 뒤 잊혀지거나

트로트 가수·뮤지컬 배우로 전향도





대국민 스타 발굴 오디션 ‘슈퍼스타K 2’/사진제공=엠넷


최근 정준영, 로이킴, 에디킴이 성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 한 카톡방 사태에 불미스럽게 엮여 팬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난 2012년 방영된 엠넷(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4’ 출신이라는 것이다. 당시 우승을 차지한 로이킴은 ‘엄친아’ 이미지에 감미로운 목소리로 큰 사랑을 받았고 정준영과 듀엣으로 고(故)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이 두 사람은 데뷔 후에도 한동안 같은 숙소에 살며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다가 7년 만에 동반 몰락했다.

그나마 이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배출한 수많은 가수들 중에서 운이 좋은 경우다. 성범죄나 자기 관리 실패 등은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그나마 수년간 팬들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의 다른 가수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오디션마다 우승자가 있었고 화제의 인물도 탄생했지만 정작 스타덤에 오른 가수는 소수다. 가수로서 반짝 떴다가 사라지거나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트로트나 뮤지컬로 전향한 경우가 대다수다. 전문가들은 오디션 과정에서 가수의 생명인 이미지가 소비되다 보니 정작 데뷔 후에는 식상해지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 아이돌 등 10~20대 위주의 가요 시장도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이들 가수들이 생명력을 지속하기 힘든 이유로 꼽고 있다.

엠넷 ‘슈퍼스타K 2016’ 캡처 화면


◇오디션 프로 탄생 10주년… 스타 발굴의 산실= 2009년 시작한 ‘슈퍼스타 K’ 시리즈는 다양한 스타들을 배출하면서 오디션 시대의 문을 열었다. 지난 2016년 ‘시즌8’이 마지막이었지만 엠넷 측이 시즌이 끝났다고 공식 발표하지 않은 만큼 다시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슈퍼스타K’ 이후 ‘대한민국에 이렇게 노래 잘하고 끼 있는 사람이 많았나’ 할 정도로 MBC ‘위대한 탄생’, SBS ‘K팝스타’ 등 지상파에도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최근 엠넷 ‘프로듀스 101’, MBC ‘언더나인틴’ 등 아이돌을 뽑는 프로그램부터 트로트 가수를 뽑는 TV조선 ‘미스트롯’과 밴드 멤버를 뽑는 JTBC ‘슈퍼밴드’까지 진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가요계 장외에 있던 실력파 아티스트들이 대중 앞에 설 기회를 마련해줬다. 시청자들도 새로운 인물과 음악에 열광했다.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초인 ‘슈퍼스타K’에서 화제가 된 인물들은 시즌 초반에 상당수 몰려있다. ‘대국민 오디션’이라는 기획에 맞는 사연과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사랑을 받은 이는 2010년 ‘슈퍼스타K 2’의 우승자 허각이다. 배관 수리공이라는 배경과 호소력 짙은 노래로 대중들에게 감동을 줬다. 이후 KBS ‘불후의 명곡’ 등에 출연했고 최근 KBS2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OST에 참여하는 등 꾸준히 활동 중이다. 쌍둥이 형인 허공도 가수의 길로 들어서 화제가 됐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초기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공은 인간 승리의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아마추어와 언더그라운드 가수가 오디션이라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기회를 잡는다는 포맷에 대중들이 환호했다”고 평가했다.

2019년 ‘슈퍼스타K 1’의 우승자 서인국은 가수 겸 배우로 입지를 넓히는 데 성공했다. 그는 2012년 ‘응답하라 1997’에 출연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도 tvN 드라마 ‘어비스’에 출연했다. 존 박은 시즌2 당시 허각에 밀려 아쉽게 우승은 못했지만 재미교포로 부정확한 발음을 내세워 예능감을 뽐냈다. 이후 KBS2 ‘우리동네 예체능’, MBC ‘돈스파이크의 먹다 보면’을 거쳐 현재 tvN ‘현지에서도 먹힐까? 미국편’으로 꾸준히 활동 중이다. 2014년 ‘슈퍼스타 K 시즌6’의 라이벌 미션에서 탈락해 본선조차 올라오지 못했던 그룹 ‘볼빨간 사춘기’는 인디 음악의 참신한 색채를 인정받았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앨범 발매마다 음원 순위상위권에 기록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특히 2011년 ‘시즌3’에서 준우승을 거뒀던 버스커버스커의 경우 ‘벚꽃엔딩’ 등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봄이면 ‘벚꽃엔딩’이 항상 음원 차트에 오를 정도다. 보컬 장범준의 솔로 활동만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해체설’ ‘불화설’ 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장범준은 최근 MBC 라디오스타에서 다른 멤버들의 근황에 대해 “브래드는 지금 장인 어른이랑 크루즈 여행을 갔고, 김형태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활동 재개 가능성에 대해 “‘벚꽃엔딩’이 워낙 잘 돼서 부담스럽기도 하다”면서도 “김형태가 소집 해제되면 다시 진중하게 이야기해볼 것”이라고 털어놨다.



‘K팝스타’는 시즌1·2의 경우 3대 연예기획사인 SM·YG·JYP가 직접 나선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어린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등장해 아이돌 데뷔에 성공했다. 2012~2013년 ‘시즌2’에서 준우승을 거머쥔 싱어송라이터 남매그룹 ‘악동뮤지션’은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현재 이수현은 KBS 쿨 FM 라디오 ‘악동뮤지션 수현의 볼륨을 높여요’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 K팝스타 출신으로 박제형(데이식스), 이승훈(위너), 유주(여자친구), 다영(우주소녀) 등이 아이돌 데뷔에 성공했다.

K팝스타 시즌1과 시즌2의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보아(왼쪽부터), 양현석, 박진영 캡처 화면


K팝스타 2 포스터


◇‘반짝’ 빛났다가 잊혀진 이들, 지금은 어디에= 하지만 모두가 오디션 프로그램 때의 찬란한 영광을 이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음악 프로그램이나 음반이 아닌 결혼 등을 오랜만에 근황을 전하거나 오디션이 한참 지난 뒤 데뷔하는 출연자들이 많다.

2016년 ‘슈퍼스타K 8’ 우승자인 김영근은 호소력 짙은 음색으로 ‘지리산 소울’이라는 별명을 얻고 심사위원과 대중의 극찬을 한몸에 받았다. 건설 일용직 노동자라는 점도 화젯거리였다. 하지만 정작 우승 뒤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오디션 과정에서 이미지가 소모되는 경우가 있다”며 “캐릭터성을 보여주며 친숙해지는 방송 형식이 가수에게는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디션 방송 출연 이후에 대중의 관심이 달라져 그 온도 차에 익숙하지 않은 아티스트들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슈퍼스타K 2’로 얼굴을 알린 김은비는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했지만 건강 문제를 이유로 소속사를 탈퇴한 뒤 소식이 없어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는 방송 출연 9년 만인 지난달에야 싱글 앨범 ‘피피피(PPP. Please Please Please)’를 발매하며 가요계에 정식 데뷔했다. ‘K팝스타 시즌 2’에 출연한 방예담도 방송종료 6년 만에 그룹 ‘트레저 13’으로 데뷔를 예고하며 얼굴을 비췄다. 이하이는 ‘K팝 스타1’를 통해 2012년 YG에서 데뷔했지만 7년 차인데도 정식 앨범이 2장뿐이라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YG는 이하이의 공백이 길었던 만큼 올해는 새로운 음악을 두 차례 선보이겠다고 밝혔지만 YG 내부 상황이 뒤숭숭해 가능할지 미지수다.

뮤지컬 배우나 트로트 가수로 새 출발을 알리는 경우도 상당수다. MBC ‘위대한 탄생1’ 출신 노지훈과 엠넷 ‘프로듀스101’ 출신 박하이는 트로트 가수로 전환했다. ‘슈퍼스타K’ 출신인 가수 박세미, 박광선, 이해나와 ‘K팝 스타’의 백아연, ‘위대한 탄생’의 손진영, 박 민 등도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다른 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는 팝과 아이돌 위주로 편성된 가요시장도 문제로 지목된다. 이 교수는 “가요 시장은 점점 더 어린 인재를 원하는데 오디션 출연진들은 대부분 나이가 더 많다”며 “트로트 가수나 뮤지컬 배우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가수 지망생들은 여전히 오디션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영미권처럼 장외에서 인지도를 쌓아 가요계로 올라오는 시스템이 국내에는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묘는 “기획사를 거쳐 아이돌이 되거나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 외에 데뷔할 수 있는 길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진·한민구 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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