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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잘못된 역사 외면 말아야"

문예춘추에 '부친 전쟁체험' 에세이

"눈을 돌리고 싶어도 받아들여야"

과거사 외면 일본 정부에 일침

"바른 역사 전하는 건 우리 책무"

무라카미 하루키/연합뉴스




“눈을 돌리고 싶은 것이 있어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역사라는 것의 의미는 어디에 있겠는가.”

‘노르웨이의 숲’ ‘해변의 카프카’ 등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대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사진)가 잘못된 역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일본 정부의 과거사 외면에 일침을 가했다.

10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하루키는 월간지 ‘문예춘추’ 6월호에 ‘고양이를 버리다-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가 말하는 이야기’라는 에세이를 실었다. 에세이는 당시 초등학생이던 하루키가 아버지와 고양이를 버리고 떠난 기억에서 시작해 아버지의 전쟁 체험으로 이어진다. 하루키는 그동안 아버지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하루키는 이 글에서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아버지가 1938년 20세로 일본군 제16사단 16연대에 입영했으며 이후 부친이 소속된 부대가 중국에서 포로를 처형한 얘기를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군인들의 칼에 사람의 목이 떨어져 나가는 잔인한 장면은 말할 것도 없이 어린 내 마음에 강렬하게 낙인으로 찍혔다”고 적었다. 이어 “아무리 불쾌한, (그래서) 눈을 돌리고 싶어지는 것이 있더라도 사람은 이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며 “만약 그러지(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역사라는 것의 의미는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아무리 잊고 싶은 역사라도 이를 직시해야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루키는 글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광대한 대지를 향해 떨어지는 수많은 물방울 중 이름 모를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며 “한 방울의 빗물 나름의 생각이 있다. 한 방울 빗물의 역사가 있어서, 그것을(역사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한 방울 빗물의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루키는 전에도 ‘과거의 잘못을 마주 봐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지난 2017년 발표한 장편소설 ‘기사단장 살인’에는 난징대학살 당시 일본의 만행을 인정하는 내용을 싣기도 했다. “일본군이 항복한 병사와 시민 10만~40만명을 죽였다”는 표현도 그때 나왔다. 2월에는 프랑스에서 팬들과 만나 “바른 역사를 전하는 것이 우리 세대가 살아가는 방식이어야 한다. 자기 나라에 좋은 것만을 역사로 젊은 세대에게 전하려는 세력에는 맞서야 한다”고 웅변하기도 했다.

한편 그는 아버지와 관련해서는 “관계가 굴절돼 20년 이상 얼굴을 보지 않았다가 2008년 돌아가시기 조금 전에 ‘화해 같은 것’을 했다”며 부친의 죽음 뒤 5년에 걸쳐 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조금씩 들었다고 설명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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