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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S]일자리 급급한 정부, 혈세 퍼주고..예산 따낸 대학은 '나 몰라라'

[무너지는 산학협력] <중>헛도는 현장실습-실태 어떻길래

채용전제형 또는 인턴형 등 대학의 각종 현장실습에 대한 정부 지원이 크게 늘고 있으나 사후관리는 부족하다. 대학들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일단 참여하고 보자’는 식이지만 후속지원에는 손을 놓은 실정이다. 한 대학의 현장실습 설명회. /연합뉴스






“애초의 사업 취지는 해당 예산을 장기현장실습이 아닌 (채용전제형) 일학습병행제 프로그램에 전부 투입하는 것이었습니다. 최종 취업과 관련 없이 단순 직무경험을 위한 현장실습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채용전제 일학습병행 프로그램’만 할 경우 실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 같아 상대적으로 실적 채우기가 용이한 단순 인턴 성격의 장기현장실습을 추가로 둔 것이죠. 장기현장실습도 기업을 미리 체험하고 직무 경험을 하게 해준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이 업체에 최종 취업하는 경우는 정말 극소수입니다.”(수도권 B대학 현장실습센터장)

“각 부처와 지자체별로 일자리 예산은 넘쳐나는데 제일 운영하기 편한 게 현장실습이에요. 학생들한테 돈만 쥐여주고 그 후에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이죠. 서울시에서 매달 220만원을 보장해줘도 학생들 모으기가 쉽지 않습니다. 영세기업에서 인턴을 해봤자 취업할 것도 아니고 별다른 스펙도 안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죠. 사실 사기업이 단기인턴을 쓰는데 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 기업 대신 전액을 지원해줘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서울 B대학 취업센터장)

IPP형 일학습병행제는 채용전제형 일학습병행제와 단순 인턴 성격의 장기현장실습(IPP)으로 구성됐다. 대학당 30억~40억원의 정부지원금이 투입되며 현재까지 40개 대학이 선정됐다. 채용전제형 프로그램의 경우 ‘연간 30명 현장실습 후 취업’이라는 최저기준이 있다. 그러나 이마저 충족시키지 못하는 대학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별다른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서울과학기술대처럼 매년 정부 지원금만 받아갈 뿐 대책 없는 대학이 부지기수다. 강원대는 지난 2016년 27명이 참가했지만 14명이 중도이탈했다. 1년간 훈련을 마친 13명 중 6명은 약속과 다르게 기업 입사를 거부했다. 2017년 역시 8명이 중도이탈했고 훈련을 마친 25명의 절반은 해당 회사에 들어가지 않았다.

정부·지자체 등 취업률 실적 목메

알맹이 없는 지원사업 쏟아내

학생들에 돈만 쥐여준채 ‘모르쇠’

대학들도 예산 받고 대책은 없어

기업들은 “훈련시켰더니…” 불신



◇지자체도 예산 쏟아붓지만 학생들은 외면=서울시 등 지자체 역시 채용연계형 현장실습을 위해 대학을 적극 지원하고 있지만 실적은 저조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소재 17개 대학과 협력해 서울형 강소기업, 우수 중소기업 등에서 3개월간 근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대학·강소기업 연계형 뉴딜일자리 사업’을 운영해왔다. 서울시는 참여기업을 대신해 학생들에게 매달 약 220만원(급여 195만원+ 4대 보험 25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인턴을 마친 후 최종 취업한 비중은 2월 기준 15.4%에 불과했다. 이 사업에 참여한 한 대학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사업 첫해다 보니 서울시에서 참여하라는 압박이 거셌고, 특히 12월31일 가입한 4대 보험 가입자를 기준으로 정부에서 대학 취업률 통계를 집계하다 보니 그걸 노리고 대학에서 참여한 경우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실적이 지지부지한 것은 말 그대로 갈 만한 기업이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목상 중견기업·강소기업을 내세우지만 이 사업에 참여한 기업은 대부분 초창기 스타트업이 대부분으로 3개월 동안 지자체 지원을 통해 인건비를 아끼겠다는 심리에서 들어온 경우가 상당수라는 게 공통된 평가다. 지난해 이 사업에 참여한 S대에서 학생들에게 제시한 참여기업 중 상시근로자 수 100명이 넘는 기업은 4개, 50명을 넘는 기업은 3개에 불과했다. 절대다수는 직원 수가 한자리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현장실습에 매년 300억~500억원 지원…취업연계는 미비=대표적인 산학협력 정책으로 꼽히는 교육부의 링크플러스 역시 현장실습을 지원하지만 취업 연계는 미미한 실정이다. 교육부 측에 따르면 약 3만5,000명의 학생이 링크플러스 예산지원을 통해 단기현장실습 위주로 참여하고 있다. 링크플러스 사업은 매년 약 2,500억원을 일반대 75개교, 전문대 59개교에 5년간 지원하는데 대학가에서는 예산의 약 10~20%를 현장실습 지원비로 활용한다. 수도권에 소재한 한 전문대 부총장은 “링크플러스 예산을 받아도 현장실습 운영은 부담스러워 취업특강 개최, 기업체 모의면접 등 상대적으로 실적 부담이 덜한 사업에 최대한 예산을 쓴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실습을 나갔던 업체에 최종 취업까지 이어지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재까지는 해당 수치를 파악하지 않고 있다”며 “아직 산학협력 초창기다 보니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통해 직무경험을 쌓는 데 주력한다”고 설명했다.

◇기업 입장서 어려움도…열심히 훈련시켰는데 취업거부=잘해보려는 기업 입장에서도 어려운 일들이 많다. 예산만 챙기고 나 몰라라 하는 대학 측의 행태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1년간 훈련을 시켰는데도 실습생이 취업을 거부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실제 가천대의 경우 중도탈락자는 2017년과 2018년에 거의 없었지만 최종 취업한 비율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최종 취업을 거부하는 사례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기업의 불신도 깊어져 참가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A대학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의 의지가 크지 않으면 애써 참가를 설득하기보다 아예 시작부터 안 하는 게 기업이나 학생을 위해 서로 좋다”며 “기업체에서도 불신이 깊어져 학생들에 대한 교육과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으므로 앞으로 들어올 학생들의 여건은 더욱 안 좋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IPP형 일학습병행제 사업이 그나마 최소한의 취업 연계가 이뤄지고 기업체도 실습생에게 월 100만원 이상의 급여를 의무적으로 주는 등 다른 부처 프로그램에 비해 질적 측면에서는 낫다는 점이다. 다른 부처의 지원 사업은 실질적인 고용 기여도가 훨씬 미흡하거나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경상대 산학협력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중앙부처·청 소관 현장실습 관련 사업은 약 30개, 지방자치단체는 약 22개를 운영하고 있다. /탐사기획팀=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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