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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레오의 테이스티 오딧세이] 스페인 명품돼지 '이베리코'…한입 베어물면 육즙이 '톡'

오메가3·불포화 지방산 풍부

일반 돼지보다 감칠맛 깊어

이베리코 돼지 목심




지금으로부터 한 20년 전 일이다. 키친에서 함께 일하던 유럽 친구 중 한 명이 스페인인이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환상적인 돼지고기 요리를 먹여주겠다며 돼지 목살을 ‘미듐(Medium)’으로 익혀서 내게 건네줬다. 소스의 향이나 곁들이는 채소를 다 떠나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핏기가 선한 돼지고기였다.

한국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간혹 시골에서는 갓 잡은 돼지고기로 육회를 드시는 어르신들을 본 적은 있었으나 극소수였고, 일반적인 유통을 통해 만나는 돼지를 덜 익혀 먹는 것은 아주 위험할 수 있다고 배웠다. 소고기로부터 민촌충이나, 돼지고기로부터 갈고리 촌충과 같은 기생충 감염이 올 수 있다고 배웠기 때문에 당시에는 늘 ‘웰던(Well-Done)’으로 바싹 익혀 먹었다. 그런 나에게 돼지고기 미듐이라니.

문화적 충격보다는 기생충 때문에 접시 위의 고기가 너무도 무서웠지만 친구와의 우정으로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시식을 시작했다. 눈을 꼭 감고 크게 썰어 입에 넣었다. 천천히 씹으며 육즙이 터져 나오는데, 돼지고기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육즙과 감칠맛이 뿜어져 나왔다. 동공이 흔들리는 나를 보며 그는 자랑스러운 듯 턱을 치켜들었다. 오늘은 왠지 내가 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이런 멋진 맛을 보여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최근 방송 등에서 많이 소개된 이베리코 흑돼지는 거위 간인 푸아그라와 트러플 버섯, 철갑상어의 알인 캐비어와 더불어 세계 4대 진미 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미쉐린 세계 1위 레스토랑으로 4년 연속(2006~2009년) 선정된 미슐랭 3스타 식당 ‘엘 불리(EL Bulli)’의 소유주이자 분자 요리의 창시자인 페란 아드리아가 극찬하기도 했다.



이베리코 흑돼지는 이베리아 반도에 있는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토종 흑돼지 품종을 말한다. 이베리코 돼지는 혈통과 먹이, 사육환경에 따라 통상 세 가지 기준으로 구분된다. 가장 아래 등급인 ‘세보(CEBO)’는 이베리코 흑돼지와 일반 품종인 ‘듀록’의 50% 교배종으로 올리브유를 섞은 사료를 먹고 방목 없이 축사에서 10개월 사육된 일종의 잡종이다. 세보는 스페인어로 ‘사료’ 또는 ‘미끼’라는 뜻이다. 중간 등급인 ‘세보 데 캄보(CEBO DE CAMPO)’는 세보종을 다시 이베리코 흑돼지와 교배시킨 75% 교배종으로 올리브유를 섞은 사료와 풀을 먹이고 12개월을 사육한다. 출하 2개월 전 오전에는 사료를 먹이고 오후에는 방목해 키운다. 캄포는 스페인어로 ‘들판’이라는 의미다. 가장 높은 등급인 ‘베요타(BELLOTA)’는 75% 이상 또는 100% 순종 이베리코 흑돼지다. 베요타는 스페인어로 도토리를 의미한다. 전체 이베리코 흑돼지 중 단 5% 내외만이 베요타 등급이다. 약 14개월 이상 사육하되 6개월 이상 방목해야하며 도토리농장 약 3,000평당 한 마리라는 엄격한 기준으로 스페인 정부가 관리하는 명품 돼지다.

참고로 우리가 먹는 국내산 돼지는 일반적으로 6개월 정도 사육해 식용으로 출하한다. 보통 이베리코 돼지는 전부 도토리를 먹고 자라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실은 베요타급만이 도토리를 먹는다.

이베리코 베요타까지는 국내에도 많이 유통되고 있지만 100% 순종은 극히 소량 유통되고 있고 그나마 유럽에서 많이 사용되지 않는 구이용 품목과 등갈비 등이 주로 유통되고 있다.이베리코 베요타 100% 순종은 목살 등의 부위 마블링이 다른 등급과 확연히 차이가 있고 그 깊고 고소한 감칠맛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베리코 베요타 100% 순종은 무항생제로 키워지며 사료인 도토리는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국내산 삼겹살의 경우 지방이 식으면 하얗게 굳어지는 데 반해 이베리코 베요타는 몸에 좋다고 알려진 오리고기 기름처럼 지방이 굳지 않는다. 또 냉동으로 유통되지만 녹여보면 육즙이 그대로 살아 있어 냉장처럼 보인다. 오메가3와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하며 감칠맛의 지표로 삼는 올레인산도 풍부해 일반 돼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감칠맛을 낸다./‘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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