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오는 2030년까지 총 40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1위 헬스케어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인천 송도에 국내 최대 규모의 바이오밸리(가칭)를 구축하고 충북 오창에는 합성의약품 생산공장을 건설해 ‘K바이오 맏형’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는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16일 인천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차세대 성장동력과 미래 투자계획을 담은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서 회장은 “2030년까지 예상되는 영업이익 32조원 중 30조원에 지주회사를 만들어 조달할 금액 10조원를 합해 총 4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계획대로 진행되면 셀트리온그룹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헬스케어 전문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체 40조원 중 절반이 넘는 25조원은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투자한다. 셀트리온 본사가 있는 송도에 연간 20만ℓ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3공장을 짓고 중국에도 비슷한 규모로 제4공장을 세울 방침이다. 이어 셀트리온제약 본사가 위치한 충북 오창 합성의약품 산업단지에 5조원을 투자하고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부상한 헬스케어 산업에 10조원을 투입한다.
서 회장은 “현재 셀트리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이 연간 20만ℓ 수준인데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최대인 100만ℓ 규모로 확대할 것”이라며 “중국에 들어설 제4공장의 위치는 중국 정부와 합의 중이어서 밝힐 수 없지만 바이오기업이 몰려 있고 투자 유치에 용이한 곳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최대 바이오의약품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위치한 장쑤성 우시나 상하이 푸둥지구를 유력한 장소로 꼽는다.
셀트리온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K바이오의 생태계 발전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서 회장은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직접고용 1만명과 간접고용 10만명을 합해 11만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관련 자료를 검토했더니 최대 16만명까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결과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인력 2,000명과 공장 확충에 따른 생산제조 인력 8,000명을 셀트리온이 직접 채용한다. 이어 의약품 원부자재 국산화 및 헬스케어 산업 진출을 통해 10만명의 간접고용 효과를 추가로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주자로 부상한 헬스케어 사업에는 의료 빅데이터 시장에 4조원을 투입하고 원격의료 장비에 6조원을 투자한다. 셀트리온이 직접 시장에 뛰어들기보다 경쟁력 있는 국내외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서 회장은 “고령화가 진행된 유럽과 일본은 정부 예산 중 30% 안팎을 헬스케어 산업에 쏟고 있다”며 “노인이 늘어날수록 의사가 모든 치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단순한 치료는 원격의료와 인공지능(AI)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을 장기적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기업인 화이자를 따라잡아 글로벌 1위 제약바이오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화이자의 연매출이 55조원 규모인데 2030년까지 셀트리온그룹의 연매출을 30조원으로 키우겠다”며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과학자들과 바이오벤처가 임상 1상까지 진행한 후보물질을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대기업들이 높은 값에 사들여 출시하는 바이오생태계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셀트리온은 미래에셋증권과 절반씩 자금을 투자해 2,000억원 규모로 운용하는 스타트업 지원 상생펀드 규모를 2030년까지 2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셀트리온 연매출이 1조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4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목표는 과도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셀트리온이 주력으로 삼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글로벌 제약사들도 잇따라 진출하며 셀트리온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성이 갈수록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서 회장은 이에 대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더라도 제품 하나당 3조~4조원의 매출은 올릴 수 있다”며 “현재 셀트리온이 개발하고 있는 20여종의 바이오시밀러 예상 매출을 고려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인천=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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