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오피니언  >  사내칼럼

[권홍우칼럼]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참모라면 내치시라

국방당국, 北 탄도미사일 두고
'전술유도무기'로 에둘러 표현
진실 호도는 한반도 평화 역효과
왜곡한 참모 있다면 당장 바꿔야

[권홍우칼럼]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참모라면 내치시라

북한이 과연 세계적인 무기를 만들어냈을까. 지난 4일과 9일 뭔가를 쐈는데 오리무중이다. 탄종부터 명확하지 않다. 추정 성능은 더더욱 안갯속이다. 어떤 방어시스템도 무용지물이고 심지어 종말 속도가 마하 10, 마하 20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정말로 그렇다면 북한은 인류가 갖지 못했던 새로운 무기를 선보인 셈이다. 교과서의 속도와 가속도·중력 부분도 다시 써야 할 판이다. 진실은 무엇인가. 왜 혼선이 일어났나.

정부 탓이 크다. 합동참모본부의 4일 첫 발표는 불상의 미사일. 종류를 할 수 없는 미사일을 쐈다고 발표했지만 두 차례 바뀌었다. 발사체를 거쳐 ‘전술유도무기’로. 막상 북한은 발사 하루 뒤인 5일 ‘탄도탄’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종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국방부와 합참은 아직도 ‘정밀 분석 중’이라는 대답만 되풀이한다. 두 번째 발사가 있었던 9일 상황은 다소 다르다. 발사 두시간여 지난 시각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념 기자회견을 통해 ‘미사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4일과 9일 쏜 ‘뭔가’의 형태가 다른가. 똑같다. 대통령은 발사 직후에 미사일로 언급했는데도 국방부와 합참은 13일이 지나도록 ‘정밀 분석’하고 있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러시아의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와 비슷하다. 북한이 발사한 그 무엇이 탄도미사일이 아니라면 새로운 무기체계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군의 분류가 틀리지는 않다. ‘전술유도무기’의 범주 안에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포함되니까.

누가 봐도 확실한 탄도미사일을 ‘전술유도무기’라고 에둘러 표현하는 당국의 속내도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으리라. 전술무기의 개발과 시험발사·운용은 기본적으로 주권국가의 자위권에 해당하지만 북한의 경우는 다소 다르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추가적인 발사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087호에 걸린다. 북한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는 ‘탄도미사일’이라는 표현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심정은 이해하고 공감할 수도 있으나 명명백백한 사실을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시도는 위험하다. 진실 호도를 넘어 한반도 평화 분위기 정착에도 되레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정책은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딴에는 긴장 억제를 위해 탄도미사일이라는 표현을 피했겠지만 그 효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동의, 국제사회의 협력을 얻어 추진해도 모자란 판에 억측과 의구심만 불러일으켰으니 패착도 이런 패착이 없다.

누가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부르지 못하게 했는지 규명이 필요하다.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목적 자체가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더욱이 부작용이 하나둘 보인다면 선택은 자명하다. 결단이 필요하다. 누가 국민의 눈과 귀를 흐렸는지 규명하고 쳐내야 한다. 개인과 조직에 응징이 필요한 때다. 역사는 이를 필벌(必罰)이라고 부른다. 권력 옆에서 듣기 좋은 말만 하거나 심기까지 경호했던 이기붕이나 최순실이 지금 정부에서는 없을까. 대통령과 국민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참모나 조직이라면 마땅히 징벌 감이다.

당사자들은 명분이 있겠지만 명확한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칭하지 못하게 만든 행태는 국민을 얕잡아본 행위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욕이 발달하지 않은 일본에서 말과 사슴을 구분하지 못하는 바보를 일컫는 ‘바카야로(馬鹿野郞)’의 원전은 사마천이 사기에서 소개한 ‘지록위마(指鹿爲馬)’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이 죽은 뒤 세자까지 갈아치운 환관 조고는 천자에게 사슴을 바치며 말이라고 아뢰었다. 천자가 아니라고 하자 조고는 조정 대신들에게 ‘이게 말이지 사슴이냐’는 억지를 부리며 사슴이라고 대답한 신하를 하나씩 죽였다. 진나라는 이렇게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고사(故事) 속에서 오늘을 본다. 뻔한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확인하지 못하는 국방부는 지록위마 앞에서 사슴을 말이라며 권력에 무조건 조아린 진나라 신하들과 뭐가 다른가. 동서고금을 통틀어 대부분의 권력 최측근은 자신을 충신이라고 여겼다. 더러는 윗사람만 생각하고 국민을 속였는데 역사는 그들을 간신으로 기억한다. 부디 대통령께서는 이들을 쳐내시라.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