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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호이 랑’] 발레와 만난 한국적 스토리 '한편의 동화'

<초연 끝낸 '호이 랑'...호두까기 인형처럼 대중적 발레의 탄생>

26명 칼싸움하는 장면 압권 등

러닝타임 100분 지루할 틈 없어

"세계 어느무대서 공연하더라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 될 것"

국립발레단 창작발레 ‘호이 랑’에서 랑역을 맡은 박슬기 솔리스트가 칼을 쥔 채 도약하고 있다/사진제공=국립발레단




“월트디즈니 작품을 보는 것처럼 한순간도 심심한 느낌이 없을 겁니다. 호두까기 인형처럼 모든 사람이 즐겁게 볼 수 있는 대중적인 작품입니다.”

17일 국립발레단의 창작발레 ‘호이 랑’이 베일을 벗기 전 강수진 단장 겸 예술감독의 장담이었다. 실제 17·18일 전남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열린 첫 공연은 기대 이상이었다. ‘호이 랑’은 조선시대 하층민의 전기를 모아 놓은 장지연의 열전 ‘일사유사’에 등장하는 효녀 부랑 이야기에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이다. 랑은 늙고 병든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하고 군에 입대해 적을 무찌른다. 제목은 독일어 감탄사 ‘호이(hoi)’를 넣어 ‘아자, 랑’ ‘힘내라, 랑’이란 뜻을 담았다.

강수진(왼쪽) 국립발레단 단장과 강효형(가운데) 안무가, 서재형 연출가가 17일 오후 전남 여수시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기자 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공연은 100분의 러닝타임에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겸 안무가 안무가 강효형은 첫 전막 발레 ‘허난설헌-수월경화’에 이어 이번에도 한국적인 소재를 서양의 몸짓으로 승화해냈다. 국악을 선곡한 전작과 달리 이번엔 구스타브 홀스트, 장 시벨리우스 등 클래식 음악을 과감하게 사용한 게 달라진 짐이다. 의상은 아시아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지만 안무는 전통춤에 국한하지 않았다. 동양적인 표현에 집착하기보다는 이야기 전달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강효형 안무가는 “스토리를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민속적이거나 극사실적인 느낌을 배제한 새로운 스타일의 발레가 탄생했다”고 자평했다.

또 강효형 특유의 쉼 없는 춤 동작이 뿜어내는 강인한 에너지가 부드러운 무대, 의상과 어우러져 작품 몰입을 돕는다. 무대에서 총 26명이 칼싸움을 벌이며 춤추는 장면은 압권이다. 랑 역을 맡은 수석무용수 박슬기는 공연 끝까지 주도권을 이어갔다. 남장여자를 연기하는 만큼 남성적인 동작이 많아 체력소모가 큰데도 군대를 이끌고 전투에 임하는 비장미와 정을 향한 간절한 사랑을 나타내는 장면에서 연기력을 뽐냈다. 무대와 의상은 대체로 파스텔톤으로 연출해 동화적 느낌을 준다. “한국적인 소재와 서양적인 발레가 합쳐져 동화를 보는 듯한 작품”이라는 강 단장의 설명 그대로다.



국립발레단 창작발레 ‘호이 랑’에서 무용수들이 군무를 추고 있다/사진제공=국립발레단


또 정치용 지휘의 80인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웅장한 라이브 음악을 들려줬다. 이번에 예울마루 측은 객석 1~6열을 오케스트라피트로 활용해 관객들이 가림막 없는 연주를 생생하고 보고 듣도록 배려했다. 발레의 경우 안무가가 연출을 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스토리 발레’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데다 세계 무대를 겨냥한 만큼 많은 외부 제작진들이 참여했다. 연극 ‘오이디푸스’를 작업한 한아름(42) 작가와 서재형(49) 연출가 외에도 무대미술 정승호, 의상 소품 루이자 스피나텔리, 조명 고희선, 영상 김장연 등이 함께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세계화가 목표이면서 동시에 지역을 위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국립발레단이 세계 초연작품을 지역 무대에서 먼저 선보이는 것은 창단이래 처음이다. 고향인 서울 예술의전당을 떠나 지역 초연을 결정한 자신감엔 ‘허난설헌-수월경화’가 해외 진출의 성과를 얻은 것도 한몫 했을 것이다.

강 단장은 “‘호이 랑’은 여리면서도 강인한 한국적 여성의 미를 잘 나타내고 있고 효심 역시 한국적인 특별함이 있는 작품”이라며 “어느 발레단에도 없고 어느 나라에서 공연하더라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호이 랑’은 오는 31일과 6월1일 울산에서도 공연한 뒤 11월 6~10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여수=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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