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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현재 수준 아닌 빚 증가속도 봐야…5년 단임 대통령의 한계"

[국가채무 확대 논란…서경펠로·전문가 진단]
복지 지출 한번 늘리면 못줄여…국가채무 60%는 시간문제
미래세대 빚부담 가중…'증세없는 복지' 주장보다 더 나빠
확장재정 강조하던 전문가도 "文, 원칙 허문 무책임한 발언"

  • 한재영 기자
  • 2019-05-20 17:30:13
'재정, 현재 수준 아닌 빚 증가속도 봐야…5년 단임 대통령의 한계'

“대통령 발언은 재정 원칙을 무너뜨리는 발언입니다. 재정 원칙이 한 번 허물어지기 시작하면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요.”

지난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0%대 초반으로 관리하겠다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40%의 근거가 무엇이냐”며 보다 적극적인 확장 재정을 주문한 데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재정 원칙을 허무는 발언”이라고 우려했다. 심지어 사회안전망 확충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정의 확장적 역할을 강조해온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무책임한 얘기” “대통령의 발언으로 믿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다.

◇“현재는 양호…증가 속도를 봐야”=20일 서경 펠로와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실제 우리나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추가경정예산 6조7,000억원 편성에 따른 적자국채 발행을 감안해도 39.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13%다. 문 대통령이 16일 회의에서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은 107%, 일본은 220%에 이른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전 재정학회장)는 “몇 퍼센트여야 국가 재정이 건전하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없지만 OECD와 비교하면 상당히 건전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우려한 지점은 가파른 국가채무비율 상승 속도다. 빚이 불어나는 속도를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최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GDP 대비 10%(2017년 기준) 수준으로 OECD 평균인 20%에 절반 수준이지만 대부분이 한 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의무지출”이라면서 “굳이 확장 재정을 펴지 않더라도 지출이 빠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사회복지 수요 증가 등을 고려하면 지금과 같은 재정건전성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사회가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을 칭찬하는 것은 그동안 여기에 총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면서 “대통령이 이러한 노력을 일거에 무너뜨리려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미 전문가들의 이런 우려가 일정 부분 현실화해 국가채무비율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0~2016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증가율은 11.6%에 달해 OECD 35개국 가운데 라트비아(15.7%), 룩셈부르크(14%), 에스토니아(12.2%)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안 그래도 저출산·고령화로 씀씀이가 커질 수밖에 없는데 재원 대책 없이 확장 재정을 펴면 후폭풍이 미래 세대에 빚 부담으로 몰아칠 수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복지같이 한 번 도입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분야에 재정을 급격하게 투입하면 국가채무비율이 설령 60%가 됐을 때 지출을 멈추려고 해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전 재정학회장)는 “40%라는 숫자에 특별한 이론적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 번 40%를 넘기면 여기에 각종 이자 비용까지 붙기 때문에 그다음 50%, 60%로 치솟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경기부양 목적의 재정 투입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진단도 있었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지금 한국 경제는 재정을 투입해 살아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재정을 투입했을 때 산업과 일자리가 살아나고 경제가 성장 체계를 갖추게 하는 지출이라면 모르지만, 선심성 지출이 많은 상태에서 재정 확대를 하는 것은 우리 경제로서 위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가 지켜온 국가채무비율 40% 마지노선을 깨는 것은 구조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전했다.

◇“5년짜리 대통령의 한계…역사적 죄인 될 수 있어”=전문가들은 특히 증세 등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논의 없이 오로지 확장 재정 정책만이 일방통행식으로 추진되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가 조세지출 구조조정 등의 재정 지출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수혜계층이 있는 터라 실질적인 성과와는 거리가 멀다.

황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없이 지출을 늘리겠다는 것은 인기 있는 정책만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박근혜 정부 때 나왔던 ‘증세 없는 복지’ 주장보다 더 나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교육과 의료·주거 등에 투자해야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확대 재정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한다”면서도 “향후 국민들의 조세 부담을 어느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는 식의 청사진을 솔직하게 밝히면서 확대 재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확장 재정 정책을 펼 때는 재원 조달 방법과 운용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5년 단임 대통령의 한계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미래 세대가 져야 할 부담은 외면한 채 지금 당장 표가 되는 정책만 한다면 ‘역사적 죄인’이라는 오명을 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한재영·정순구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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