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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정적인 경영' 가능해 창업 장려 순기능

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 도입 - 찬성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투자유치때 지분희석 차단해 적대적M&A 방지

● 벤처붐 확산으로 새 성장동력·경제 숨통 기대

● 일몰규정 등 남용 방지장치 전제 시행 검토할때

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두고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 제2벤처 붐 확산을 위해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특별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한 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법안은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것으로 벤처기업에 한해서만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차등의결권은 주주 동의를 얻어 1주에 2개 이상~10개 이하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게 해 적대적 인수합병(M&A) 시 기업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로 쓰인다. 벤처 업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국 정도가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만큼 우리도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비상장 벤처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벤처투자 업계와 향후 대기업 도입을 우려하는 시민단체는 반대하고 있다. 도입 찬성 측은 적은 주식 수로도 경영권의 안정적 유지가 가능해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고 창업을 장려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차등의결권을 악용한 벤처 경영자가 상속세를 회피하고 또 다른 회계부정 등을 저지를 빌미를 줄 수 있는 만큼 제도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세계적 경기불황에 이어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지는 틈바구니에서 국내 경기가 좀체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포용성장과 혁신성장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경제 활성화를 최대 국정과제로 추진해왔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제2차 벤처 붐 확산 전략’ 발표를 통해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벤처를 강조한 바 있다. 제1차 벤처 붐이 1998년 IMF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일었듯이, 최근 미중 무역전쟁의 격화로 국내 경기 침체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벤처 붐 확산은 경제의 숨통이 다소라도 트일 수 있는 물꼬가 되리라 믿는다.

그러나 선순환 벤처창업 생태계가 조성돼 혁신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벤처기업이 버티고 발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버팀목이 필요하다. 벤처기업에 대한 차등의결권 도입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차등의결권제도는 주주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문제가 있지만 그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필히 마련한다는 전제하에 현시점은 벤처기업에 대한 차등의결권 도입을 적극 검토할 때라고 본다. 벤처기업가의 장기적 혁신활동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벤처 붐 확산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등의결권 주식이란 1주당 하나의 의결권이 아닌 여러 개의 의결권을 가진 주식으로 복수의결권 주식이라고도 한다. 상법 제369조 제1항은 1주 1의결권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강행법규에 반하는 주식의 발행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2011년 상법 개정 시 기업이 다양한 형태의 주식을 발행해 자금조달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차등의결권 주식 도입은 재벌의 지배권 승계 등에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로 무산됐다.



그러나 차등의결권제도는 적은 수의 지분으로 경영권의 안정적 유지가 가능해 경영진은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또한 벤처기업 창업자가 투자유치를 하는 과정에서 지분(의결권) 희석을 차단함으로써 적대적 M&A를 방지할 수 있다. 창업자에게는 창업을 장려하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기업 성장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미국·영국·프랑스·홍콩 등에서는 비상장(비공개) 회사에 대해 이를 인정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는 28% 정도의 지분으로 과반의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우리와 같이 복수의결권 주식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단원주제도를 통해 복수의결권과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등의결권제도를 대기업까지 허용하자고 주장하지만 우리나라 기업 풍토를 감안할 때 벤처창업 인센티브의 한 형태로서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차등의결권을 도입할 경우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취득 비용이 늘어나 오히려 성장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지나친 경영권 보호로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거나 심지어는 재벌 총수를 비롯한 기존 대주주들의 전횡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등의결권을 상법에 규정해 모든 기업에 대해 인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벤처기업육성법을 개정해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해서만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같이 특별법에 제한적으로 도입하더라도 투자자를 보호하고 그 순기능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차등의결권을 도입할 때 소멸 요건을 정할 필요가 있다. 즉 차등의결권 주식을 창업자가 양도 또는 상속했을 때 기업 가치가 일정 규모(예컨대 1조원)에 달하거나 일정 기간(예컨대 5년)이 지났을 경우 보통주로 전환되도록 일몰 규정을 둬야 할 것이다. 또 차등의결권 주식에 부여되는 의결권 수도 상한(예컨대 10개)을 정해야 한다. 차등의결권 주식의 비율을 제한하는 방식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보통주 대비 차등의결권 주식의 의결권 비율이 2대1인 경우 차등의결권 주주는 최소 3분의1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같이 차등의결권제도 도입은 그 장점을 살리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입법의 요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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