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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10%만 해외 동시특허..."이대론 中에 신남방 영토 내줄판"

[4차산업 성패, 글로벌 IP에 달렸다]

<상> '우물안 개구리' 못벗어난 한국특허

中企, 국내 신규출원 대기업 추월불구 해외출원 5%도 안돼

특허영토 다변화도 소홀...美 편중에 아세안서는 中이 앞서

기술·서비스 등 국경 없어져...비용 들더라도 특허 취득해야





국내 기업의 해외 특허 확보를 위한 준비는 ‘낙제점’에 가깝다. 국내 기업(공공 부문 포함) 가운데 국내 특허와 해외 특허를 동시에 출원한 곳은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해외 특허 고갈’은 기업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국가의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특허에서 미국·일본에 뒤진 우리나라는 한때 앞서 있다고 자신하던 중국에도 ‘해외 특허 영토’를 내줄 판이다.

◇“中企 해외 출원율 5%도 안 돼”=한국 특허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물 안 개구리’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국내 신규 출원은 16만,1698건으로 2011년 14만1,116건 이후 매년 소폭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내 출원의 해외 출원율은 10.4%에서 2014년 12.2%까지 오르더니 다시 11.7%로 내려와 5년 연속 10%대 초반에 머물렀다.

가장 심각한 곳은 중소기업이다. 2011년 3.8%에서 2015년 4.3%까지 평균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중소기업의 국내 신규 출원은 4만4,258건으로 대기업(3만5,893건)을 넘어섰지만 해외에 출원된 국내 출원은 1,900건으로 대기업(1만3,216건)의 5분의1 수준에 그쳤다. 대기업과 협력사 관계로 묶이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 ‘특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 부품업체는 해외에서 부품이 특허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어 대기업으로부터 특허 출원을 권유받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했다. 최근 한류로 각광 받는 분야인 기능성 화장품에 뛰어든 중소기업들도 비슷한 처지다. 이 산업이 속한 음식료, 직접 소비재 분야의 해외 출원율은 1.6%로 평균치를 한참 밑돌았다. 규모가 영세한 중소기업일수록 특허 소송에서 버틸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얘기다.

공공 파트의 해외 출원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허 출원 주체 중에서 정부의 경우 국내 출원의 해외 출원 건수는 2011년 9건, 2012년 3건, 2013~2014년 6건이다. 2015년에도 10건에 머물렀다. 5년간 연 평균 417건의 국내 출원을 하고도 해외 출원율은 평균 1.6%에 불과하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해외 출원율도 평균 5%를 넘지 못했다. 그나마 가장 활발했던 연구기관(2015년 12.3%)마저 해외 출원 수가 2012년 1,480건에서 2015년 929건으로 500건 넘게 줄었다.

◇해외 출원 美 편중…아세안서 中에 ‘추월’=이 같은 ‘해외 특허 고갈현상’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의 특허·산업경쟁력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미 5개 특허선진국(미국, 일본, 유럽연합(EU·대표 국가 독일), 중국, 한국) 내 경쟁 구도에서 한국이 밀려났다.

특허청과 세계지적재산권기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5개 특허선진국’ 가운데 미국과 인도·베트남 등 7개 주요 신흥국에 출원한 비율은 한국이 5.6%로 꼴찌다. 한국은 1위인 미국(16.6%)과 출원율이 3배 넘는 차이로 뒤졌다. 출원 수는 10배가량 차이가 벌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의 해외 출원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시장으로 다변화하는 데 소홀했던 측면이 크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미국에서 출원한 비율은 52.9%로 4개국 중 가장 높다.



수출 1억달러당 현지 특허 출원 건수 추이를 보면 한국의 특허 경쟁력 약화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러시아로 출원한 건수는 미국(56.1건)이 1위를 차지했으며 우리나라는 4.6건으로 일본(24.2건)에 이어 3위다. 인도에서도 11.1건으로 일본(50.7건), 미국(40.1건)과 비교해 크게 저조한 형편이다.

아세안 최대 제조국으로 평가받는 태국을 비롯해 베트남·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6개 국가의 출원 건수(2010~2017년) 역시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태국의 경우 2017년 기준 일본(3,371건)과 한국(176건)의 차이는 약 20배에 달한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최대 시장으로 여겨지는 인도네시아에서도 한국은 386개로 일본(2,407개), 미국(1,579개)과 큰 격차가 벌어졌다.

6개 국가에서 중국에 우위를 점하던 한국은 2017년 들어서는 한국의 제3위 수출시장인 베트남과 필리핀에서만 근소한 차이로 중국을 앞서고 있을 뿐이다. 나머지 국가에서는 중국에 특허 출원 건수를 모두 추월당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베트남과 필리핀에서도 중국에 뒤지는 게 시간문제라는 공통된 견해를 내놓았다. 우리나라의 베트남 특허가 2015년 527개에서 2017년 697개로 32% 증가하는 사이에 중국은 257개에서 535개로 108%나 껑충 뛰었다. 중국은 국가적으로 특허 보유 정책을 밀고 있다. 연간 자국 특허 출원 건수가 138만여건으로 부동의 세계 1위다. 반면 우리나라는 특허 선점 전략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신남방·신북방 등 수출시장 다변화, 디지털을 통한 통상 등 ‘무역정책’에 치우쳤다는 분석이다.

특허청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미국·중국과 같은 기존 중심으로만 출원해왔다”며 “주요 아세안 국가에서 중국보다 특허출원이 적어 신남방 시장에서의 전망이 어둡다”고 우려했다. 임효정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박사는 “미국은 2007년부터 산업 평균 이상의 특허 건수를 지닌 산업을 ‘지식재산집약 제조업’으로 정의하고 선행 연구를 진행했다”며 “우리나라는 2014년 설정한 분류기준을 재정립해 관련 연구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해외 특허, 비용과 번역이 문제”=‘해외 특허 고갈’에 대해 기업만 탓할 수 없는 것은 ‘현실적인 벽’ 때문이다. 특허청이 올 4월 대기업, 스타트업, 대학 관계자 등을 한데 모아 비공개로 실시한 간담회에서는 이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공통적으로 제기된 문제는 고비용과 번역 부담에 대한 것이다. “기계 번역을 통해 번역비를 절감하거나 해외 번역 비용을 지원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중소·벤처기업 입장에서 비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점은 특허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해외 특허 제반 비용은 평균 약 1,000만~1,200만원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설립 후 3~4년의 데스밸리를 벗어나야 하는 입장에서 자금 일부를 1,000만원이 훌쩍 넘는 해외 출원 비용으로 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항변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대기업은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수출시장으로 삼을 해외 출원 국가를 정한다”며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국내 특허를 낸 뒤 해외 특허를 고려하기 때문에 특허가 사전 투자가 아니라 추가 비용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이나 서비스 등이 국경이 없어진 만큼 초기 비용이 어느 정도 들더라도 제대로 된 특허를 취득해야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특허 침해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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