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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없는 파업에 르노삼성 존폐위기

르노삼성 파업으로 완성차 임단협 경직돼
기아차 노조, 정년 65세 연장 등
경영 사안도 협상 테이블 올려
노동계 잇단 파업 속 합의 쉽잖을듯

  • 박성호 기자
  • 2019-06-05 17:33:57
  • 시황
대책 없는 파업에 르노삼성 존폐위기

르노삼성자동차가 노조의 전면파업 선언으로 존폐 위기를 맞게 됐다. 당장 르노그룹 본사에서 배정할 유럽 수출물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르노삼성 노사가 합의하더라도 기업의 성장동력을 잃은 채 상처만 남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르노삼성이 노조의 파업을 막고 협상에 지속적으로 나선 것은 올해 말 종료되는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 계약을 대신해 르노그룹 본사로부터 수출물량을 따내기 위해서다. 올 하반기 국내에서 출시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M3의 유럽 수출을 위한 생산기지로 애초 르노삼성의 부산공장이 유력했지만 노사 갈등이 격화하면서 스페인 공장이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노사가 앞으로 협상을 지속해 합의에 이른다 하더라도 그 사이 수출물량 배정에서 제외된다면 르노삼성이라는 기업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르노그룹은 글로벌 공장 가운데 철저하게 생산성을 따져 신차 위탁생산물량을 배정할 예정”이라며 “부산공장이 전면파업에 들어간 상황은 결코 수출물량 배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달 르노삼성의 자동차 판매량은 총 1만4,228대로 국내 판매가 6,130대, 수출이 8,098대였다. 수출물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르노삼성은 연간 10만대를 겨우 판매하는 군소 자동차 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누구의 잘못이든지 간에 르노삼성이 본사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 기업 존립이 위태롭고 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협상에 진지하게 나서야 할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르노삼성 노조가 잠정 합의안 부결에 대한 책임을 덜기 위해 오히려 강수를 두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합의안이 부결되면 노조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꾸려 재협상에 나서는 것이 보통”이라며 “교섭 과정에서 노조원의 참여율이 떨어져 투쟁동력이 약해진 르노삼성 노조가 강성 기조를 유지하면서 다시 힘을 모으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노조의 전면파업 선언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노사관계도 더욱 경직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최근 올해 임단협에 돌입한 현대·기아자동차와 한국GM 노조도 시작부터 사측과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기아차(000270) 노조는 3일 한 달 이상을 끌어오던 정기 대의원대회를 마무리하고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지부 일정으로 중단됐던 각 공장 노조 지회 대의원대회가 재개돼 조만간 본격적인 올해 임단협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시작도 하기 전부터 사측과의 갈등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일부 공장을 중심으로 사측이 출입 시 음주 측정을 시행하겠다고 노조에 공문을 보내자 ‘현장 탄압 수단’ ‘현장 사찰 시도’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현대차(005380)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0일 첫 임단협 상견례를 마친 후 4일 열린 경영설명회는 사측에 대한 노조의 성토장으로 변했다. 사측 대표가 “신산업에 따른 환경규제 등으로 투자금액이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것에 대해 노조 측은 “1·4분기 수익성이 전년보다 좋아졌음에도 어렵다는 핑계만 대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강력투쟁’을 시사했다.

한국GM의 경우 상견례 장소를 두고 노사 간 의견이 엇갈리며 상견례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해 비정규직 노조의 사장실 점거로 홍역을 치렀던 만큼 안전문제를 들어 노조 측이 제시하는 상견례 장소를 거부한다고 하지만 속내는 올해 임단협 협상에서는 노조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협상 시작 단계부터 노사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올해 자동차 업체의 임단협이 순조롭게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각 노조가 내세운 요구안이 단순히 임금이나 단체협약 개정 등에 그치지 않고 회사의 경영과 관련된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임단협의 4대 쟁점 중 하나를 정년 연장으로 상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국GM 역시 마찬가지다. 임금 관련 요구 외에도 GMTCK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인천부품물류센터 폐쇄 건, 공장 연간 생산물량 확약 등을 임단협 요구 안건으로 내세우면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임단협을 빌미로 회사 경영과 관련한 부분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며 “이달 말까지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올해 임단협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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